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교회로 부흥하는 멀티교회 (2)

  • 등록 2026.05.27 1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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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교회 모델의 성경적 근거
배창효 목사
공주꿈의교회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공동 목회학 박사

오늘날 한국교회는 급격한 사회 변화와 지역 공동체의 약화, 다음 세대의 이탈, 작은 교회의 어려움이라는 복합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는 단순히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을 붙들고 시대와 지역에 맞는 선교적 실천을 고민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이 멀티교회다. 멀티교회는 하나의 교회가 여러 지역에 예배 공동체를 세우거나, 동일한 비전과 신학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여러 교회가 협력하여 복음 사역을 감당하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있다. 멀티교회는 단순히 현대적 필요에 따른 조직 모델인가, 아니면 성경적 근거를 가진 교회 개척의 한 방식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약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본질을 살펴봐야 한다. 신약성경에서 교회를 가리키는 대표적 단어는 ‘에클레시아’이다. 이는 ‘밖으로 불러낸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다. 교회는 건물이나 장소가 아니라, 죄악된 세상 가운데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그분과 연합한 신앙 공동체이다. 또한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이며, 성도들은 그 몸에 속한 지체들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특정 공간 안에 갇힌 폐쇄적 모임이 아니라, 세상 가운데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사명적 공동체이다.


이러한 교회의 본질을 생각할 때, 멀티교회는 성경적 교회론과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가 복음을 따라 세워지고, 제자를 삼으며, 또 다른 공동체를 낳는 재생산의 흐름 속에 있다는 점에서 초대교회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교회는 예배, 교육, 교제, 봉사, 증거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복음이 필요한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회 개척은 단지 조직 확장이 아니라, 교회로 부름 받은 공동체가 본래의 사명을 수행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멀티교회의 성경적 출발점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고,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구원의 사명을 완성하셨다. 그리고 이 땅에 구원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인 교회를 남기셨다. 마태복음 16장 18절에서 예수님은 “내가 내 교회를 세우리라”고 말씀하셨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교회의 시작도 그분께 있다.


예수님은 부활 후 제자들에게 대위임령을 주셨다.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명령은 개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차원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앙 공동체가 모든 민족과 지역 가운데 세워져야 함을 뜻한다. 성경에 “교회를 개척하라”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사도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명령에 순종해 복음을 전했고, 복음을 믿은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교회를 세웠다. 그러므로 교회 개척은 대위임령에 포함된 실천이며, 멀티교회는 이 명령을 지역과 시대 속에서 구체화하는 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루살렘교회는 멀티교회의 모 교회적 모델을 보여준다. 사도행전 2장에 나타난 예루살렘교회는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 시작된 최초의 교회 공동체였다. 베드로의 설교를 통해 3천 명이 회심하고 침례를 받았고,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복음을 믿었다. 예루살렘교회는 단지 한 지역 안에서 성장하는 공동체에 머물지 않았다. 박해로 인해 성도들이 흩어지면서 유대와 사마리아, 더 나아가 안디옥까지 복음이 전파됐다. 빌립은 사마리아에 가서 복음을 전했고, 그곳에 복음의 기쁨이 임했다. 예루살렘에서 흩어진 성도들은 안디옥에 이르러 유대인뿐 아니라 헬라인에게도 복음을 전했고, 그 결과 안디옥교회가 세워졌다.


주목할 점은 예루살렘교회가 새롭게 세워진 공동체를 방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안디옥교회가 성장하자 예루살렘교회는 바나바를 파송했다. 바나바는 그곳에 머물며 공동체를 세우고, 후에 바울을 데려와 함께 사역했다. 이것은 모 교회가 개척된 교회에 영적 책임을 갖고 돌보며 지도자를 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날 멀티교회 역시 모 교회가 새로운 지역에 교회를 세우고, 필요한 사역자를 보내며, 지속적인 관심과 책임을 감당한다는 점에서 예루살렘교회 모습과 연결된다.

