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선교지에 전달되는 선교비에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는 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한국교회 해외 선교 재정 운용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8월 7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CTS 컨벤션홀에서 ‘해외선교비 관련 세법 개정 대응 공청회’를 개최하고, 개정 세법이 한국교회 해외 선교에 미칠 영향과 교계 차원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2월 27일 개정 시행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과 법인세법 시행령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종교 공익법인의 범위를 ‘비영리 내국법인 및 거주자’로 한정한 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 교회가 해외 현지 법인이나 비거주자인 해외 선교 단체, 외국인 등에게 선교비를 송금할 경우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고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될 위험에 처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교회 세무재정연합 김영근 회계사(한교총 세정대책위원회)는 이번 세법 개정의 배경과 심각성을 집중 조명했다. 김 회계사는 “이번 개정은 과거 한 이단 단체가 해외 지부에 수십억 원의 선교비를 보낸 것에 대한 과세 소송에서 승소하자, 정부가 해외 자금 유출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이어 “정부 조치가 기독교만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선교 활동을 펼쳐온 한국교회 전체가 동일한 규제 대상이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의 설명에 따르면,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2조 1호는 공익법인의 요건으로 국내 거주성을 엄격히 요구한다. 이에 따라 해외 선교 목적으로 송금된 재산이라도 수증자가 해외 비거주자이거나 외국 법인일 경우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김 회계사는 “해외 현지 교회나 단체에 전달되는 선교비가 비공익법인 지출로 분류되면, 세출 규칙 위반으로 부과되는 증여세율이 최대 70%에 달할 수 있다”며 “해외 선교비 지급 방식에 대한 철저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선교사들의 재정 지원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김 회계사는 해외 선교사 지원금을 정기 사례비와 선교 활동비로 세분화해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정기 사례비는 종교인 소득 신고를 통해 정식 소득 처리하고, 차비나 업무용 비용 등 필수 경비는 교회 정관에 선교 활동비 비과세 항목을 신설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다만 해외 부동산 매입이나 신학교 건립, 현지 사회사업 등에 들어가는 대규모 지출은 과세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보류하거나 전문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KWMA 강대흥 사무총장은 “예배당이나 센터를 건축하는 프로젝트 중심 사역을 지양하고 현지 교회가 스스로 제자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 선교로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한교총과 KWMA는 정부 및 관계 부처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후관리 가이드라인 마련과 법령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교회 세정대책위원회는 과세 당국의 사후관리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식 종교 코드 확인, 현지 영수증 확보, 선교회계 검증 보고서 제출 등 객관적인 증빙 체계를 구축하고 11월까지 세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범영수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