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가운데의 두 나무(3) (창 3:1~3:24)

  • 등록 2023.11.29 1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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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영 목사와 함께하는 창세기 여행 11
유수영 목사
제주함께하는교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고 나서도 아담과 하와는 죽지 않았습니다. 뱀의 말이 일부는 맞은 셈이죠. 하지만 더 지혜로워지리라는 기대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눈이 밝아진 건 사실이지만 세상 이치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먼저 보였으니까요. 하나님 섭리를 벗어난 존재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그제야 비로소 깨닫게 됐죠. 꿈꾸던 욕망 속 근사하고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한심하고 신뢰 없는 열등함만 서로에게서 보고 말았던 겁니다. 2장 25절에서는 전혀 부끄럽지 않았던 벗은 모습이 이제는 감추고 싶은 실체가 되어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몸을 가릴 수밖에 없었고요.


벌거벗었지만 부끄럽지 않았던 과거에는 완전한 연합이 가능했습니다. 아담과 하와도 연합할 수 있었고 사람과 자연, 사람과 하나님 연합도 가능했죠. 에덴동산이 낙원이 될 수 있던 원인이기도 합니다. 모든 존재가 부끄러움도 속임도 오만함도 없이 하나님 안에서 소통하고 연합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연합은 사라졌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벗은 몸을 감추며 자신을 숨겼고 사람과 사람, 하나님과 사람 사이 연합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르되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창 3:10)


사람과 하나님의 연합이 깨어진 사건은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범죄를 알게 되신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셨을 때, 그는 벗고 있는 자신이 두려워 숨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규칙을 어겼다거나 하나님 말씀을 거역한 행동에 대한 반성이 아니었죠. 두 번 세 번 생각해 보아도 정상적인 대답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님 명령을 어긴 일이 가장 큰 문제여야 하지 않나요? 아담과 하와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했습니다. 내 부끄러움, 내 잘못, 내 두려움, 내 생각, 내 입장이 더 소중했죠. 두려움과 부끄러움 없이 사람과 사람이 연합하고 하나님과 소통하던 과거를 생각할 때 얼마나 참혹한 일인가요? 죄도 나쁘지만 죄를 범한 자신에게로 생각과 마음이 쏠리고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나를 창조하고 생명을 주신 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여자가 이르되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2~13)


하나님 앞에서 아담과 하와가 내놓은 대답은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담은 하와가 줬다고 대답했고 하와는 뱀이 원인이라고 대답했죠. 아담과 하와가 해야 했던 대답은 잘못에 대한 인정이었지만 오히려 하나님께로 슬쩍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여자를 만들어 주시지 않았다면(혹은 뱀을 만드시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구차한 이유를 대면서요. 규칙을 어긴 행동이 잘못이 아니라 규칙 자체가 틀렸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아담은 이미 피조물 위치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습니다.


이들 대답에는 거짓말도 일부 섞여 있습니다. 뱀이 꾀기 이전에도 열매를 먹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죠. 내 욕망에는 잘못이 없는데 뱀이 부추겨서, 여자가 줘서 먹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면 이들은 하나님을 정말 크게 오해하는 겁니다.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지 말라는 말씀이 그저 열매를 먹는 행동만을 규제하려는 의도였을까요? 먹지 않고 냄새만 맡으면 괜찮나요? 입에 넣었다가 삼키지 않고 뱉으면 문제가 없나요? 핵심은 행동이 아니라 동기입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는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리되 인간이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알려주시기 위해 사용된 도구입니다. 명령을 지킴으로써 창조자의 의도를 헤아리고 받아들이라는 메시지였죠. 아담과 하와가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동은 도둑질하다가 적발되니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웠을 뿐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치졸한 행동에 불과합니다. 

관리자 기자 bpress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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