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사모를 돕는 홀사모가 되게 하소서

2022.03.29 12:24:09

사모행전-2

2016년 1월 20일, 그 해 겨울 중 시리고도 추웠던 그 날,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남편 박정재 목사를 주님께 먼저 돌려보내야만 했다. 그의 나이 마흔이 되던 해였다. 눈물도 나지 않던 장례식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경험해야 했던 어려움은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집에 먹거리가 마땅치 않아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식당으로 나섰던 그 날의 감정과 그 날의 밤거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운전대를 잡았으나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컨펌을 받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늘 남편의 의견을 묻고 그의 결정에 맞췄던 나는 밥 먹을 식당 하나 결정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그것이 남편 없는 삶을 시작하는 나에게 닥쳤던 첫 번째 어려움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어린 자녀들과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염려보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부터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그렇게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을 때, 교회 성도님들과 알지 못하는 분들을 통해 하나님은 나와 우리 자녀들을 위로하시고 먹이시고 입혀 주셨다. 어찌나 그 사랑이 크던지 ‘하나님! 도대체 저에게 왜 이렇게 까지 해 주세요?’라고 할 정도로 넘치도록 큰 사랑을 부어 주셨다. 


특별히 ‘요나3일 영성원’(이에스더 목사/홀사모 사역)에서 보낸 1년 간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은 나를 홀사모에서 한 사람의 사역자로 설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영성원 예배당에 홀로 앉아 기도하는데 나도 모르게 하나님께 이런 간구를 하게 됐다. “하나님! 저를 홀사모를 돕는 홀사모가 되게 해 주십시오! 늘 도움을 받아야 할 자가 아니라 이제는 돕는 자가 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후로부터 3년 뒤, 주님은 이 한 번의 기도를 기억하시고 나의 42번째 생일 즈음에 ‘홀사모 돕기 캠페인’에 대한 감동을 주셨다. 처음에는 혹여나 이것이 내 생각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몇 차례에 걸쳐 다시 기도했으나 여전히 동일한 감동을 주셔서 결국 첫 번째 ‘침례교단 홀사모 돕기 캠페인’을 개인 SNS에 올리게 됐다. 그 내용은 생일이 되면 여기저기서 보내주시던 선물과 상품권들을 홀사모를 위한 후원금으로 보내 주시길 요청하는 글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홀사모 돕기 캠페인’은 지금까지 총 4회에 걸쳐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으며 그간 모아진 후원금도 1200만원 가량이나 된다. 모든 후원금은 주로 홀사모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과 기독교한국침례회 전국사모회의 안나부(홀사모) 회원들을 위해 매년 모금된 전액이 사용되고 있다. 그 중 특별히 마음에 남는 사례는 교회 사역 중에 사고로 돌아가신 신학교 선배 S 전도사님의 막내아이(사고당시 임신 중이었던 자녀) 수술을 위해 첫 번째 후원금의 절반을 흘려보낸 것이 아직도 감동으로 남는다.


사실 이렇게 ‘홀사모 돕기 캠페인’이 1회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시간을 기억하고 미리 후원을 준비하셨던 많은 분들의 격려 때문이었다. 매년 생일 즈음이면 이 캠페인을 다시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나에게 그분들이 먼저 “전도사님, 이번에도 후원해야지요?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연락을 주시어 다시금 용기 내어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저 이 모든 일에 쓰임 받는 도구일 뿐,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시고 이루시는 이는 하나님이심을 고백할 뿐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나는 홀사모(안나부) 수련회에 잠시나마 참석하게 됐다. 조용히 뒷자리에서 사모님들을 바라보는데 한 평생 목회자인 남편을 내조하며 교회를 섬겼던 홀사모님들의 지쳐 보이는 어깨가 코끝이 찡하면서도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왔다. 작고 겸손해 보이나 그렇게 아름답고 당당해 보이던 뒷모습! 그 모습 그대로 하나님 부르시는 그 날까지 주께서 주시는 위로와 소망 가운데 거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수현 사모
세종시민교회(종촌채플) 전도사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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