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세우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데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승천하실 때 우리에게 주신 지상대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 바로 교회이다. 과거 교회는 부흥의 상징이었으며 교회의 규모는 바로 예배당의 규모에 있었다. 하지만 교회의 성장이 둔화되고 시대가 변화되면서 부흥의 상징인 교회 건물에 대한 인식은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미국교회처럼 예배당을 함께 사용하는 교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광주제일교회(진일교 목사)는 지난 7월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측 교회인 충광교회(이재현 목사)와 예배당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충광교회가 새 예배당을 건축기간 동안 임시 예배 처소가 필요했고 광주제일교회는 자신들의 공간을 기꺼이 헌신하며 아름다운 연대를 이뤄내며 지역교회에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진일교 목사를 만나 두 교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먼저 광주제일교회 예배당을 충광교회가 사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충광교회가 새로운 예배당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약 1년 동안 예배 공간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충광교회는 임시 예배 처소를 알아보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에 공간임대를 문의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웃 형제교회인 저희 교회에 사용 여부를 문의했습니다. 이 문제는 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교회 성도들과 상의한 끝에 ‘교회는 건물보다 사람’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섬김을 하자’는 마음으로 충광교회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 이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선택에 대한 부담감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저는 교회 건물을 성도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받은 은혜를 이웃과 나누고 지역 교회 간에 서로 돕고 함께 서는 것이 본래 교회의 모습이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결정을 한 이후, 여러 문제들을 직면하긴 했습니다. 부족한 주차공간이나 예배 시간 문제, 관리 인력의 수고가 더해져야 하는 문제, 성도들의 반응 등 모든 것이 만만치 않은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함께 한다는 것이 복음적 가치를 실천하는 길이라는 점을 공유하며 우리 교회가 좀 더 성숙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꽤 오랜 시간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주일 풍경이 궁금합니다.
= 먼저 충광교회 성도수가 저희보다 많습니다. 저희 의자로는 부족해 보조의자를 100여개 정도 추가해야 하고 예배 공간에 들어가는 비품 조정도 각 교회 상황에 맞게 준비했습니다. 음향장비도 두 교회에 맞게 세팅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부사역자들이 수고로이 헌신했습니다. 먼저 저희는 11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예배 시간을 30분 늦췄고 충광교회는 아침 일찍부터 예배를 시작합니다. 두 교회가 최대한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시간을 지키고 공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주일 아침이면 두 교회 성도들이 같은 건물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 공간을 두 교회가 사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기존의 제일교회 공간을 두 교회가 활용해야 하기에 본당을 비롯해 부속공간을 리모델링하고 공간을 사용하면서 기존에 사용빈도가 낮은 공간들이 활력을 찾게 됐습니다. 아울러 두 교회가 사용하게 되면서 주일 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교회를 찾는 이들이 생기면서 주변 상권이나 지역 주민에게도 적잖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교회 성도들이 ‘우리 교회가 지역 공동체를 섬기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진 것입니다. 나눔의 기쁨을 체험하며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이 교회가 누리게 된 가장 큰 유익이라 생각합니다.
◇ 광주제일교회와 충광교회에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충광교회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통교회입니다. 이재현 목사는 전통교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교회의 안정을 추구하며 아울러 전남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현 예배당을 새롭게 지음으로 지역주민과 청년세대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예배당 건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광주제일교회 역시 지역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교회로 교회의 무너진 세대인 다음세대를 품기 위해 다양한 변화와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충광교회가 새로운 예배당 건축을 위해 우리 교회 예배당을 임시로 사용하면서 그동안 사용했던 강대상과 의자 등을 필요한 다른 교회에 나눴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건을 나누는 의미를 넘어 서로의 신앙과 나눔을 증언하는 상징이 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교회의 건물은 목적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주어진 도구입니다. 이번 우리 교회와 헌신과 나눔의 경험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손을 내밀고 섬길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두 교회의 동행이 은혜의 흔적으로 오래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호남제주지방국장
김경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