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남지방회 울릉도교회 탐방기

  • 등록 2021.11.30 17: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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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지역 17개 교회 선교비·도서비 지원

 

깊은 밤 지방회 목사님 사모님들과 20여년 만에 찾아가는 고향이라 설레임과 함께 심한 멀미를 걱정하며 울릉도로 가는 크루즈선에 올라탔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릉도 지역 침례교 미자립교회를 순방해 함께 기도하고 격려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과 선교의 열정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지방회 특별사역으로 지방 회장님께서 일일 순방일정으로 계획했다. 이튿날 아침 동이 틀 무렵에 비행장 건설 예정지인 사동항에 도착했다.

 

울릉지방회 총무이신 태하교회 김차곤 목사님, 도동교회 정치호 목사님, 저동교회 최성환 목사님께서 마중을 나오셔서 차량 운전으로 종일 수고하셨고, 가이드는 울릉도에서 3년 동안 목회하셨던 박용주 목사님께서 담당하셨다.

 

일주도로를 비롯해 지역사회가 얼마나 발전하고 정비가 됐는지 30대 초반까지 살았던 내가 오히려 외인이 된 것처럼 이곳저곳을 물어보며 감탄사만 연발했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이 사동 교회였다. 몇 년 전 수해를 입어 힘들었는데 총회를 비롯한 많은 교회들의 후원과 기도에 힘입어 아름답게 건축돼 있는 모습에 감사했다.

 

다음으로는 중령교회를 찾았다. 나의 고향교회이다. 교회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지난날의 생각들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 특히 어려웠던 시절 양식이 없어 빈 솥에 물을 부어 저녁을 짓는 것처럼 성도들에게 보이셨던 안인환 목사님 생각에 오늘 우리의 풍요로운 삶 속에 목회가 부끄러워졌다.

 

예쁘게 리모델링된 예배당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렇게 전도하려고 애를 썼던 분이 지금은 장로님이 되셔서 교회를 섬기고 계신다고 하니 하나님께 영광이었다. 연로하신 목사님께서 사랑으로 정성껏 내려서 주시는 커피의 향이 너무나도 그윽했다.

 

남양은 나의 공무원 첫 발령지임과 동시에 아내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금은 원로이신 이진호 목사님 사모님께서 “종진이 왔나”하고 안아주시고 풍금도 치라며 손잡아 주시던 사랑의 손길을 더듬으며 교회 마당에서 모두 함께 중보기도를 했다.

 

태풍 ‘매미’ 때 교회가 허물어져 전국교회의 도움으로 다시 건축된 구암교회, 때때로 목회자 없이 교회가 비어 있을 때가 있었는데 귀한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시니 참으로 감사하다.

교회를 나와 해안선을 따라 시원하게 잘 뚫린 터널을 통과해 예전엔 길이 험해 배로만 다녔던 학포로 갔다. 학포교회에는 처음 가 보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목회하시는 목사님과 성도 들의 신앙의 열정이 부러웠다.

 

차를 타고 단숨에 태하교회를 지나 어릴 때성경검훈련(성경 찾기 훈련) 및 찬송가 경연대회, 부흥회 등 서달교회 청년들의 열정과 부러웠던 신앙을 떠올리면서 교회에 도착하니 최근에 부임하신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밤새 끓이신 따뜻한 칡차로 우리를 반겨 맞아 주셨다. 현포를 지나 나물 밭으로 둘러쌓인 평화로운 마을 평리교회에서 목사님의 지역설명과 김용해 감로의 순교 기념비를 보았고, 육지에서 종종 고향을 찾아 농사를 지으시며 노모를 모시고 계시는 장로님을 만났다. 90이 넘으신 어머님께서 “여기까지 왔으니 밥이라도 묵고 가야제” 팔을 붙드심에 눈물이 글썽했다.

