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믿음-1

  • 등록 2025.03.25 15: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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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영 목사와 함께하는 창세기 여행 29

(창세기 11장 10절 ~ 12장 20절)

 

창조, 아담과 하와, 살인, 홍수 심판, 바벨탑에 이르기까지 세상과 인류의 역사를 기록해 온 창세기가 시야를 좁혀옵니다. 주인공 한 사람과 그의 가족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하죠. 이 주인공이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훨씬 익숙한 아브람입니다.


바벨탑 이야기를 끝낸 후 이어지는 창세기 11장 10절부터 족보가 등장하는데요, 족보 마지막에 데라와 그의 아들 아브람이 등장합니다.


데라가 그 아들 아브람과 하란의 아들인 그의 손자 롯과 그의 며느리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하더니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류하였으며 데라는 나이가 이백오 세가 되어 하란에서 죽었더라 (창 11:31~32)

 

갈데아(바빌로니아) 지역의 우르에 자리 잡고 살던 데라에게는 아브람, 나홀, 하란이라는 세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일찍 사망한 하란을 대신해 하란의 아들 롯이 데라와 한 식구가 되었죠. 아브람과 사래에게는 자녀가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분가하지 않고 데라와 함께 지내며 조카 롯을 형제처럼 여기며 살았습니다.


데라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가 탈무드에 남아 있는데, 창세기는 우르에서 살던 데라가 가족을 데리고 가나안 땅을 향해 길을 떠났다고만 기록합니다.


이들이 하란(죽은 아들과 이름이 같지만 연관은 없습니다)에 이르렀을 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가나안으로 가는 길을 멈추고 정착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데라가 205세를 일기로 사망하자 아버지를 대신해 아브람이 가장이 되어 집안을 이끌게 되었죠. 본격적인 아브람 이야기의 시작인 12장 1절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

 

아브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어떤 사람이기에 하나님이 예수님 집안의 조상이자 모든 믿는 자의 신앙적 아버지가 되게 하셨을까요? 우리는 성경에서 아담, 아벨, 에녹, 노아처럼 하나님께 선택된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들이 선택된 이유를 여러 가지로 달리 말할 수 있는데, 자신이 가진 성품이나 능력, 조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선택의 이유는 오로지 하나님께만 있죠. 우리가 지금 창세기를 읽으며 아브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아가고 있지만, 그가 어떤 성품을 가졌는지보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셨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홍수 심판 직전과 마찬가지로 당시 세상은 죄와 오만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바벨탑 사건이 확실한 증거죠. 언어가 달라지며 바벨탑 건축은 무산됐지만, 하나님을 대적하려는 악한 마음이 인간에게 여전히 남아 있으니 그대로 두면 죄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다시는 홍수로 심판하시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이었기에 이번에는 심판이 아닌 새로운 길을 인간에게 보여 주기로 하셨습니다. 창세 전부터 가지고 계셨던 이 놀라운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하나님은 아브람을 선택하고 부르셨습니다.


12장 1절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세 가지로부터 떠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향, 친척, 아버지 집이 그것이죠. 이 말씀은 아브람이 떠나야 하는 서로 다른 세 가지를 상징해서 보여 줍니다. 고향(살고 있는 땅)은 이제껏 살아오며 익숙해진 생활환경을, 친척(난 곳)은 내가 속한 사회적 관계를, 아버지의 집은 말 그대로 가족을 의미합니다.


부르심에 응답했다면 이전과 다른 인생이 시작됐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믿음은 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곤 하죠. 좋아했던 것이 차츰 멀어지고, 전에 알지 못했던 사람과 교류하고,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일이 일어나니까요. 물론 세상의 모든 기독교인이 이런 과정을 겪지는 않습니다. 자기 삶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신앙만 받아들이는 경우도 분명히 있죠.


그런 사람이라도 믿음이 깊어지다 보면 삶의 모습은 조금씩이나마 달라집니다. 나를 중심으로 돌던 세상이 점차 하나님 중심이 되어가고 내 입장으로만 판단했던 일이 상대를 이해하게 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게 되니까요. 아브람을 향한 부르심은 이런 변화를 앞당기시려는 계획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아브람이 우르나 하란에 머물러 있었어도 언젠가 하나님 마음을 이해하고 믿음의 조상이 됐을 수 있지만, 하나님 계획은 그보다 빨리 아브람을 부르고 성장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브람을 과거로부터 철저하게 분리해 내야 했죠. 데라를 통해 우르를 떠나게 한 일, 직접 부르셔서 하란을 떠나게 하신 일 모두 아브람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하나님 그릇으로 만드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행동입니다.

유수영 목사
제주함께하는교회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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