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기 다소곳이 앉아 있는 전도사가 바로 우리 교회 전도사입니다. 그런데 아직 결혼을 안하고 있어서 큰일입니다. 여러분 교회에 혹시 소개해줄 믿음 좋은 자매가 있으면 소개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목사님 최고예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저 권사님이 바로 전도사의 어머니입니다.”
지난 6월 27~28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영적성장대회의 한 장면이다. 영성대회 설교를 맡은 목회자의 간절한 요청은 좌중을 뒤흔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은 여기에서 소개된 전도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 장로는 “우리 교회도 결혼 못한 형제 자매들이 있는데 50세가 다 되도록 결혼을 안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 또한 40~50대 싱글 교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만 30여 명, 집계되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50여 명은 가뿐히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음세대의 위기’라는 말은 이제 한국교회 담론에서 너무나 흔하게 들리는 표현이 됐다. 그러나 그 위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은 여전히 부족하다. 청소년과 청년 사역은 강조되지만, 정작 다음세대를 낳고 기를 결혼이라는 출발점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 앞에 한국교회는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교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교단에서 30대, 40대를 넘어선 미혼 성도들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결혼을 미룬’ 사람들이 아니다. 결혼할 의지가 없거나 세상적 가치관에 물든 탓이라기보다는,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기를 놓쳐버렸고, 이제는 연애의 시작조차 막막해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연애의 기술은 고사하고, 일상에서 이성과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조차 없는 이들이 교회 안팎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옛날처럼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전화라도 할라치면 손목에 은팔찌가 채워지는 세상이기도 하다.
가정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교회 시스템 상 40세가 넘어서도 미혼인 성도들은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에 가깝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연애 활동을 펼칠 수도 없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면 주책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주위에서는 “너가 눈이 높아서 그렇다”며 타박이 들어온다. 심지어는 국제결혼에 돌싱까지 만나보라고 등을 떠민다. 누군가는 도움이 되라고 한 말이겠지만, 듣는 당사자에게는 상처와 위축만을 가져온다. 예전 CCC에서 활동할 당시 한 간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남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 건 안되는 거다.”
그런 현실 속에서 부모 세대의 속은 타들어 간다. “믿음 좋은 아이가 하나님의 뜻을 기다린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정작 결혼은 못 하고 있으니 마음이 찢어진다”는 호소는 수많은 교회 어머니들의 절절한 고민이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기도 모임을 만들고, 때로는 용기를 내어 소개팅 자리를 주선해 보기도 하지만, 교회 안에는 마땅한 만남의 장도, 분위기도 없다.
가정은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신 최초의 공동체다. 가정은 단순한 사회 구성 단위가 아니라, 복음이 전수되고 다음세대가 세워지는 가장 중요한 장(場)이다.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는 주요 요인은 사실 선교 활동이라기보다는 ‘다산(多産)’에 있다. 이들은 다산을 종교적 미덕으로 여길 뿐 아니라, 자녀를 기를 공동체와 신앙 교육 체계도 함께 갖추고 있다. 반면 복음을 가진 우리는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미루는 현실 속에 무기력하게 놓여 있다. 결혼을 자의반 타의반 포기한 청년들에게 “왜 복음의 씨앗인 자녀를 낳지 않느냐”고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는 교단 차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결혼 지원책을 세워야 할 때다. 단순히 형식적인 만남의 장이 아니라, 믿음의 청년들이 진지하게 교제하고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전남연·전여회, 혹은 다음세대위원회가 협력해 교단 차원의 실질적인 “나는 솔로다” 같은 미팅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통해 결혼한 부부에게는 축복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시스템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예컨대 결혼식 장소 제공, 신혼부부 선교여행 지원, 교회 내 자녀 양육 프로그램 우선 배정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검토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종교단체들은 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불교계는 사찰 중심의 청년 교류회를 통해 자연스러운 만남을 장려하고 있고, 가톨릭은 교구 주관의 ‘신앙 안의 결혼학교’를 통해 신앙과 가정을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개신교 내 일부 교단과 선교단체들도 교리 중심이 아닌 삶의 접점에서 신앙을 나누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교단 차원에서 방향만 잘 세워진다면, 개별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구조다. 다음세대의 위기를 말하기에 앞서, “결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이야말로 복음의 미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교 전략이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만남이 이뤄지고, 결혼을 통해 가정이 세워지며, 그 안에서 자녀가 신앙 안에 자라는 선순환이 다시 회복돼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인구 증가나 결혼 장려를 넘어, 복음 전파의 시작점이자 가장 본질적인 다음세대 선교 전략이다.
이제 교단이 앞장서야 한다. 방향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지원과 만남의 장을 마련해 결혼을 돕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복음의 미래를 위해, 다음세대를 위한 선교의 문을 가정에서부터 다시 열어가야 할 때다.
범영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