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12장 10절

2023.05.31 09:58:51

약속의 묵상-13
최천식 목사
약속의학교

불멸의 작곡자 베토벤은 그의 천재적인 재능 덕분에 어릴 적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나이 스물일곱 무렵 귓병으로 청력을 상실하면서 듣지 못하기 시작했다. 소리가 안 들린다는 것은 작곡가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그도 위대한 작곡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한 인간이기에 깊은 절망감과 좌절감을 맛봤으며,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유서를 작성하고 급기야 죽을 결심까지 했다. 하지만 베토벤의 위대한 작품은 그때부터 개화되기 시작했다.


1804년 교향곡 3번 ‘영웅’, 1806년 피아노소나타 23번 ‘열정’, 1808년 교향곡 5번 ‘운명’, 1809년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대작으로 평가받는 그의 곡들은 대부분 청력을 거의 손상한 이후 탄생했다. 불후의 명곡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합창’은 거의 청력이 완전히 소멸된 시기이자 임종 3년 전인 1824년 작곡했다. 불안 가득한 나날 속에서 창작에 대한 그의 간절함은 극에 달했고, 죽음보다 더 깊었던 간절함은 장애조차 초월해 위대한 창조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간절함 속에서 창조의 작품을 만들어 낸 사람이 성경에도 등장한다. 바로 사도 바울이다. 그는 세 가지 가시를 육체에 가졌던 인물이다. 가시는 헬라어 원어로 ‘스콜롭스’(skolops)라는 단어인데 작은 가시가 아니라 뾰쪽한 막대기를 의미하며, 견디기 힘들 정도로 찔러대는 무서운 고통을 뜻한다. 신약학자들은 이 가시가 바울을 괴롭혔던 육체적 질병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바울은 이 가시를 가리켜 ‘사탄의 사자’라고 언급했으며 이 고통이 사탄을 통해 오게 된 것임을 말하고 있다. 아무도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바울은 그의 고통의 근원을 제거해 달라고 세 번이나 간구했다(고후 12:8). 육신이 연약하고 병들었다는 것은 사역자에게는 커다란 결격사유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는 너무나도 간절한 마음으로 3번에 걸쳐 그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했다. 마치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를 피하게 해 달라는 3번 기도하신 것처럼, 사도바울 또한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께 올려 드렸다.


그는 아마도 통증이 없어야 하는 많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통증이 없다면 그는 보다 효과적인 사역을 할 수 있었을 것이며, 복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욱 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울의 성품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교만을 막는 일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 하나님은 문제가 무엇이든 문제를 제거하는 대신에 바울에게 압도적인 은혜와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더 많은 힘을 주셨다. 바울은 하나님의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 지는 것”을 배웠다. 비록 육신의 가시는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으나, 그는 그 가시를 극복할 수 있는 풍성한 은혜를 받아 겸손한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끝까지 쓰임받는다. 그를 통해 성경의 13권이 저술됐고 기독교의 교리적 토대가 완성됐다.


좌절이 없다면 성취도 없다. 부정이 없다면 긍정도 없다. 결핍이 없다면 충족도 없다. 결핍된 상황, 부족한 상황에 직면해야 지금 갖고 있는 도구나 지식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결과적으로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해낼 수 있다. 절박한 순간에 뇌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비범함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의 삶이 간절함 속에서 새로운 창조를 경험하는 하루가 되기를 소원한다.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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