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는 영혼을 향해-1

  • 등록 2025.10.22 14: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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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제 목사
좋은이웃교회


보면서 가는 길

 

오래전 한강물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검룡소를 방문해 본 적이 있다. 태백에서 발원해 충청북도 경기도를 흘러 수도 서울을 지나 서해안을 통해 넓은 바다로 흘러간다. 처음 본 검룡소의 샘솟는 물줄기는 참 신기했다. 좁은 골짜기를 지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강으로 바다로 흘러간 것이다. 30년전 대학 캠퍼스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 한 학생을 만남으로 시작된 이 사역은 그 당시 오직 구령의 열정과 복음의 사랑에 붙들려 캠퍼스를 돌며 복음을 전할 때 한 형제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자신의 고백을 상담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그 손짓의 시작으로 여기까지 흘러왔다. 마치 태백 검룡소의 물줄기가 골짜기를 지나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흘러내려 넓은 바다로 흡수되듯이 이 길을 걸어온 것이다. 준비되지 못한 나 자신과 경험 없는 무지한 때에 할 수 있었던 일은 힘들고 아픈 영혼과 함께 있어 주는 일이었고 그 마음으로 3년 동안 형제와 함께해 온 시간들이 머리를 스쳐 간다. 돌아보면 하나님께서는 형제를 통해 이 시대의 문제와 고통을 아시고 누군가는 필요했기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게 해 오신 것이다. 상담치유를 통해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의 모습, 오롯이 종교적 열심에만 매달려 왔던 나를 보게 하셨고 그 과정 속에서 내면의 아픔과 고통 속에 방황하던 영혼들을 보내 주셔서 현장 사역을 통해 훈련시키셨고 준비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길이라 생각된다. 이 길은 내 인생에 전혀 계획된 길도 아니었고 준비된 상황도 아니었다. 그동안 보내 준 영혼들의 상처와 고통을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신음소리를 듣게 하셨다. 세상 이야기, 사람관계, 가족, 부부, 친구, 이웃 이야기, 등그 속에서 아우성치는 영혼들의 소리가 있었고 그 이야기는 오늘 사역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들려온다.


현대인들에게는 우울증, 공황장애, 수면장애, 외상후 장애, 트라우마, 지나친 스트레스 등 크고 작은 여러 문제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오늘날 마음의 병은 불행을 가져오는 사회현상으로 공론화되어 있다. 지금의 사회는 스트레스 사회이고 트라우마 사회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마음의 상처가 심한 이들이 늘어나기에 그렇다. 가정, 학교, 직장에서의 폭력이 늘어나고 이혼으로 파괴되는 가정이 많아지고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이다.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증세가 심각하면 폭력이나 자살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교회 안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곳보다도 교회는 관심을 가지고 더 구체적이고 책임있는 사역을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모인 교회는 세상과 교회 안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믿음의 공동체이다. 때로는 내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공동체가 있기에 우리는 그곳에서 상처를 치유하며 회복하기도 한다. 때론 나에게 있는 상처로 인해 마음에 작은 흔적들이 생기지만, 그 흔적 사이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품어져 나오고, 우리의 신앙은 점점 단단해지기도 한다. 풀잎을 짓이기면 풀 내음이 가득하듯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받는 크고 작은 상처는 진한 믿음의 향연이 되어 하나님께 전달될 것이다. 우리는 애처롭게 들려오는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비록 자신의 잘못과 부족으로 고통 가운데 있을지라도 교회를 신뢰하며 기대와 희망의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준비된 교회, 상처 입은 영혼들을 품을 수 있는 교회로 거듭나 하나님 품으로 이들을 인도해야 할 것이다.


자신을 보면서 가는 사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당신은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대뜸 이런 질문을 던지면 제대로 대답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만큼 평소에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사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들이 군대 입대하기 전에 가족들과 다과를 먹으면서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우리 가족들의 장점과 단점을 3가지만 말해 보라는 것이었다. 선뜻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몰라 망설이다가 서둘러 말한 것들이 기억된다. 나는 과연 나를 얼마나 알고 살아가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가정의 환경 그리고 사회적인 거울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전부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내 모습, 학벌, 사회적 위치, 소유, 과연 이러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만으로 한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사람은 상황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 집에서는 한여 자의 성실한 남편이자 존경받는 아버지, 효성이 지극하고 듬직한 아들,

 

 직장에서는 성실함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사원,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웃기는 별명으로 통하는 장난꾸러기, 커뮤니티 모임에서는 다양한 끼와 재능을 가진 탤런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끔은 스스로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내 자신을 아는 것은 죽을 때까지 풀어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이제 그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스스로에게 눈을 돌리자. 삶이란 어찌 보면 매일 매일 현실과 이상,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 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고 위대한 존재인 나 자신을 알아보자. 너무나 기대되고 흥미진진한 여행이 되지 않겠는가?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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