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살면서 저에게 가장 큰 고민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죄를 정복할 수 있는가와 인간이 사는 목적을 알고 싶었습니다. 대학 2년 때 기독교동아리를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됐고, 목회를 꿈꾸는 남편도 만나게 됐습니다.
그 때부터 부모님의 엄청난 핍박을 받아 교회를 다니지 않겠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어 비밀리에 신앙을 유지했습니다. 그 당시 간절한 소망은 ‘마음 편히 교회를 갈 수 있다면, 국어 전공 서적이 아니라 매일 성경보고 전도하고 양육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였습니다.
목숨 건 사투의 결과 26살 때 결혼을 허락받았고, 27살 8개월 만삭의 몸으로 집 거실에서 남편과 단 둘이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때 그토록 꿈꾸었던 삶을 22년째 살고 있습니다. 매일 기도하고 전도하고 양육하면서 말입니다.
목회 15년만에 전주대학교 채플 강사로 부름을 받아 그토록 갈망했던 캠퍼스 사역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그 때 두 가지 꿈을 꾸었습니다.
첫째, 전주대에 기독교 동아리를 세운다.
둘째, 학생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건물을 준비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밥과 차를 주면서 말씀으로 양육한다.
밥을 굶는 학생에게 매일 도시락을 싸서 갖다 주고, 부모님 부재인 학생의 훈련소 입퇴소식에 다녀오고 채플 학생들에게 매주 김밥을 싸서 섬겼습니다. 어렵고 힘든 청년 한명 한명이 세워져서 매주 금요일 컴앤씨모임(청년부모임)은 점점 뜨거운 부흥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주님께서 2023년 3월에 나의 두 가지 꿈을 이뤄주셨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말에 구정문 앞 지하에 있던 어느 교회 이전 소식을 듣는 순간 꿈을 꾸게 됐습니다. 목사님이 보증금 1000만원과 수도, 전기료만 후원해 줄 테니 월세 50만원과 모든 재정은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2월 1일에 계약을 했지만 텅 빈 공간은 광야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너무 막막하고 두려움 걱정이 수시로 밀려왔지만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며 간절히 기도만 했습니다. 친구가 재료비만 받고 카페 공사도 해 주고, 반찬가게 사장님이 주방에 필요한 모든 집기를 다 주시고, 여러 돕는 손길을 통해 기적같이 전주대 개강 하루 전날 완벽하게 준비했습니다.
사람은 꿈이 이뤄지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 꿈을 하루 하루 살아내야 합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컴앤씨카페 아침 8시 예배 인도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다 귀가하면 밤 11시가 되어야 퇴근합니다. 매일 무료로 점심, 저녁, 차를 섬기기 때문에 막대한 돈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첫 주를 보내고 어느 지체가 “사모님 한 주동안 쌀 한 포대와 김치 한 통을 먹었어요”라고 걱정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주님께서 지방회 목사님 사모님을 통해서도 나랏미를 공급해 주셔서 여기저기서 쌀이 들어왔습니다. 내일을 생각하면 이 사역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컴앤씨 일용할 양식 만나는 매일 지체들이 양 손 가득 들고 와서 요리를 해 주는 헌신 속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한 달동안 많은 젊은 영혼들에게 영육의 양식을 먹였습니다.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고, 성경을 배우고, 탁구도 치고, 밥도 먹고, 차를 마시며 교제합니다.
하루 종일 지하에 있다보니 2주만에 목소리가 잠기기도 하고 많은 학생들이 찾아와 쉴 틈 없이 교제하고 섬기다 보니 몸이 너무 피곤했습니다. 그러나 컴앤씨 소식을 듣고 제대하자마자 달려와서 행복을 누리는 학생, 사범대 학생들이 임용고시 초수 합격을 목표로 영성 인성 지성을 위해 애쓰는 모습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풍성하게 먹는 모습들, 외로운 학생들이 기쁨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섬기는 지체들과 함께 행복과 기쁨을 선물로 받습니다.
저희 목사님이 당신은 나이도 들었는데 왜 스스로 불구덩이로 들어가냐고 하며 건강을 걱정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청년이 무너져 가고 있는 이 시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고통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 약 20년 정도 남은 목회 구간, 전주대 1만 5000명의 학생들에게 나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지금 살아계신 예수님을 나의 주로 믿어 세계 최고의 기독 명문 사립대가 되도록 남은 생애를 드리고 싶습니다.
전주대는 지금 벚꽃이 만발합니다. 전주대 복음의 꽃이 서울대를 넘어 전세계로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