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찬의 도움으로 선교사 존 로스의 조선어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그러나 역관도 아니면서, 양인과 시종일관같이 지내는 이응찬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양인의 첩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 결국 이응찬은 관아에 고발당했다.
이응찬을 관아에 고발한 사람들은 평소 이응찬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던 고려문의 무역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압록강에서 풍랑을 만나 쫄딱 망하게 된 이응찬의 불행을 고소해 했지만, 이후 양인을 만나 적당히 돈도 벌며, 행색이 좋아진 이응찬을 질투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듯이, 남이 잘 되면 축하 및 격려해 줘도 모자랄 판인데, 남이 잘 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그 무리들의 심성이 고약했던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한국에만 있는 줄 안다. 그래서 그만큼 한국인들은 이기적인 민족이라고 비논리적인 자국 혐오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우물 안 개구리’라는 다른 속담과 완벽하게 부합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기 때문에, 다른 국가, 다른 지역, 다른 민족 내에서도 이런 현상과 말은 자주 일어난다.
일본어에는 이런 심리를 가리키는 ‘메시 우마(メシ ウマ)’라는 표현이 있다. ‘남의 불행으로 밥맛이 좋다, 꼴좋다’라는 표현이다. 독일어에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를 쓰는데, 남의 손실(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를 표현한다.
특히 영어에도 존재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크랩 멘탈리티’다. 이 용어는 양동이에 담아 둔 게들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게는 양동이에 한 마리만 담아 두면 알아서 기어 올라와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양동이에 여러 마리의 게가 있으면 한 마리가 나가려고 할 때 다른 녀석이 그 게를 잡고 끌어내려서 결국 모두가 못 나가게 된다. 따라서 이 현상에 빗대어 남을 질투하거나 끌어내리는 태도를 ‘크랩 멘탈리티’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사실 해양 동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게들은 동족을 보호하는 습성이 있어, 나가는 게를 못 나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모여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살리에리 증후군’이라고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살리에리(Antonio Salieri)의 모습에서 유래한 것인데, 천재성을 가진 주변의 뛰어난 인물로 인해 질투와 시기, 열등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이렇게 남을 질투하는 심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비뚤어진 마음가짐 중 하나다. 자신보다 잘난 누군가가 있을 때 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끌어내려 자신과 같은 선상에 놓이길 바라는 비뚤어진 평등 심리의 발현이라 생각한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정면교사(正面敎師) 삼아 좋은 점을 본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인생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발전한다. 결국 자신도 그만큼 노력해서 상대방과 동등한 위치로 올라가고자 하는 상향 평준화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상대방의 모습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심리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고 여기고, 자기 정신에 최면을 걸어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폄훼하고 깎아내려 자신의 위치와 같아지거나, 자기 아래에 두려고 하는 하향 평준화의 마음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발전이 없다. 언제나 하향 평준화에 머문다. 우리 인생의 스펙트럼이 지금보다 발전하려면, 반면교사도 필요하지만, 정면교사를 삼는 마음 자세가 더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 무리들도 당시 좀 잘나가는 이응찬을 곤경에 처하게 하고 싶은 삐뚤어진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이응찬에게는 그를 돕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리들의 밀고는 물론 관아에서 이응찬을 잡으러 온다는 기별을 미리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응찬과 존 로스는 고려문에서 긴박하게 피할 수밖에 없었다. 대원군의 정책으로 인해 장시간 양인과 접촉했던 이응찬은 목숨이 무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고, 존 로스 역시 앞으로의 선교 사역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자칫 생명의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