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박물관 이야기 (5)

  • 등록 2026.08.12 15:51:52
크게보기

현장! 성경을 보는 창(17)
-금석병용기시대(Chalcolithic Period): '아이돌’의 전성기-

 

박물관에서 전시할 유물을 선정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한 시대에 속한 다양한 유물 가운데 전시품을 선정할 때는 일반적으로 일정한 기준이 적용된다. 예술성, 희귀성, 보존 상태, 독창성,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성과 시대정신 및 물질문화를 얼마나 잘 보여 주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기원전 5000~3300년은 고고학에서 금석병용기 시대(Chalcolithic Period) 로 불린다. 흥미롭게도 이스라엘 박물관은 이 시대를 ‘종교의 발전기’ 라고 명명한다. 실제로 박물관 진열대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우상(idol)과 제의용 유물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금석병용기 유적에서 우상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박물관이 이 유물들을 중심에 배치한 것은, 그것들이 이 시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표적 유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금석병용기 시대는 어떤 사회였을까?
이 시기에는 이전의 신석기 시대보다 집단생활이 더욱 발전하고 사회 조직이 한층 복잡해졌다. 농업과 목축이 크게 성장했고, 구리 제련 기술이 시작되었으며, 장인의 전문화와 장거리 교역도 활발해졌다. 아미하이 마자르(Amihai Mazar)가 지적하듯, 사회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기술은 혁신적으로 발전했으며 경제적 기반도 크게 향상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종교적 관심 역시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유물은 바로 그 사실을 증언한다. 조직화된 종교가 급속히 발전한 것이다.


이 시기에 최초의 성소(sanctuaries)가 등장하고, 여성상·남성상·동물상·구리 우상·석회암 우상 등 다양한 제의용 우상이 제작되었다. 제단(altars), 의례용 기물(cult objects), 그리고 종교 의식과 관련된 여러 유물도 이스라엘 전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전문 사제가 등장하고 종교는 사회 전반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종교 유물들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부 네게브와 브엘세바, 유대광야, 요단계곡, 셰펠라와 해안평야, 갈릴리와 골란고원에 이르기까지 가나안 전역에서 확인된다. 이스라엘 박물관이 이 시대를 ‘종교의 발전기’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엔게디 성소(Ein Gedi Sanctuary), 길랏(Gilat), 텔레일라트 가술(Teleilat Ghassul), 비르 에스 사파디(Bir es-Safadi), 그리고 우브다 계곡(Uvda Valley)의 레오파드 템플(Leopard Temple) 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금석병용기 종교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유적이다. 또한 유대광야의 나할 미슈마르(Nahal Mishmar) 에서는 약 430점의 구리 제의용 기물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당시 종교 의식의 규모와 복잡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에 따라 우상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농경 지역에서는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유물이, 목축 지역에서는 가축과 관련된 상징물이 집중적으로 발견된다. 예를 들어 브엘세바 지역은 연평균 강수량이 약 200~250mm 정도로 농업과 목축이 모두 가능한 환경이었다. 이 지역의 길랏에서는 목축과 관련된 제의 유물과 우상이 발견되었고, 다른 농경 지역에서는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우상들이 나타난다. 남부 우브다 계곡에서는 당시 그 지역에 서식하던 맹수를 숭배한 것으로 보이는 레오파드 템플이 발견되었다. 농부는 풍년을, 목자는 가축의 번성을, 광부는 안전한 채굴을, 가정은 출산과 번영을 소망했다. 인간의 필요가 종교적 상징을 만들었고, 그 상징이 우상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출애굽기의 금송아지 사건과 열왕기의 바알·아세라 숭배뿐 아니라, 에스겔 14장은 “마음에 우상을 두었다” 고 말한다. 골로새서 3장 5절은 “탐심은 우상숭배” 라고 선언한다. 결국 성경이 말하는 우상의 본질은 형상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다. 인간이 자신의 필요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으며 절대적인 가치와 신뢰를 부여하는 대상, 그것이 곧 우상이다.


금석병용기 시대의 우상은 돌과 상아, 흙과 구리로 만들어졌다. 오늘날의 우상은 돈과 성공, 권력과 명예, 기술, 심지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인간은 여전히 자신의 필요를 해결해 줄 대상을 찾고, 그 대상에게 최고의 가치와 신뢰를 부여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종교심은 약화된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질 뿐, 무속과 사후 세계, 그리고 각자의 ‘아이돌’에는 오히려 병적으로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상의 역사는 조각상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 욕망의 역사이다.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은 여전히 자신의 필요를 채워 줄 대상을 찾고, 그 대상에게 하나님을 대신할 최고의 가치와 신뢰를 부여하려 한다.

 

성경현장연구소

김상목 소장

신광교회협동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 Copyrights ⓒ침례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7238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6길 10, 11층 침례신문사 (02) 2681-9703~5 Fax (02) 2681-9706 bbbbb9191@naver.com l bpress7@hanmail.net 등록번호 : 서울, 다06725 | 등록일 : 1977년4월14일 | 발행인 : 침례신문사 강형주 | 편집인 : 강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