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규칙 지키기를 거부하고 에덴동산 밖 삶을 선택했을 때 하나님은 그것마저도 받아들이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한 인간에게 성장이라는 축복까지 준비해 주셨습니다.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 하시고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네게 먹지 말라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창 3:16~17)
사람과 뱀은 처벌받아야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하나님께서 뱀에게는 사람과 달리 왜 이런 일을 했는지 묻지도 않고 벌을 내린다는 점입니다. 사람을 유혹한 뱀의 행동이 구속사라는 거대한 계획 일부였기에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지 않았나 싶네요. 뱀은 저주를 받아 배로 기어 다니게 됐고 미래에 오실 여자의 후손 예수님으로 인해 심판받게 되는 벌을 받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받은 벌은 뱀이 받은 벌과는 결이 아주 다릅니다. 언뜻 형벌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 축복이 함께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16절과 17절을 보면 여자와 남자가 출산과 노동을 범죄 대가로 받게 됩니다. 노동을 남성의 전유물로, 출산과 육아를 오롯이 여성 몫으로 생각하지 않는 오늘날 세태를 따른다면 인간 모두에게 벌이 내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에덴동산에서 범한 죄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함께 노동과 양육이라는 짐을 짊어지게 됐죠. 세상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리며 오로지 자기만을 생각하고 살아도 괜찮았던 에덴동산의 삶과는 정반대 세상이 됐습니다. 거기에 더해 사람은 이제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아담과 하와에게는 실로 엄청난 변화였을 것입니다. 에덴동산을 나와 잡초가 가득한 땅에 서서 살아갈 날을 걱정하는 이들의 표정이 상상되네요.
출산과 노동은 한편으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출산은 직접 새로운 생명을 낳고 노동은 그 생명이 꺼지지 않도록 유지해 주니까요. 하나님은 이를 통해 가정이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경험하게 해 주셨습니다. 에덴동산에서 남자와 여자로 살았던 아담과 하와는 이제 남편과 아내로, 아빠와 엄마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살아가게 됐고 낙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고통과 수고를 짊어짐과 동시에 행복과 성장의 기쁨도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뱀과 사람에게 주어진 벌에 차이가 있다면 뱀에게는 벌의 결과만 있었지만,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가 함께 있었다는 점입니다.
죄를 범한 인간이 하나님을 대하는 태도는 지극히 감정적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계획을 한 단계 더 진행하셨으니까요. 인간이 에덴동산 규칙을 잘 지켜 오래도록, 혹은 영원히 그 안에서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하나님이 그 또한 기쁘게 여기셨겠죠. 인간이 규칙 지키기를 거부하고 에덴동산 밖 삶을 선택했을 때 하나님은 그것마저도 받아들이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한 인간에게 성장이라는 축복까지 준비해 주셨습니다. 성장은 땅에 떨어진 나무 열매 먹는 것처럼 단번에 얻을 수 없습니다. 개간되지 않은 땅을 갈고 또 갈며 씨를 심어야 조금씩 수확량이 늘며 제구실하게 되듯 한 세대가 흙으로 돌아가고 그 세대의 유물을 다음 세대가 누리다가 또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며 역사가 만들어지고 인간의 지혜도 점차 성장하게 되죠. 그렇다면 하나님이 계획하신 성장은 어디까지일까요?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 동산 동쪽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 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 3:24)
성장의 지향점은 생명나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 있을 때 하나님은 생명나무를 굳이 금지하지 않으셨습니다.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동안에는 생명이 언제나 사람에게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음으로써 하나님께 도전했고, 에덴동산과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고 말았습니다. 열매를 먹고 눈이 밝아진 사람은 이제 자신의 지혜를 발전시켜나갈 겁니다. 학문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문명을 일으키고, 진리를 찾아 끝없이 도전하겠죠.
하나님은 사람이 생명을 소유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예비하고 계셨습니다. 사람이 범죄하기 이전에, 에덴동산을 만들고 뱀이 사람과 함께 살도록 허락하시기 이전에, 사람을 창조해 피조 세계를 다스리도록 하기 이전에,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기 이전에 이미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참된 구원이시고 영원한 생명의 열쇠가 된 예수님을 통해서만 인간이 진정한 생명을 소유하고 에덴동산의 삶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영원한 생명과 참된 지혜, 그리고 하나님과 완벽하게 연합하는 정말로 아름다운 세상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