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다뤘던 부부싸움에 대한 몇 가지 지침을 더 살펴보겠다.
셋째, 지금 현재의 문제만을 이야기한다. “당신은 작년에도 내 생일 날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생일을 망쳤잖아” 대신에 “당신이 늦어서 화가 많이 났어, 오랜만에 당신과 좋은 시간을 갖고 싶었거든”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넷째, 상대방을 아이에게 하듯 가르치려 하거나 비판을 하는 것을 삼가하고 상대방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로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서로 존중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다섯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갈등을 피하고 싶다고 대충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갈등으로 취한 구체적인 행동과 말들을 기초로 서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원인을 누가 제공을 했건 갈등과 부부싸움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이 잘못 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며 상대방도 자신의 언행으로 배우자의 인격을 손상시키거나 공격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므로 모든 갈등을 푸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다.
여섯째,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지엽적인 일로 논쟁하지 않는다.
“당신 벌써 몇 번째야?” “뭐가 몇 번째야? 기껏해야 세 번째”라고 같은 것이다.
일곱째, 한 번에 한 가지만 가지고 싸운다. 싸우다 보면 과거의 문제를 현재의 문제에 끌어들여 나중에는 상대방의 원가족까지 탓하는 말을 하게 돼 문제 해결보다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집안싸움으로 확대해 부부 당사자들은 물론 그들의 자녀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여덟째, 내가 먼저 말을 하려 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에 적극적으로 경청을 한다.
경청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상대방이 말할 기회를 주고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하게 한다. 경청은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도 가라앉히기에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경청은 이성적인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한다. 화가 났는데 어떻게 경청을 할 수 있겠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부갈등이나 부부싸움 중에 미리 ‘경청’이란 말을 머릿속에 떠올려 경청해 보자. 그러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알코올 중독 가정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인 가정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음주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분노, 통제, 아버지의 정서적 부재에 대해 반응하게 된다. 그러므로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만이 아닌 그 가족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독자 아버지에게서 자녀들은 발달단계에 따른 신체적, 정서적인 필요를 채울 수 없다.
부모님의 갈등만이 아니라 일관성 있는 교육이 어렵기 때문에 신체적, 정서적으로 버림받음의 충격을 받게 되며, 그 결과로 자녀들은 수치심을 떠안게 된다. 그러므로 알코올 중독의 문제는 알코올뿐만이 아니라 가족관계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강박의 뿌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의하면, 강박적이고 중독적인 행동이란 잠시 기분 전환을 시켜 줄 뿐, 결국 삶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험과의 병리적 관계다. 이 병리적 관계의 성향은 중독자 부모에 의해 유기된 채로 자녀에게 형성된 수치심을 기반으로 한다. 알코올 중독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어렸을 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PTSD)의 특성이 나타나게 된다.
온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 개개인의 내면에 대한 치료도 있지만 관계적인 측면에 있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치료, 부모의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 가족치료까지 포함돼야 한다. 알코올 중독 가족의 구성원들은 경계심과 걱정이 많고 만성적으로 두려워한다. 이러한 만성적인 스트레스의 중요한 결과는 버림받음의 느낌이다. 알코올 중독 가족의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버림받음(유기)에는 여러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중독자는 중독된 행동으로 많은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자녀들을 돌볼 시간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자녀는 유기되고 방임된다.
둘째, 자녀가 받아야 할 기본적인 의존 욕구를 채움 받지 못하여 방치된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이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심리적으로 중독이 되어 있는 상호의존중독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는 병적으로 아버지에게 의존되어 있을 수도 있고 역기능체계에서 여러 부정적인 행동 등이 나타 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와 함께 있어 줄 수 없다. 부모 스스로가 수치심이 있기에 부모가 자녀를 건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부모에게 상처를 받은 자녀는 상처를 입고 성장해 자신의 부모처럼 중독자가 되어 다시 자신의 자녀에게 상처를 줄 확률이 높다. 결국 부모처럼 알코올 중독에 빠지거나, 방종의 습관과 기분을 전환시켜 주는 진통제와 같은 중독된 여러 방법들을 찾게 된다.
셋째, 알코올 중독 가정은 여러 종류의 학대를 만들어 낸다.
알코올은 억제 기능을 낮추고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알코올 중독자인 부모를 둔 아이들은 신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를 많이 받게 된다. 또한 부부관계가 심한 갈등관계이기 쉽고 자녀는 자신의 발달단계에 따른 필요를 부모로부터 받지 못하기에 상처를 입게 된다. 결국 역기능의 항상성이 지배를 하는 가족체계를 이루게 된다. 역기능 체계속의 아이들은 역기능으로 발생한 기울어진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역기능 가족체계에서 희생양의 역할을 자처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집을 자주 비우게 되면 어머니는 남편으로부터 받아야 할 필요를 아들에게서 채우게 된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심리적으로 아들의 대리 아내 역할을 하게 되고 아들은 심리적으로 어머니의 대리 남편 역할을 하게 되어 모자는 서로 밀착된다. 이 아이가 커서 결혼하게 되면 엄마와 밀착이 되어있기에 고부간의 갈등과 부부 갈등이 대두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알코올 중독자가 되거나 여러 가지 강박적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며 부모처럼 부부 갈등을 하고 아내는 아들과 다시 밀착하게 되어 역기능은 대를 잇게 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