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나무) - 예수님이 사용하신 극적인 강조법

  • 등록 2025.07.30 14: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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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성경을 보는 창(6)

이와 같은 갭(gap)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처음 말씀이 선포됐던 현장의 언어, 생활, 자연환경, 즉 문화적 배경을 통해서 성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올바른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겨자씨의 진실은 무엇인가.


첫째로, 우리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씨 중에 가장 작은 씨’라는 표현이다.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성경 본문에 사용된 ‘씨’는 헬라어로 ‘스페르마(sperma)’인데 보리, 밀과 같은 곡식 알갱이 또는 견과류의 알맹이를 지칭하는 의미로 쓰였다. 좁쌀만 한 겨자씨는 밭에 심는 곡식 알갱이들 가운데 작은 씨로 표현해도 1세기 청중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예수님은 가장 효과적인 의미 전달을 위해서 가장 극적인 강조법을 사용하신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겨자씨가 ‘풀보다 크게 자라 나무’가 된다는 표현이다. 예수님의 비유에 따르면 결국 밭에 나무를 심고 그곳에 있는 풀(나물, 채소)과 어느 것이 더 크게 자라는지 비교하는 꼴이 된다. 나무의 크기를 말할 때 풀을 그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일반적이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다. 뿐만 아니라 식물학적으로 나무 형태의 겨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우리가 성경을 주의 깊게 관찰하거나 상식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같은 표현은 예수님께서 겨자씨를 ‘씨 중에 가장 작은 씨’로 표현했던 것처럼 극적인 과장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과장법을 통해서 청중들의 귀와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고, 동시에 비유의 의미를 극대화시켜 그들에게 깊이 각인시키기 위한 수사적 표현인 것이다.


당시 그 현장에 있었던 청중들은 예수님이 겨자를 나무로 표현했을 때, 오늘날 우리처럼 실제 나무로 오해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식물인 겨자를 나무로 표현하는 수사법에 그들은 박장대소하며 예수님을 대단한 달변가(story teller)라고 환호성을 보냈을 것이다.


세 번째로 겨자씨가 자라면 가지를 내고 새들이 깃든다는 표현은 겨자가 나무라는 우리의 왜곡된 선입견을 확고하게 만든다. 이 말씀 역시 예수님이 비유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사람들에게 확고하게 형상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스라엘의 겨자는 더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5월이 되면 마르기 시작한다. 누렇게 말라버린 겨자 줄기는 마치 고춧대와 같이 단단해지고 그곳에 새들이 떼를 지어 깃드는 모습은 너무나 일상적으로 목격되는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겨자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는 1세기 이스라엘 사람들의 관용적 표현에 있다. 당시 사람들에게 겨자씨는 ‘작은 것’을 의미했다. 씨 가운데 겨자씨보다 작은 씨는 얼마든지 있지만 말씀이 선포된 현장에서 겨자씨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관용적 표현이었다(우리 문화에서 ‘주먹만 한 놈’ 할 때 이보다 작은 것은 얼마든지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작다’ ‘하찮다’는 의미의 관용적 표현으로 사용한다).


겨자씨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가 하나 더 남아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기 위해서 왜 겨자씨 비유를 사용하셨을까. 예수님은 겨자씨 비유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의 어떠한 특징들을 청중들에게 전달하시려 했던 것인가.


먼저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변화력(changing power)’에 대해서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겨자씨 비유를 사용하셨다. ‘씨 중에 가장 작은 씨’로 시작해서 ‘자라면 나무가 된다’고 표현하시며, ‘새들이 가지에 앉는 모습’을 더해서, 커다란 나무의 이미지를 완성하신다. 이 과장법을 통해서 주님은 그 변화의 힘, 변화의 폭, 변화의 크기를 전달하셨던 것이다. 과연 누가 그 좁쌀만 한 겨자씨를 보고 새들이 깃드는 나무로 변화될 것을 상상할 수가 있겠는가. 이와 같이 복음의 씨가 떨어지고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변화를 경험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그 깊이와 넓이를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전파력(spreading power)’에 대해 청중들과 소통하기 원하셨다. 봄이 오면 이스라엘 전 지역은 노란색 겨자 꽃으로 뒤덮인다. 겨자씨 하나가 땅에 떨어져 싹이 나면 이듬해 그 지역은 겨자밭으로 변해버린다. 겨자씨의 전파력은 그 땅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살아갔던 사람들에게 아주 잘 알려진 그리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나님 나라의 특징 또한 그 전파력에 있는 것이다. 갈릴리 호숫가에서 예수님이 선포한 복음이, 그리고 사도들이 전한 복음이 지구를 많은 민족에게 퍼지고 우리까지 전해졌으니 말이다.


봄철 이스라엘에 가면 어디서든지 노란 꽃이 활짝 웃음을 머금고 답사객들을 반길 것이다. 그 꽃이 겨자라 하면 더 이상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 겨자씨 비유로 하나님 나라의 속성을 전하려 하셨던 예수님과 소통하는 1세기 갈릴리 호숫가의 청중들이 되어 보시기를 바란다.
 

김상목 목사
성경현장연구소 소장
신광교회 협동목사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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