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남(2)

2024.04.24 13:15:03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6
김진혁 목사 / 뿌리교회

“다시 한 번 불러봐라. 노래 죽이네!”


“그래, 다시 한 번 해봐.”


“알았어.”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녀석들이 저를 따라 한 소절 한 소절 같이 부르기 시작합니다. 한 열 번쯤은 반복했을까요, 영수가 뜻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나 사실 교회 다녔었다.”


1992년 10월 28일 휴거설을 주장하던 단체를 기억하실 겁니다. 자신이 다니던 다가동 광O교회 여자 목사님이 어느 순간 갑자기 휴거를 말씀하시며 아이고 어른이고 매일 집회를 다녔는데, 자신도 그 때까지 가족과 함께 매일 교회에 나가 찬송하고 부르짖었답니다. 


드디어 D-day, 학교도 가지 않고 교회에 모여 기도로 대기하던 중, 그 하루가 그냥 흘러가 버렸고, 당시 함께 했던 학생회 친구들이 거의 다 실망하며 교회를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교회로는 한 번도 걸음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 때 영수와 함께 교회를 빠져나온 제법 친한 친구 중에는 나중에 이름 있는 한류 여배우가 된 친구도 있었다는데 옆에서 가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 녀석이 영수의 이마를 한 대 쥐어박으며 헛소리 그만하고 다시 이 노래 좀 불러보자 합니다. 그 녀석이야말로 교회 근처도 가 본 적 없는 놈이었는데 이 노래가 너무 좋아 완벽히 배울 때까지 잠들지 않겠다며 몇 번이고 불러 달라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렇게 찬양을 부르게 하면서도 홀짝 홀짝 술을 한 잔 하다가 늦은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날이 밝은 지 한참 지나 일어나보니 영수와 저만 남았고 녀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학원에서도 보이지 않고 자취방에 찾아오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학원으로 녀석의 부고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한참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다 잠든 그날 새벽, 자취방을 나서 집까지 비몽사몽간에 걸어가다 넘어져 마침 옆을 지나던 포크레인에 깔려 사망한 것입니다.


당장에 녀석이 누워있는 예수병원으로 달려가 녀석의 시신을 보여달라 때를 썼습니다. 어린 녀석 둘이 유족과의 상의도 없이 달려드니 놀라 저희를 밀어냈습니다. 한참 실랑이하다 녀석의 어머니를 뵙고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려 조문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인근 아파트 후미진 곳을 찾아 들어가 토하도록 술을 마신 뒤 영수와 함께 실컷 울었습니다. 가슴 속 그 북받침을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 예수님의 이름을 수백 번을 부르다 잠이 들었는데 그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혼자였습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학원도 나가지 않고 영수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서로 연락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취방에서 멍하니 시간만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영수가 찾아왔습니다. 말없이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고 들어와 김치볶음을 만들어 밥을 비볐습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서로를 불렀습니다.


“야!” “영수야, 우리 고등학교 들어가자.”


“그래. 이러다 그 새끼 따라 죽으면 억울헝께 학교 들어가자”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빠, 시험 원서 좀 접수해 줘요.”


 그렇게 저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영수는 전주에 남아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습니다. 먼저 세상을 뜬 친구 녀석은 결국 똑바로 보고 싶어요를 거의 완벽히 부르고 잠을 잤었는데 지금껏 살았다면 목사가 된 이 친구 놈을 어떻게 바라볼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영수 녀석과 같겠지요. 


“야이 사이비 새끼야”


“윤아, 잘 있냐. 아버지가 월남에서 당신 손으로 죽인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다는 말씀이 무언지 이제야 알겠다. 방황하던 시기에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니가 하나님도 모르고 비명횡사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이 못난 친구를 용서하거라. 내 비록 큰 일은 못해도 영수만큼은 다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떠나게 해야지. 오늘도 아쉬운 마음에 하늘만 본다.”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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