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빈자리

2023.11.29 10:48:15

신재철 목사의 만화방 교회 이야기 10 <끝>
신재철 목사
좋은나무교회

전국, 아니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개척하고 1년이 못 되어 이 난리가 났으니 그야말로 코로나와 함께하는 개척이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예배를 반복적으로 전환하며 버티고 버틴다. 부활주일. 우리 교회 창립 주일이다. 상황이 조금 좋아져 기대하는 마음으로 현장예배를 준비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좋은나무교회 목사님이시죠? 내일 예배 현장에 잠시 방문하겠습니다.”


공무원 방문 사전 예고.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내게는 차갑게만 느껴진다. 공간이 좁아 ‘거리두기’가 어려워 온라인 예배에 늘 적극적이던 우리 교회. 성도님들의 지지가 있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부활주일에는 성도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현장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공무원 전화 한 통에 마음이 무겁다.


“전체 좌석이 얼마나 되나요? 20퍼센트, 아시죠?”


두 명의 방문 공무원 중 조금 더 어려 보이는 분의 똑 부러지는 목소리가 나를 곤란하게 한다. 있는 의자, 없는 의자 다 깔아 둔 내 꼴이 우스워 보인다. 꾸중을 면해보려는 엄마 앞의 아이 꼴이다. 하지만 선임으로 보이는 공무원이 몹시 곤욕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후임을 말리며 짧은 꾸중은 정리됐다.


“오늘 예배 후 우리도 다시 온라인으로 전환하려 합니다.”


궁색하지만 더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죄인 아닌 죄인인 느낌. 나의 어려운 마음을 읽었을까? 선임 공무원이 부드럽게 말을 이어 간다.


“목사님, 불시에 자주 방문했는데 언제나 문이 닫혀 있어서 저희도 목사님 어떤 분이신지 잘 알아요. 오랜만에 가지시는 현장 모임 같으신데. 일단 그렇게 알고 갈게요. 다른 교회 가면 큰 소리 나고 문전박대(門前薄待) 당하는데 좋은나무교회는 아니라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짧은 대화에서 서로를 충분히 이해했다. 모두가 겪는 고통이고 모두가 힘든 시간이다. 방문한 공무원의 종교는 모르겠다. 하지만 쉬는 날, 많은 종교시설을 방문하며 욕먹는 일이 과연 편할까? 이분도 어쩌면 누군가 마음에 품고 있는 전도대상자일지 모른다. 아니면 어느 교회 집사일지도.


그렇게 예배가 시작됐다. 여러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몇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파서 못 오신 분, 상황이 상황인지라 건강이 염려되어 못 오신 분. 코로나 장기화로 목사와 교회가 불편했는지 조용히 연락을 끊으신 분이 누구보다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유난히 맘 썼던 그들이기에 내 마음이 더 무겁다. ‘내가 잘해 드리지 못했을까? 소홀했을까?’ 예배는 시작되고 목사의 자책은 더 무거워만 진다.


강단에 올라 예배당을 훑어보는데 참 신기하다. 빈자리가 없다. 창립 주일이라고 사진 찍어 주시려 방문하신 집사님 가정, 멀리 제주에서 부산에 잠시 오셨다 얼굴 보고 싶다며 찾아오신 목사님 부부. 강사 목사님과 사모님까지. 자모실에는 아이들과 엄마가 북적이고. 그 안이 갑갑했는지 한 녀석은 탈출해서 세면대에서 할머니와 물놀이. 두 아이는 아내와 함께 좁은 주방에 앉아 소꿉놀이를. 주방 아이들의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설교에 양념을 치고, 가끔 타이밍 기가 막히게 울리는 3세 아이의 “아니야!” 소리는 어른들의 “아멘”과 묘하게 어울린다. 낙담한 내 마음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하나님께서 이 자리를 채우시고 싶은가 보다.’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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