 

안디옥교회는 개척된 교회가 다시 선교적 모 교회가 되는 모델을 보여준다. 안디옥은 로마 제국 안에서 중요한 도시였고, 다양한 문화와 인적 자원이 모인 지역이었다. 이곳에 세워진 안디옥교회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복음을 받아들인 선교적 공동체였다. 사도행전 13장에서 성령께서 바울과 바나바를 따로 세우라고 하셨을 때, 안디옥교회는 인적 손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지도자들을 기꺼이 파송했다. 이는 교회가 자기 보존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희생할 수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바울과 바나바는 안디옥교회를 거점으로 삼아 여러 도시로 나아갔다. 빌립보, 데살로니가, 고린도, 에베소 등 전략적 도시들에 교회가 세워졌다. 이 교회들은 서로 단절된 공동체가 아니라, 사도적 가르침과 선교적 비전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안에 있었다. 바울은 개척한 교회들을 다시 방문하고, 편지를 보내며, 지도자들을 세우고, 필요한 경우 동역자를 파송했다. 이런 모습은 오늘날 멀티교회가 동일한 복음과 비전을 공유하면서도 각 지역의 상황에 맞게 사역하는 구조와 닮아있다.

 

사도 바울은 멀티교회적 교회 개척자의 중요한 모델이다. 바울은 단순한 전도자가 아니라 교회를 세우는 개척자였다. 그는 복음이 필요한 지역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믿는 자들을 제자로 삼으며, 그들과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고 양육하는 공동체를 세웠다. 바울은 자신을 “지혜로운 건축자”라고 표현하며 교회의 터를 닦는 사명을 분명히 인식했다.


바울의 교회 개척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그는 직접 복음이 필요한 곳으로 들어가 교회를 세웠다.
둘째, 그는 혼자 사역하지 않고 팀으로 사역했다. 바나바, 마가, 실라, 디모데, 누가 등 다양한 동역자들이 바울의 사역에 함께했다.
셋째, 그는 교회를 세운 뒤 그 지역의 지도자를 세워 리더십을 위임했다(행 14:23).
넷째, 그는 개척된 교회들이 서로 협력하도록 했다. 빌립보교회와 마게도냐 교회들은 바울의 사역을 후원했고, 바울은 디모데와 디도를 여러 지역에 파송하여 교회를 돌보게 했다.

 

이런 바울의 사역은 단순한 교회 확장이 아니라 재생산이었다. 바울은 한 교회를 세우고 끝내지 않았다. 그는 제자를 세우고, 지도자를 세우고, 그 지도자들이 다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도록 했다. 디모데후서 2장 2절에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고 권면한다. 여기에는 바울, 디모데, 충성된 사람들, 또 다른 사람들로 이어지는 재생산의 원리가 담겨 있다. 초대교회는 이러한 방식으로 복음과 공동체를 확장해 갔다.


결국 멀티교회는 현대 교회가 만들어 낸 단순한 운영 방식이 아니다. 그 뿌리는 예수님의 대위임령, 예루살렘교회의 파송과 돌봄, 안디옥교회의 선교적 헌신, 바울의 교회 개척과 재생산 원리에 닿아 있다. 멀티교회는 건강한 교회가 또 다른 지역에 복음 공동체를 세우고, 그 공동체가 다시 제자를 삼고 교회를 세우도록 돕는 선교적 구조이다. 물론 멀티교회가 성경적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확장이나 숫자 증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중심에는 반드시 복음, 제자 삼음, 리더십 위임, 지역 공동체 섬김, 교회 간 협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교회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생명력 있는 교회는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삼고, 또 다른 공동체를 낳는다. 그런 의미에서 멀티교회는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초대교회가 보여준 재생산의 원리를 오늘의 지역과 문화 속에서 실천하려는 시도이다. 교회가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복음이 필요한 곳으로 나아갈 때, 멀티교회는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성경적이고 선교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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