 

추산지역은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송곳산 아래에 큰 불상이 세워져 있어 다소 불편했지만 추산교회 김만수 목사님께서 연로하심에도 불구하고 열정으로 목회를 하시고 예배당을 아름답게 잘 꾸며 놓은 모습에 큰 위안이 됐다. 주위 경관이 아름다워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목사님께서 아랫마을까지 내려오셔서 우리를 배웅해 주셨다.

 

교회를 나와 한참 달리다 꾸불꾸불한 경사진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 마을에는 어릴 때 나를 가르쳤던 평생 잊지 못할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리교회를 섬기는 장로님이시고 선생님은 권사님이시다.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예전엔 길이 험하고 멀기도 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교회가 또 한곳 더 있다. ‘석포교회’ 약 110여년전 울릉도에서 처음 개척된 교회이다.

우리 일행 중에 석포교회에서 약 30년전 사역하신 목사님의 목회이야기를 들으며 주위에 설치된 기념관 망원경으로 우리나라의 동쪽 끝 독도를 바라보았다.

 

순방을 마치고 도동교회에 왔을 때 갑자기 축하연이 베풀어졌다.

우연히도 이날은 35년 전 오늘 바로 이곳 도동교회에서 내가 ‘결혼식을 올린 날’이었던 것이다. 지방회 목사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도동 교회 목사님은 20년 넘게 이 교회를 섬기고 계신다고 했다. 참으로 대단하시다. 목사님의 한말씀 “도동교회에서 20년 동안 있으면서 주례를 한 것은 단 1번이었다”고 말씀하셨다.

 

하루 동안에 17개 교회를 다 돌아볼 수는 없었음이 아쉬움이었으나 12교회를 돌아보고 기도한 순방 여정은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은혜를 주셔서 감사요 영광이다.

 

교회들을 돌아보며 기도할 때마다 기쁨과 감격 감사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아마도 함께 순례에 참여했던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였으라. 나는 20대까지는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자랐고, 30대까지는 지역사회를 개선하고 변화시켜보려고 공무원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외지인의 눈으로 울릉지역과 교회들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순방기간 중 최대한 지역 교회 목사님들께 수고를 끼치지 않기 위해 힘을 썼지만 도동교회, 저동교회 목사님의 안내와 차량 운전 수고 없이는 순방이 어려웠다. 두분 목사님의 사랑과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아낌없이 헌신하신 울릉지방 몇몇 분의 장로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우리 지방회에도 미자립교회가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웃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신 지방회와 목사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각 교회의 선교헌금은 지방회 예산이 아니라 뜻있는 목사님들의 자발적인 헌신으로 드렸다.

 

어떤 목사님께서 지방회에서 직접 와서 개교회마다 돌아가며 기도해주며 선교해준 것은 처음인 것 같다는 말씀에 우리의 선교를 한 번 되돌아보며 주님께 죄송한 마음을 가졌다. 이번 사역에 함께 동행하고 헌신하신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찬양은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이다.

 

나는 침례교 목사님 사모님들께 손수건을 선물했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제하며 준비했다. 외딴섬에서 외로이 사명을 감당해오셨고 앞으로 감당해나가실 그분들의 사역이 너무나도 귀하고 아름답기에 주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감사 기적으로 인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 있을 때 닦으시라고 때론 지치고 피곤하며, 아프고 힘들 때 흐르는 눈물을 이 수건으로 닦으시며 주님의 위로하심을 덧입으시라고 준비했다.

 

우리 교회 장로님들께서 손수 만드신 1000개의 빵을 준비해서 섬기셨다. 빵을 포장하면서 모두가 감격해했다. 이것이 주님의 사랑입니다. 이것이 선교이다. 울릉도 지역 침례교인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나누고 싶으셨단다. 이튿날 배를 타고 나오는데 문자가 한통 왔다.

 

“목사님 오늘 아침 새벽기도 후에 담임목사님께서 빵을 주셨습니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빵과 커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행복합 니다. 울릉지역 침례교 모든 목사님, 성도님들께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기도하겠습니다.”

 

돌아오는 갑판에서 박용주 지방회장님께서 “이번 순방 여정은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신 여정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글·사진=왕성교회 김종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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