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깊은 상흔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치유되지 않으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결국 불행한 비극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6월 25일은 민족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지울 수 없는 아픔이었던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6주년이 되는 날이다. 포성이 멈춘 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남북 관계는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더욱이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포스트 세대가 우리 사회와 교회의 주류를 이루면서, 당시에 흘린 피와 눈물의 무게가 점차 흐려지고 안보 의식이 불식되는 현실은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한국교회는 이 준엄한 시점에서 단순한 과거의 기념식을 넘어,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성경적 평화의 가치를 이 땅에 공고히 심어 가야 하는 영적 책임을 무겁게 마주해야 한다.
돌아보면 6·25 전쟁 당시 수많은 믿음의 선진과 성도들은 신앙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그리고 고통받는 이웃을 돌보기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낙심하지 않았고, 전장의 포화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예배의 제단을 쌓았으며, 전후 폐허 위에서 오직 복음의 씨앗을 다시 뿌려 오늘의 한국교회를 일구어냈다. 이러한 기적 같은 역사는 인간의 생사화복과 나라의 흥망성쇠가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손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결코 값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며, 역사의 모퉁이마다 심겨진 숭고한 희생의 열매다. 포탄이 빗발치는 전선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 장병들과 이름도 모르는 이국의 땅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UN군 참전용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교회가 존재할 수 있었다.
성경은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요 15:13)라고 말씀하며 희생적 사랑의 가치를 역설한다. 이들의 희생은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사랑과 헌신의 가장 구체적인 실천이었으며, 오늘을 사는 우리가 평생을 두고 갚아야 할 영적, 도덕적 부채다. 이제 총회와 지방회, 그리고 모든 개교회는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며, 참된 보훈의 의미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수하는 역사 교육과 신앙 훈련에 행정적, 재정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참된 평화는 강력한 국방력이나 정치적인 외교 수사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오직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만 온전히 실현된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와 이념적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침례교회가 이 땅에 평화를 불러오는 책임을 다해 하나님과 세상, 인간과 인간 사이를 화목하게 하는 피스메이커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다가오는 6·25를 맞아 우리 모두가 민족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 제단마다 간절한 기도의 불길을 태워야 한다. 철저한 안보 의식을 바탕으로 복음 통일을 준비하며, 복음의 빚진 자로서 소외된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흘려보낼 때, 한반도를 향한 하나님의 참된 평화가 마침내 꽃피우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