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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2017학년도 침례신학대학교 학위수여식 졸업식에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일생에 단 한번이자 누구보다도 은혜로워할 신학교 졸업자리가 빛이 바랬다. 졸업식순 행사는 다소 엉성하게 진행됐다. 식을 빨리 끝내려는 인상마저 받았다. 선지동산에서 배운 하나님의 자녀들은 석·박사들이 누릴 특권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학사과정이 더 축하받을 자리다. 학문적으로 조금 더 이룬 이들의 들러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침례신학대는 지난 2월 8일 ‘2017학년도 학위수여식’을 열고 541명의 학위 취득자를 배출했다.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541명을 배출한 것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식장 안의 분위기는 그동안 자랑스럽게 지켜온 졸업생들의 참여도와 자부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기여서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학부생들의 빈자리가 너무 눈에 띄고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학위수여자들에 대한 학위수여를 비롯해 순서를 맡은 자들의 축사와 격려사에 이어 교가제창 축도로 졸업식을 마쳤다. 전통적으로 침신대 졸업식은 식순 동안 졸업생들과 학부형 및 참석자들은 권면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칠까 새겨듣고 학위수여식 이후 단상에서는 교수와 졸업생들이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며 그 동안의 사제지간의 정과 석별의 아쉬움을 함께 나누었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져 왔기에 이번 졸업식의 빈자리는 아쉽고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는 졸업식 참여도와 은혜로운 졸업식 풍경은 한국사회의 어떤 명문대나 일반대학교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신대만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계속돼 왔다고 자부한다. 침신대 졸업식은 신학대의 특성상 부모와 친척이 동문인 경우가 많아서 식이 시작되자 작은 웅성거림이 있었다. 텅 빈 자리가 그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졸업식에 참석한 학교관계자나 학부형, 그리고 동문들은 학내정상화나 기타 불만으로 인한 집단 보이콧으로 알았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이콧은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직접 들어 본 결과 몇 가지 이야기로 정리됐다. 첫째, 총장직무대행으로 된 졸업장을 받기 싫어서 사진 찍고 친구들이랑 놀러 가려고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학교에서 졸업식 행사가 시작되었다는 안내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식장 밖에서 교직원들이 졸업식이 시작했으니 식장에 들어가 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러한 안내도 없고 깜빡했다가 그냥 돌아갔다는 것이다.

셋째, 일반대학교 졸업식처럼 들러리로 왜 참석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졸업생들이 생각보다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가 들리긴 하지만 우리는 2017학년도 학위수여식 한번만으로 그동안 은혜로운 침신대 졸업식 전통이 깨지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선지동산이 아닌 일반학교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밀가루·계란세례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졸업식 이미지를 벗어나 전교생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잔치 또는 졸업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행사로 변하는 추세라고 한다. 특별히 신학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이 땅의 수많은 영혼을 책임질 학생이다. 따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졸업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침례신학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좋은 사역지,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이유야 어쨌든, 침신대 이사회 정상화가 졸업식 다음날인 9일부터 시작됐다. 우리는 학교당국이 앞으로 신입생의 빈자리가 나지 않도록 10년 20년 이후를 보고 침신대 살리기에 앞장서 주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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