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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Baptist 성경”(침례표기 성경)인가?-3 협동정신(하나됨, 우리됨)의 기초

미남침례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가 타 교단과 달리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회원교회들이 개교회의 예산에서 일부를 교단사역을 위해 헌금하는 협동선교 프로그램과 매년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특별선교헌금 제도에 있다. 이에 힘입어 2015년도 통계에 따르면 미남침례회 북미선교부(North American Mission Board)를 통해 미주 및 캐나다에 파송된 선교사 수가 5,684명, 새로 개척된 교회 수가 926여개이었다. 국제선교부(International Mission Board)를 통해 파송된 해외선교사 수도 3,645명이었다. 개신교 교단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교사들을 국내 및 해외에 파송하고 있다. 이러한 협동프로그램의 결실은 처음부터 금방 맺어진 것은 아니다. 1845년 미남침례회가 발족된 이후, 특히 1861년부터 4년간 지속된 남북전쟁으로 재정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1925년에 협동선교 프로그램(Cooperative Program)이 채택되면서부터였다.


이 프로그램은 회원교회들이 교단의 선교 사역을 위해 자발적으로 주총회(Baptist State Convention)에 헌금을 보내면, 그중 일부는 주총회 사역을 위해 쓰여 지고, 나머지는 전국총회에 보내져 교단의 여러 기관들에 분배되어 교단 사역을 위해 쓰여지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교단 기관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교단 차원에서 교회들을 돕고 지상명령에 부응하는 사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침례교단은 한국 전쟁 후 교단 재건 과정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여러모로 미국 남침례교단의 영향과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교회론적 측면에서도 자연스럽게 회중 정체와 개교회주의가 채택됐고 총회 구조도 협동총회의 형태가 채택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침례교단에서의 협동 프로그램은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 개 교회들이나 기관들 사이의 이해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의 경우만큼 더 활성화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소의 문화 차이가 있고, 사안에 따라 개 교회들의 이해관계에 입장 차이가 있더라도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들이 머리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대해서는 최우선으로 하나됨을 보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주님의 지상명령에 따라 미남침례교회 역시 크고 작은 입장 차이를 보인 현안들이 있어왔음에도 협동선교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침례교회는 회중주의와 개교회주의에 기반하면서도 최우선 과제인 “선교”의 영역에서는 개교회를 넘어서 협동의 모습을 취해왔다. 나아가 교육, 구제 등 교단 내 여러 사역기관에 까지 협동이 확대되고 이를 위해 총회는 명실상부하게 “협동총회”라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자연스레 총회의 결의 사항을 개 교회들이 어떻게 실행하는지가 협동 정신의 구현 수준이 됐다. 성경과 관련해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와 함께 1999년 교단 총회는 개역개정판 사용을 결의했고 이후 자연스럽게 회원교회들이 이를 따름으로 인해 침례교의 하나됨을 보여주었다. 아쉬운 것은 이후 침례표기 개역개정판 성경 사용을 총회에서 결의된 바 있음에도 아직까지 충분한 협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Baptist 성경”(침례표기 성경) 사용운동은 침례라는 신학적, 신앙적 고백의 공동 사용이라는 일치된 신앙 정체성 확립과 함께 또 하나의 침례교 정체성의 한 특징일 수 있는 협동정신 구현의 과제이다.


지난번 언급했듯이 개역개정 성경 사용이 침례교단이 기독교 진리의 보편적인 범주인 복음주의 안에 속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Baptist 성경” 사용은 그 가운데서도 침례교 회원교회들의 “하나됨, 우리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Baptist 성경”을 모든 침례교회가 함께 사용하는 것은 오직 말씀을 중심 삼는 침례교회의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내며, 어떤 정치적 의도나 이익추구도 개입되지 않는 영역에서 침례교 협동정신이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일 수 있다. 성경의 사람들로 불려온 침례교회에서 “Baptist 성경” 사용은 침례교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전통인 “협동”의 전통이 살아나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됨을 이루면서 교단 내 협동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다른 현안들에서도 교회의 머리되신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지혜와 힘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하여 “한 몸”됨, “우리”됨을 지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요섭 목사 교회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