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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후원자

묵상의 하루-22

김원남 목사
양광교회

“목사님, 뒤에서 팍팍 밀어줄테니 하고 싶은 일 해보세요.”
어느 날 보험회사 설계사인 K집사님이 뜬금없이 해온 말이었다. 한 교회에서 30년 넘게 목회해왔지만 그동안 개인적으로 목사의 후원자가 되어주겠다는 교인은 없었다. “그래요. 기도와 봉사로 많이 도와주세요.” “아니에요. 돈으로 후원하겠어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요.”


K집사님의 아이디어는 이런 것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차 보험에 들게 하고 거기서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수당의 몫은 전부 목사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바로바로 입금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나는 그녀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솔직히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수당이란 게 적은 금액일 수도 있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협조해줄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K집사님은 실행에 옮겼고,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때로는 몇 만원 때로는 일, 이십 만원 이란 금액이 꾸준히 들어오더니 얼마의 기간이 지나선 몇 백 만원이 됐다. 그때서야 나는 해보고 싶은 일이 뭐였지를 생각해봤다. 교회를 개척하거나 교회당을 지어줄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란 말 ‘소확행’이 유행되고 있었다. 그녀가 힘쓴 후원금으로 뭔가는 할 수 있었다. 어떤 교회들에겐 멀티비전을 설치해줬다. 우리 교회를 방문하는 선교사들에겐 선교비를 줬고, 외국에 있는 극빈 아동들에게 장학금이나 구제금도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목회자 무료성경세미나 경비를 충당하기도 한다. 자동차 보험이란 게 일정한 기간이 지나고 만기가 되면 누구나 다시 들어야 함으로 후원금이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었고 일정한 금액이 모이면 또 쓸 수 있어서 좋다.


로마서 16장에 보면 사도 바울은 자기의 동역자들의 이름을 서신에 올렸다. 그들 중에는 이런 동역자도 있었다. “너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인 브리스가와 아굴라에게 문안하라”(롬16:3)고 하면서 그들이 바울에게는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줬다. “그들은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이라도 내 놓았나니 나 뿐 아니라 이방인의 모든 교회도 그들에게 감사하느니라”고 했다.


사도 바울이 복음 전파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사역하는 가운데 어떠한 핍박과 고난을 당했는지를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다 알고 있다(고후11장). 그는 엄청난 환란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많은 동역자들이 있었기에 위대한 사역을 할 수 있었고 자기를 위해 목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동역자들이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행복하였으리라.


K집사님의 경우 경쟁사회에서 어느 한 사람 자동차 보험을 들게 하는 것도 쉽겠는가. 누구를 찾아다니고 만나서 입이 아프도록 설명해야만 한 건씩 일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그런 수고와 노력의 후원으로 나는 목회 생활에 남을 돕고 섬기는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나의 후원자인 그녀와 그녀에게 협조해준 교인들과 지인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하면서 마음속으로 감사의 꽃다발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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