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깊은 생명의 위기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약 1만 5천 명에 달하는 이웃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현실은 이 땅이 직면한 절망의 깊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대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인 54%가, 50대 사망자 중 12.2%가 스스로 삶을 내려놓았으며,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굴레는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벗어던지지 못했다. 2위와의 격차 또한 현격하여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온다. 사업의 실패와 빚더미, 학업과 취업의 문턱에서 겪는 좌절, 관계의 단절과 가정의 해체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너무도 손쉽게 죽음을 떠올리는 까닭이다. 절망이 찾아오면 포기와 파국을 먼저 떠올리는 죽음의 가치관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극심한 재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사회가 구성원의 연쇄적인 죽음을 당연한 수순으로 방치하고 묵인한다면 그 공동체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한자로 풀어낸 생명(生命)은 문자 그대로 ‘살아내라’는 명령이다.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선조들조차 생명을 하늘이 내린 명령으로 여겼거늘, 성경은 인간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선언하며 그 주권이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셨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스스로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선포하셨으며, 성령께서는 생명의 법으로 우리 안에 살아계신다. 세상을 향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선언하신 주님의 말씀은, 어둠이 짙게 깔린 이 땅에 참된 생명의 가치관을 밝히라는 시대적 명령이다. 세상은 실패한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죽음을 부추기지만, 복음은 그 어떤 순간에도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성도의 사명임을 가르친다. 절망과 죽음의 어둠이 가득한 이 땅에 교회가 보유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생명관을 선포하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소망의 길을 제시하는 것은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 선교적 과제로 다가온다.
최근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도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계의 협력과 역할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지난 7월 한성숙 국무총리는 취임 직후 교계 지도자들을 방문해 생명 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교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김용 박사 역시 자살 문제를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시민 간의 의미 있는 대화와 공동의 의지가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제 교회는 복음의 빛을 말 아래 숨겨두는 폐쇄적인 신앙을 벗어나 세상을 밝히는 등잔대 위에 빛을 올려놓아야 한다. 삶의 현장에서 절망하는 이웃에게 “함께 살아내자”는 따뜻한 안부와 소망을 전할 때 죽음의 문화는 비로소 물러갈 것이다.
우리 침례교회가 앞장서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전문적인 생명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영적·정서적 파수꾼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강단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끊임없이 선포하고, 성도들은 이웃의 아픔을 돌보는 구체적인 돌봄 사역에 앞장서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살기 힘들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살아내게 하신다는 소망의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곧 빛을 비추는 일이다. 십자가의 복음으로 생명의 빛을 품은 한국교회가 앞장서 이 땅의 죽음의 어둠을 물리치고 희망의 새날을 열어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