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로, 이번에 발표된 서울 선언문은 향후 10년 이상 복음주의 선교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해야 한다. 서울 선언문은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라는 슬로건 아래 7개 주제인 복음, 성경, 교회, 인간, 제자도, 열방의 가족, 기술과 97개 항목을 다뤘다. 서울 선언문은 과거 1, 2, 3차의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문, 케이프타운 서약과는 달리 대다수 33명의 비서구권 신학위원회가 작성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익숙했던 말씨(wording)와 달라 매우 이야기식이고, 용어(terminology) 정의가 별로 없는 것에 익숙해야 한다. 1, 2, 3차에 비해 용어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비서구권 학자들이 서술했기 때문이다. 비서구권 세계관이 서울 선언문 작성에 담겨 있음을 인정해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비서구권 지도력 이양을 반대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 역시 내려놓기로 했다. 이것이 서울 선언문이 갖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겪는 산고(産苦)이다.
그렇다면 서울 선언문의 ‘특징’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서울 선언문은 지난 3차 대회에 이어 총체적 선교(Integral Mission, 마 28:18~20)의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복음 전도의 우선성’(primary)이 강조됐던 1, 2, 3차와는 달리 ‘비행기의 두 날개’의 총체적 선교로 복음 전파와 사회적 책임을 양 날개처럼 똑같이 강조하는 총체적 선교가 발표됐다(서문, 43-46항, 5장 제자도). 이번 로잔대회 슬로건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에서 보듯이 말씀 선포와 삶의 실천이 함께 강조된 총체적 선교임을 알 수 있다. 바라기는 앞으로 로잔 운동이 ‘비행기 두 날개’의 총체적 선교보다는 1, 2, 3차 때처럼 ‘복음 전도 우선성’의 총체적 선교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
(2) 서울 선언문을 보면 성 정체성이 무려 11개 항목, 동성 성관계 항목이 4개를 다룰 만큼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앞선 1, 2, 3차에서 볼 수 없을 만큼 분량이 많다. 서울 선언문은 섹슈얼리티(sexuality, 성[性])에 대한 왜곡을 통탄하고, 성별 유동성(gender fluidity, 상황과 경험에 따라 성 정체성이나 성별 표현이 유동적이라는 주장)을 거부한다(57, 58항). 나아가 동성 간의 성관계를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68항). 하지만 동성애에 빠진 자들이 회개하고, 그리스도께로 돌아서면 용서받고 하나님과의 교제를 회복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2024 서울-인천 로잔대회는 미국의 PCUSA 장로교단과 UMC 연합감리교단과는 달리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가정, 교회, 사회, 그리고 국가를 지키는 원동력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사회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3) 서울 선언문에서는 기술(technology)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기술 혁신이 하나님의 형상을 표현하는 것이라 언급했는데(88항), 안타깝게도 많은 젊은 기독교인들이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에 중독돼 있음을 지적한다(92항). 따라서 기독교인은 기술을 예언자적으로 비판하고 관여하도록 부름을 받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기독교인은 기술을 신실하게 관리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이에 로잔본부는 4차 대회 때 디지털 디스커버리 센터(Digital Discovery Center) 부스를 만들어 운영해 큰 호응을 끌어냈다. 나 역시 이곳을 방문해 큰 도전을 받았다. 예를 들어 마음껏 전도할 수 없는 근본주의 이슬람국가나, 미전도종족 지역에 SNS를 통해 전도하기 위해서 본인의 얼굴이 아닌 아바타를 만들어 홍보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로잔은 다음세대 선교에 디지털 선교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리는 데 앞장 서 있다.
그렇다면 서울 선언문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1) 서울 선언문은 니케아 신조(the Nicene Creed)에 따라 “교회는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이다”라고 규정했는데(27항), 향후 침례교 교회론이 첨가됐으면 한다. 주후 381년에 발표된 이 니케아 신조는 로마제국이 380년에 국가교회를 선포한 그다음 해 발표한 것이어서 국가교회(state church) 색채를 지녀서 이런 교회 정의는 주로 로마가톨릭, 성공회, 루터교에서 따른다. 하지만 침례교회의 교회론은 국가교회가 아닌 지역교회에서 출발하기에 이번 서울 선언문에 침례교가 주장하는 회중 중심적 교회로서 신자들의 교회, 전신제사장의 원리가 빠진 것이 아쉽다. 향후 침례교회의 위상이 높아져서 침례교 교회론이 첨가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2) 서울 선언문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미시오 데이)에서 ‘교회의 선교’(Missio Ecclesia, 미시오 에클레시아)로 되돌아갔는데 원상 복귀했으면 한다. 사실 1952년 WCC의 빌링겐대회 이후에 등장한 하나님의 선교(하나님→세상→교회)가 매우 급진적 선교여서 처음에 복음주의 교회가 거부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3차 때 케이프타운 서약을 작성한 크리스토퍼 라이터의 영향이 크다. 그는 3차 대회가 열리기 직전 ̒하나님의 선교̓(2010)를 출판해 WCC 선교와 달리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시고, 선교의 도구는 하나님의 백성이고, 선교의 무대는 세상임을 ‘선교적 해석학’ 방법을 통해 설명함으로 복음주의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명확히 잡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번 4차에서는 아예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없애 버렸고, 교회의 선교(하나님→교회→세상)로 되돌아가 좀 당황스럽다(43항). 왜냐하면, 교회의 선교의 가장 큰 약점이라면 인간의 자랑거리와 오만함이 교회의 선교에 묻어 있어서 피했던 것이고, 오히려 선교하시는 하나님을 축으로 하는 하나님의 선교가 보편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교하시는 하나님의 선교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3) 4차 대회 프로그램 중 오후에 제공된 25개의 그룹토의(GAPS)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다음 세대(Next Generation)가 서울 선언문 7개 주제에 포함됐으면 한다. 전체 5천 명의 대의원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그룹이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였다. 무려 1천 5백 명이 참석했는데 나 역시 이 그룹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장 많은 대의원이 참석한 다음 세대 그룹토의 내용이 서울 선언문 7개 주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실 로잔 선언문은 다음 세대에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서울 선언문 7개 주제에는 빠져 있어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국제 로잔에서는 서울 선언문 수정본을 발표한 이후 의견 수렴 창구를 열기로 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국제 로잔이 의견 수렴을 잘해서 완성된 서울 선언문을 올해 말에 발표하기를 바라고, 서울 선언문이 복음주의 교회에 예언자적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안희열 교수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