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이 결여된 진리는 없다

  • 등록 2013.04.25 14: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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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TV프로에서 상식이 진리다라고 하는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지낸 박경서 님의 말을 듣고 깊이 공감한 적이 있다. 물론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상식이 진리일 수 없다. 상식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진리는 영원불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그분의 말에 공감한 것이 진리가 언제 어디에서든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이나 사실을 가리킨다고 하는 일반적인 견해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은 아니다.

 

기독교의 진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인데, 그 속에 기독교의 진리와 규범이 다 들어 있다. 그런데 규범이라고 하는 것에서 강제적 요소를 거둬내면 도덕이나 윤리가 된다. 그리고 기독교의 도덕과 윤리는 세상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경은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것만으로도 간음하는 것이라 하고, 오른 뺨을 때리거든 왼 뺨도 대주라고 한다. 오리를 같이 가자하면 십리를 같이 가주고, 속옷을 가지려 하면 겉옷까지 벗어주라 한다. 너무도 차원이 높아 현실성이 없어 보일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믿는 사람들이 성경대로 살려고 하는 노력을 많이는 하지 않는 것 같다. 많이 읽어 아는 것은 많은데, 그대로 살려고 하는 노력은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눈이 나쁜 때문인지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로는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의 구별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교회교계의 지도자들이라 해도 평신도들보다 별반 나아 보이지 않는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우선 필자 자신부터가 그러하다.

 

그런데 이 또한 필자의 근시안적 관점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현상을 개탄조차 하는 일 없이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용서하고 읽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한데, 필자는 그래도 이런 면에서의 이 같은 자신을 한탄하며 기도도 하고 노력도 한다. 다만 본래의 바탕이 워낙 못돼먹은 탓에 그런 보람이 크게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성경에 역행하는 일이 많다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필자를 포함한 크리스천 모두는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나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기독교의 진리를 말하기 전에 세상의 상식만이라도 통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에 그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발을 들여 놓으며 필자는 적잖게 놀란 일이 하나 있었다. 대학교수라면 누가 뭐래도 사회의 최고 지성이다. 그러기에 존경을 받는다. 그런데 지성만이라면 존경을 받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인성이 지성을 받쳐 주기 때문에 존경을 받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대학교수라면 마땅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는 아니라 할지라도 대부분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필자 자신이 바라는 바(希望事項)를 그렇게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도 있어 필자는 인격이라는 것을 어디에도 내 놓을 수 없는 자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대학에 발을 들여 놓으며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그 사회에 들어가 보니 거기에도 필자와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 일반사회보다 더 상식이 통하지 않은 것 같기조차 했다.

 

하기야 상식이 통하지 않은 사회가 어디 대학뿐이겠는가. 정치권을 보면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다.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구성원들의 대분이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만큼 상식이 통해야 하고 도덕성이 요구되는 분야도 없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고, 국민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며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각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낙하산 인사인데, 그에도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로 인한 폐해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공기업의 수장 자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헌신적으로 일하며 전문성을 익힌 그 구성원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기에 낙하산 인사의 당사자들은 이 말이 자기에게 붙여지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자기는 아니라 부정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이제 자기는 낙하산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사람조차 있다고 한다. 더 가관인 것은 어떤 데에서는 낙하산을 반대해야 할 노조가 그럴 듯한 수식어를 써 가며 자기들의 수장을 좀 더 힘 있는 사람으로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 한다. 정권에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의 덕을 보자는 심산에서였을 것이다. 척결해야 할 일들이 상식으로까지 변질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위기감마저 느껴지게 하는 현상이다.

 

이제 고위 공직의 후보자들에게는 부동산 투기에다 위장전입, 병역미필, 탈세, 재산의 편법증여 같은 것들이 상식처럼 되어 버렸다. 인사 청문회에서 이를 거론하며 합당한 후보가 아니라 하면 국정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목에 핏대를 올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은 국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들 정치인들은, 그런 정도는 업무수행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살인자라 할지라도 그것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다면 그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지는 않는다. 양심의 마비가 심하면 심한 사람일수록 그러하다.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제일의 덕목은 도덕성이다. 필자는 대학 현직시절 이와 같은 가치관의 토대 위에 지적 교육을 시키려 노력했다. 못 배우고 능력 없는 사람은 엇나가도 좀도둑 밖에 되지 못하지만, 많이 배우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도덕성이 결여되면 나라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 온다고 역설하곤 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당장 일을 하도록 하기에는 도덕성보다 능력을 우선시하여 사람을 세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덕성의 결여는 필연적으로 부정과 부패를 부르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면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망하기까지는 않는다 해도 국가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에게 꿈을 꿀 수 없도록 한다. 꿈 아닌 한탕주의의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 선거를 통하여 깨끗한 양심의 소유자를 뽑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정책을 보고 투표한다는 데에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시한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의 그것은 당선된 뒤 뒤엎이기 쉽고 변형되어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어떠한 인격이어야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일까. 거짓을 멀리하고 정직을 중시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속임수에 능한 사람일까. 거짓을 진실로 위장하는 데에 능하고 불통을 소통이라는 가면으로 가리는 데에 능한 사람은 아닐까.

 

거짓에 능한 사람이 선거의 달인이 되어 다른 사람을 당선시키거나 자신이 당선되게 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런 사람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인사탕평책에 의해 인재를 등용하겠다고 표를 달라던 사람이 당선되고 나서는 제 사람 심기에 몰두하고, 자기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지방을 찾아가 읍소하며 구체적으로 약속했던 현안사업까지도 일단 당선이 되고나면 나 몰라라 하는 일은 이제 두 번 다시없어야 할 것이다.

 

선거를 앞둔 입후보자의 말은 믿을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누구의 말이 조금이라고 더 진실에 가까운가를 보는 눈(慧眼)을 길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당선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물론 타인의 말에서 거짓과 참을 가려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방법은 하나, 그것은 후보자들이 각자의 인생을 어떤 방법으로 살아 왔는가를 보면 된다.

 

이쯤해서 말을 맺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이야 어떠하든 믿는 사람들은 능력 아닌 도덕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믿는 우리는 진리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고, 도덕성이 결여된 진리는 없기 때문이다.

 

임종석 목사 / 우리집교회 협동목사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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