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면서부터 로잔에 대한 갑론을박이 유튜브나 SNS에 판을 치고 있다. 대다수가 유튜브나 SNS 목사로 교단 소속이 아닌 독립 교단이고, 일부는 이단으로 판명된 자도 있고, 그리고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한상협)와 세계기독교이단대책협회(세이협)도 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한 가지다. 일반교회를 파괴・붕괴시키거나 반(反) 대형교회 정서를 확산시키는데 ‘로잔’ 만한 먹잇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로잔에 대해 20%, 30% 아는 것을 마치 100% 아는 것처럼 포장해서 독자와 청취자들을 현혹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수십 년간 각 분야에 저명한 복음주의 신학자 136명이 지난 9월 9일(월) “로잔 운동은 극단적 분리주의와 WCC 에큐메니컬 선교운동을 반대하기 위해 일어났다”며 제4차 로잔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독자 여러분들은 누구의 견해를 따르는 것이 옳다고 보는가? 한국 교계에서 인정받은 복음주의 신학자들인지, 아니면 정통 교리와는 동떨어진 일부 유튜브 목사들의 목소리인지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사실 로잔 정신과 신학을 알 수 있는 로잔 공식 문서인 로잔 언약(1차), 마닐라 선언문(2차), 케이프타운 서약(3차), 서울 선언문(4차), 그리고 로잔 주제 보고서(LOP)를 자세히 읽고 분석하지 않으면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끊임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로잔 운동이 추구한 신학에 관해 설명하려고 한다.
첫째로 로잔 운동은 종교 다원주의를 철저히 배격한다.
종교 다원주의란 ‘교회 밖의 구원’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로잔 운동은 종교 다원주의 신학을 철저히 거부한다. 이를 로잔 언약 3항의 “예수님 외에 우리가 구원 받을 다른 이름이 없다”라고 했고, 마닐라 선언문 1부 7항의 “우리는 다른 종교나 이데올로기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또 다른 길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말미암아 구속되지 않는다면...심판에 이른다는 것을 단언한다”라고 했고, 케이프타운 서약 1부 4항의 “우리는 그리스도를 선포한다...그리스도 한 분만을 통해 세상의 구원을 성취하셨다”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유튜브 목사들이 “로잔대회가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포용적”이라는 주장에 반드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아님은 말고 식”의 무성의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로잔 운동은 일반 계시를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없음을 로잔 언약 3항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는 자연에 나타난 하나님의 일반 계시를 통해 모든 사람이 하나님에 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 이것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부인한다.” 나아가 로잔 운동은 혼합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 이를 로잔 언약 3항에 보면 “우리는 또한 모든 종류의 혼합주의를 거부하며, 그리스도께서 어떤 종교나 어떤 이데올리기를 통해서도 동일하게 말씀하신다는 식의 대화는 그리스도와 복음을 손상시키므로 거부한다”라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로잔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확언했고, 일반 계시와 혼합주의를 강력히 거부한다. 로잔 운동은 WCC의 신학적 견해와 다르고, 종교다원주의에 개방적인 로마가톨릭의 선교 입장과 분명히 다르다.
둘째로 로잔 운동은 신사도 운동을 단호히 거부한다.
