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모자무싸 산상수훈: 무가치함을 뒤집는 팔복 이야기’

박은규┃300쪽 / 18000원 / 도서출판 디사이플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꼽히는 칼 바르트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필자에게는 신앙과 현실 감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한 이 경구는 성도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를 깊이 공감하고 통찰해야 한다는 쪽으로 더 와닿는다. 그 이유는 성경에 천착하여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하는 목회자의 틀에만 갇혀 상대적으로 피상적이고 훈수쟁이처럼 성도의 삶의 자리를 대하는 오류를 적지 않게 범하기 때문이다.


인간 삶의 자리, 삶의 구조, 내면의 공통된 원형적 심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이야기이고, 이런 점에서 인간을 ‘호모 나란스(Homo narrans)’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야기를 시청각적으로 구체화하고 갈등을 살아있는 행동으로 재현하는 매개체가 드라마이다. 그리고 인간 삶에 대한 통찰, 감동과 공감을 담은 드라마는 흔히 ‘인생 드라마’로 불린다. 저자는 20년 동안의 청년사역 경험에서 청년들이 인생 드라마에 깊이 공감하며 인터넷에서 그 내용을 모방하여 퍼뜨리는 ‘밈’(meme) 문화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모자무싸 산상수훈’은 우리 세대의 삶, 특히 청년세대의 삶의 자리를 깊이 조망하고 공감하는 인생 드라마 8편을 모티브로 산상수훈의 명징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풀어 놓으며 소통을 시도한다. 목회자가 성경에 천착하여 깨달은 통찰과 메시지는 삶의 자리에 있는 성도의 현실을 조명하고, 그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하며 교정하는 은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자무싸.” 낯선 신조어처럼 보이는 이 제목은 비교적 최근에 방영된 인생 드라마 제목을 줄인 말이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본서에 등장하는 드라마 중 청년들이 ‘미생’의 장그래(임시완)가 계약직 인턴이라는 이름표 하나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했던 순간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세상의 편견 앞에서 스스로를 설명해야 했던 순간에, 많은 청년세대가 함께 눈물지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그 이야기가 곧 오늘 자신의 이야기, 나아가 우리 시대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를 요구받고, 증명해 내어야만 소위 ‘루저’가 아닌 ‘위너’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한 시대의 자화상이다.


저자의 전략은 명료하다. 청년들이 밤새워 보았던 ‘미생’,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간실격’, ‘우리들의 블루스’, ‘이태원 클라쓰’ 등 여덟 편의 드라마를, 예수님이 산 위에서 선포하신 여덟 개의 복과 나란히 세운다. 장그래의 갈증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의 복으로, 우영우가 세상의 판단 앞에 선 자리는 ‘긍휼히 여기는 자’의 복으로, 박새로이(박서준)가 거부당하면서도 굽히지 않았던 시간은 ‘의를 위하여 박해받는 자’의 복으로 되읽힌다. 세상이 실패라 부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정반대로 “복이 있다”고 선언하셨다는 사실을 저자는 끈질기게 짚어낸다.


“너는 비어 있어서 끝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이 여느 산상수훈 해설서와 다른 지점은 바로 여기다. 각 장은 본문 강해로 끝나지 않는다. ‘LET’S DO IT’이라는 이름의 실천 과제와 말씀 앞에 자신을 비추어 보게 하는 ‘리버스 훈련’ 질문이 매 장 끝에 놓여 있다. 판단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사람의 이름으로 조용히 기도해 보라는 5장의 제안처럼, 이 책의 실천 지침은 관념이 아니라 20년간 숱한 청년 소그룹과 상담 자리에서 다듬어진 것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청년부 소그룹 교재로 펼쳐놓았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좋은 책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는 추천자의 말처럼, ‘모자무싸 산상수훈’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자기 증명의 무게에 지친 청년들에게, 그리고 그들을 매주 마주하는 사역자들에게, 청년을 자녀로 두었거나, 청년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어른 세대에게 이 책은 세상과 정반대의 답을 내놓는다. 부족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무가치함을 느끼는 바로 그 자리가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는 자리라고. 오늘도 자신을 증명하느라 지친 이 시대의 모든 청년에게, 그리고 그들을 품어야 할 모든 교회에 이 책을 권한다.

박찬익 목사(교회진흥원 출판팀장)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