지난 2월 16일 세브란스병원에서 큰빛침례교회(담임목사 김선주) 고 정봉교 안수집사의 뇌사 장기기기증이 이뤄졌다. 이날 정 씨의 양쪽 폐와 간, 2개의 각막은 5명에게 전달돼 새 생명과 빛을 선물했고, 고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이 땅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정 씨는 교회 학생수련회 봉사를 하던 중 피로감과 어지럼증을 느꼈다. 병원 검사 결과 ‘소뇌 박피’라는 뇌 질환을 진단받았고, 몇 주 뒤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그 후 1년간 재활을 통해 의식을 회복하는 등 호전증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하면서 다시 병세가 악화됐고, 정 씨의 아내는 결국 뇌사로 추정된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전해 들었다. 그 순간 아내 김정희 씨는 몇 해 전 남편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장기간 혈액투석을 받으며 신장병으로 힘들어하던 친구가 뇌사자로부터 신장을 이식 받고 건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나중에 하늘나라에 갈 때, 우리 몸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남편의 모습이었다. 김 씨는 담임목사의 소개로 병원을 찾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관계자로부터 장기기증 절차 등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 남편의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빈소에는 고인의 고귀한 생명 나눔의 뜻을 기리기 위해 운동본부가 마련한 ‘당신의 사랑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는 근조기가 세워졌다.
범영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