오늘날 삶은 매일 영적 전쟁을 겪는다. 선교지에서의 삶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로잔 언약 12항의 영적 싸움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자신을 무장하고, 진리와 기도의 영적 무기를 가지고 이 싸움을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안다”라고 밝혔고, 마닐라 선언문 1부 11항에서 “우리는 영적인 싸움을 위해서는 영적 무기가 필요하므로, 성령의 능력으로 말씀을 선포하며...정사와 악의 권세를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해야 함을 단언한다”에서 밝혔듯이 로잔의 영적 전쟁은 말씀을 선포하고 악의 권세를 무찔려 복음을 확산시키는 데 필요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한상협과 세이협은 작년 8월 22일 “로잔 운동의 정체와 문제 제기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통해 1989년 제2차 마닐라 대회에서 신사도 운동의 주창자인 피터 와그너(Peter Wagner) 박사가 주강사로 참석해서 신사도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이 역시 반드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2차 로잔대회 때 피터 와그너는 주강사로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 은사주의자들이 참석했지만 신사도 운동과는 무관한 자들이었다. 신사도 운동의 핵심 중의 하나인 영적 도해(spiritual mapping)를 와그너가 처음 사용한 때는 1993년 국제추수사역회(Global Harvest Ministries)라는 단체가 설립되면서부터였다. 이때 와그너는 이 영적 도해의 개념을 복음 전파와 교회 개척에 접목했고, 신사도 운동에 신학적인 영향을 주어 관련 저술과 강연을 통해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와그너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영적 도해, 지역의 영, 땅 밟기 기도 등의 비성경적인 주장을 했고, 2001년에는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신사도 운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신사도 운동을 확산시켜 나갔다. 정리하자면 1993년에 국제추수사역회를 설립해 영적 도해를 처음 사용한 것과 2001년에 신사도 운동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시기를 본다면 와그너의 신사도 운동이 1989년 2차 로잔대회에 영향을 끼쳤다는 세이협・한상협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로잔 운동이 주장하는 영적 대결은 신사도 운동이 주장하는 비성경적인 영적 도해, 지역의 영, 땅 밟기 기도와는 신학적으로 전혀 다르고, 매일 영적 전쟁에서 싸워서 이기고, 복음 전파를 위해 필요한 영적 무기로 영적 전쟁에서 이기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신사도 운동과는 다르다.
셋째로 로잔 운동의 총체적 선교는 WCC의 총체적 선교와 전혀 다르다.
총체적 선교(Integral Mission)란 복음 선포와 삶의 실천을 총체적으로 보는 것이어서 이런 이원론적 구분은 우선순위에 따라 개념이 달라지기 때문에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영혼 구령에 더 집중할 것을 요청해 왔고, WCC 쪽에서는 사회적 책임이 약하다며 더 많이 힘쓸 것을 주장해 왔다. 양 진영은 자기 그룹의 색깔과 다른 진영을 강하게 비판을 해 왔다. 그렇다면 로잔 운동의 총체적 선교는 WCC가 주장하는 총체적 선교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복음주의 진영의 총체적 선교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영혼 구령과 사회적 책임 중에서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둔 총체적 선교이다. 1, 2차 대회에서 존 스토트가, 3차 대회에서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주장했다. 둘째는 비행기는 양 날개가 있어야 이륙할 수 있듯이 복음 증거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날개가 함께 공존해야만 사역할 수 있다는 ‘비행기 양 날개’의 총체적 선교이다. 이 개념은 레네 빠디야(Rene Padilla), 사무엘 에스코바(Samuel Escobar), 그리고 4차 로잔대회 총재인 마이클 오(Michalel Oh)가 주장했다. 이번 4차 대회의 서울 선언문을 보면 서문, 43-46항, 5장 제자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째의 경우 로잔 언약 6항과 마닐라 선언문 2부 4항은 전도의 우선성(primary)을 밝혔다. 케이프타운 서약 2부 1항에서는 그리스도인의 행동 요청(Call to Action) 여섯 가지 중에서 바로 첫 번째가 “그리스도의 진리를 증거하기”여서 1, 2차 때처럼 전도의 우선성을 ‘순번’(첫 번째 행동)의 형식으로 표현했다. 둘째의 경우 우선순위에 구애받지 않고 영혼 구령과 사회적 책임을 똑같이 강조하는 것인데, 이것은 복음 증거와 삶의 실천 둘 다 똑같이 선교 목표로 삼지만, ‘한 몸’ 이론으로 자리를 굳힌 WCC의 총체적 선교(통전적 선교)와는 다르다. 이것은 부부가 한 몸을 이루듯이 인간화를 다할 때 복음화도 함께 이뤄진다는 뜻으로 복음 선포가 2차로 전락한다. 이런 총체적 선교를 추구했던 WCC 서구교회가 쇠락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필자는 로잔이 복음 전도의 우선성으로 되돌아가길 바라며 복음 전도를 놓치지 않는 것이 WCC와의 큰 차이점이다.
안희열 교수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