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양적 감소와 영적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는 가운데, 우리교단 총회가 마주한 최신 교세 통계의 지표 역시 교단의 미래를 향해 무거운 경고등을 켜고 있다. 인구 절벽과 종교적 무관심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파도 속에서 들려오는 교세 감소의 소식은 단순한 숫자의 위축을 넘어, 마땅히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신앙 공동체의 영적 건강 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침례교의 자랑인 개교회 자율성이 자칫 ‘내 교회만 안녕하면 그만’이라는 고립된 개교회 중심주의로 오독될 때, 교단 전체의 상생과 상호 부흥의 길은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이제는 차가운 지표 앞에 나타난 현실을 엄밀히 직시하고, 침례교의 신앙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뼈를 깎는 혁신과 복음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영적 정체성은 성경의 최종 권위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고백하는 데서 출발한다. 신약성경에 나타난 초대교회들은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알 수 있듯이, 각 교회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복음 전파와 교단의 수호를 위해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소통했다. 교세 감소의 내부적 원인을 들여다보면 성도들이 만인제사장으로서 받은 각양의 은사를 질서 있게 조화시키지 못하고, 협동 공동체로서의 연대 책임을 소홀히 한 탓이 크다. 철저한 신학 교육과 영적 훈련을 거친 전문 목회자가 말씀 증거와 교회의 치리를 바르게 감당하도록 개교회가 든든히 뒷받침하는 동시에, 무질서와 이단 사이비의 위험으로부터 복음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상호 연결돼야 한다는 성경적 원칙에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
또한 교세보고서 제출과 협동비 납부는 단순한 행정적 절차가 아니라, 교단이라는 협동 공동체를 지탱하고 건강하게 기능하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약속이자 책임이다. 교세보고를 소홀히 하거나 연대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는 개교회의 자율성을 넘어 교단 전체의 눈과 귀를 가려 영적 위기 대처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교단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자발적 협동 프로그램(CP)’의 본질은 외부의 강제가 아닌, 복음적 필요에 의해 스스로 함께 걷는 연대 정치원리에 있다. 수많은 농어촌 교회와 미래자립교회가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금, 재정과 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통해 상생의 길을 여는 건강한 행정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된다.
영적 위기의 지표는 도리어 교단이 근본적인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거룩한 기회이기도 하다. 총회와 각 지방회는 눈앞의 교세 감소를 방어하기 위한 단기적인 대증요법에 안주하지 말고, 목회 후보자의 철저한 내외적 소명의식을 확증하며 성도들을 향한 본질적인 말씀 양육 체계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 지난 회기 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사역 경험을 거울삼아, 오는 회기에는 개교회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교단 산하의 국내선교회와 해외선교회, 교회진흥원 등 전문 기관들과 자발적으로 동역하는 상생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숫자의 위축에 함몰되어 패배주의에 빠지기보다,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 철저히 복종하며 섬김의 종으로 세상 앞에 설 때, 교세 통계의 경고등은 마침내 교단의 새로운 부흥을 가리키는 소망의 신호등으로 바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