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마음은 누가 알아주나?

  • 등록 2026.01.15 1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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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 임시이사가 파송된다. 교육부는 학교법인 이사회 파행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전·현직 이사들에 대해 ‘임원 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고, 동시에 임시이사 파송 절차에 들어갔다. 교단이 해야 할 일을 결국 국가가 대신한 셈이다.


이 소식은 지난 1월 6일, 115차 총회 전국지방회 의장단 워크숍이 진행되던 와중에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타 종교인이 임시이사로 오면 학교가 망한다더라”는 불안과 “오히려 그때가 학교 운영이 더 원활했다”는 자조가 뒤섞여 흘러나왔다.


마침 이날 워크숍 프로그램에는 총회장 공약 이행 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이 포함돼 있었고, 한국침신대 피영민 총장은 올해 있을 대학기관평가인증 통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전국 침례교회의 기도와 협력을 강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구석에 앉아 학교의 위기 대응 방안을 가만히 듣고 있던 기자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게 맞는 방향인가”라는 질문이 가슴 깊은 곳에서 계속 떠나지 않았다. 주말부터 이어진 소화불량으로 당일에도 속을 계속 게워낼 정도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지만, 손을 들고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했다. 침례교 목사도 아닌 기자가 이 자리에서 발언권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이 자리는 기자로서 관찰자의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는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으며 버텼다.


요즘은 자기 자녀의 진로조차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 시대다. 하물며 담임목사가 교회 학생에게 “한국침신대에 가라”고 말한다고 해서 과연 그 말이 얼마나 힘을 가질 수 있을까.


경쟁력을 갖추려면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과가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본지가 그동안 계속해서 지적해 왔다. 간담회 당일에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졸업반 학생을 위한 진로 지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학교 브로슈어에는 진로 안내가 어떻게 담겨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학교 측은 “브로슈어에는 담지 못했지만, 진로 상담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 답변을 들으며 기자는 실소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몇 주 전 본지에 실린 학과 정보 기사에 나온 진로 목록을 보며 “이 진로를 위해 굳이 이 학교에 입학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기자 자신 역시 전공은 경찰행정이지만, 교계 기자로 일한 지 어느덧 17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기자가 경찰행정을 전공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와 있는 것일까. 특정 진로를 제시하려면, 그에 걸맞은 커리큘럼과 실질적인 준비 과정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과연 지금의 한국침신대 학과 커리큘럼이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지방에 있어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신학교라서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방에 있는 대학들 가운데도,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과’가 있다면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지원자는 몰린다.


과거 학교 관계자와 이런 문제를 두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돌아온 답변은 “일반 학과 학생들이 들어오면 술 마시고 담배를 피워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말한 것은 ‘기독교리더십·상담융합학과’, ‘기독교미디어콘텐츠학과’, ‘예배예술·음악테크학과’, ‘신학데이터리서치학과’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 기반 융합 학과였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의 답변을 들은 뒤, 더 이상 설명해도 이해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입을 닫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도 이러한 고민에 대한 대안 제시는 보이지 않은 채, 장학금 정책만 앞세운 채 학생 모집을 호소하고 있다. 이 방식이 계속된다면, 한국침신대의 미래가 과연 밝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학교는 교육기관이지만, 학생들에게 의무가 아니다. 학생들의 입학 의지는 혜택이 아니라 비전에서 불탄다.
지금 한국침신대가 붙잡아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이다.


한편 임시이사 파송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맞이하게 만든 책임 당사자들의 근황에 관심이 쏠린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새로운 이사들의 선임을 막아왔을까? 이사 선임 뿐만 아니라 교원 채용을 비롯한 무수한 학교 행정에 어깃장을 놓은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간담회 자리에서 00대에 임시이사로 천태종 사람이 들어왔다거나 어디 대학은 원래 기독교대학이었는데 임시이사 들어오고나서 일반대학으로 변했다더라 설왕설래가 오고갔다. 그 이야기를 한 켠에서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적어도 임시이사들은 이사회 파행은 안하지 않는가? 오히려 본인들 할 일 하고 임기 끝나면 돌아간다. 침례교 목회자가 이사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 아닌가?


지난 총회장과 학교법인 이사회의 간담회에서 이사들은 기자가 해당 간담회에 함께 자리한다는 것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파행의 모든 책임을 총회에 돌렸다. “기준을 말해주면 거기에 맞춰서 다시 파송하겠다”는 김일엽 총무의 발언에 “기준을 모르세요? 아시잖아요?”라며 정작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임시이사 파송은 정해진 결말이었으리라.


목회자에게 엄청난 경영능력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잘못을 저질렀으면 남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죄’ ‘송’ ‘합’ ‘니’ ‘다’라는 다섯 글자가 입에서 나오기를 희망한다.

범영수 부장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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