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찬양을 가로 막는 것

  • 등록 2013.10.07 18: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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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 다 형용 못하네”
찬송가 304(통일404)장 가사 1절의 첫 부분인데, 이 찬송은 프레드릭 레만(F. M. Lehman, 1868-1953)이 가사를 써 곡을 붙인 것이다.


레만은 1868년 8월 7일에 독일 슈베린 메클렌부르크에서 태어났으나 가족이 그가 네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음으로 아이오와 주에서 살았다. 열한 살 때 예수를 영접했고, 노스웨스턴 대학을 졸업한 뒤 목사가 되어 주로 시골 교회에서 목회를 했다. 그러나 생활이 궁핍하여 생활비를 벌려고 공장이나 병원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틈만 나면 찬송시를 썼다.


그는 이 찬송 304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의 작시에 대하여 훗날 이렇게 적고 있다.
“1917년의 어느 날, 나는 일을 하다가 잠깐 짬을 내어 아내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쌌던 신문지를 펼쳐 들었다. 그런데 거기에 기가 막히게 좋은 히브리 시가 있었다. 나는 레몬 상자에 걸터앉아 벽에 기대어 몽당연필로 첫째 연과 둘째 연과 후렴을 썼고, 셋째 연은 히브리 시를 운을 맞춰 고쳤다. 그것이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이다. 이 시를 썼던 방은 정신병원 병동의 병실로 환자가 죽어 나간 방이었다.”


그가 말한 ‘히브리 시’란 히브리의 3대 절기 중 하나인 칠칠절 첫날, 십계명을 읽기 직전에 부르는 찬송으로 십계명의 서곡에 해당하는 하다므트(Haddamut)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찬송은 ‘빌리 그래함 전도단’의 찬양 사역자 킴 윅스(Kim Wicks)가 1974년 ‘세계 순복음 전대대회’ 때 불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킴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킴 윅스는 본래 한국인으로 6.25 한국전쟁 때 실명하여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홀트 아동복지회 주선으로 미국의 크리스천 가정에 입양되었다.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 수학했고 오스트리에서 성악을 공부하여 이름 있는 성악가가 됐다.


그녀가 걸어온 인생길은 그 자체가 간증거리였고,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녀는 빌리 그래함의 집회 때면 간증했고, 이어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불렀는데, 그때마다 청중들의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 찬송을 만든 프레드릭 레만과 이 찬송을 부른 킴 윅스는 둘 다 역경 중에 있었다고 하는 공통점이 있다. 레만은 생계의 유지를 위해 목회에만 전념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병원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했고, 윅스는 장님이라고 하는 불우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말로는 다 형용할 수 없다고 찬양했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 다 형용 못하네”는 “The love of God is greater far Than tongue or pen can ever tell; 하나님의 사랑은 혀와 펜이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크다”를 의역한 것인데, 그들이 그렇게 찬양한 것은 하나님께서 “저 높고 높은 별을 넘어 이 낮고 낮은 땅 위에 죄 범한 영혼 구하려 그 아들 보내사 화목제물 삼으시고 죄 용서하셨”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정말 그렇다. 이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극심한 역경 가운데에서라 해도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찬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조금만 어려운 일이 있어도 불평하며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그런데 필자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죄를 용서받은 천국백성으로서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찬양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런데다가 하고 싶은 하나님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런데 옥에 티 같은 것이 하나 있어 그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해야 할 필자에게 조그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필자는 허술하기 그지없는 글 나부랭이를 쓰면서도 그것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겨 주신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작품 하나를 쓰는 데에 온힘을 다 기울였다. 후회투성이의 인생을 살아온 필자이지만 작년만은 후회 없는 한 해였다고 말하고 싶다. 작년은 정말이지 일하는 즐거움에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그런데 금년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오래 전에 써 두었던 작품 하나와 함께 이 작품을 손질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는데, 작년처럼 행복하지만은 않다. 출판되었을 때의 결과(反應)가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필자는 무슨 일을 하건 그 과정만이 사람의 몫이고 결과는 하나님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니 그런 의미의 말을 가끔 하기도 한다. 무엇인가의 일을 하면서 결과에 집착하다 보면 욕심이 생겨 하나님의 방법을 뒤로 하고 인간의 방법을 쓰게 된다. 그리되면 인간의 관점으로는 성공한 것 같아도 실은 완전한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방법이 아닌 인간의 방법으로 하는 일은 그 자체가 죄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으로 살고 있는 필자인데 결과에 마음이 쓰인 것이다.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마음 쓰지 말자, 마음 쓰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지내는 요즘의 나날이다.


그런데 필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돌아가고 있는 나라의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하여 견딜 수가 없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가 하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 직원을 시켜 인터넷에 댓글까지 달게 했다. 그런가 하면 정상회담 회의록이라고 하는 국가 최고 기밀인 1급 비밀을 2급으로 낮추더니 급기야는 일반문서로 재분류하여 공개했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국정원이 아직 공개도 하기도 전에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그 정상회담 회의록의 일부를 한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이라는 사람이 대선 유세장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당연히 분노했고 책임자를 퇴진시키라며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연히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요구도 거셌고 이에 대통령도 공감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정원을 향해 스스로 개혁하라고 주문했다. 도둑더러 도둑을 잡으라는 것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모를 일이다.
경찰은 경찰대로 특정인물을 당선시키려 했다.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가진 TV 토론회가 끝나고 그날 밤 11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없었다고 하는 의미의 발표를 했다. 그러나 실은 수많은 댓글을 발견한 뒤였다.


요즘은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감찰지시라고 하는 사상초유의 일로 나라 안이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소란하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의 노릇을 한다고 하는 국민들의 비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이번에 사표를 낸 채동욱 총장은 법의 정신에 따라 비교적 소신껏 일한다는 것이 대체적이 평가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신들의 시녀이기를 바랐던 권력에게 밉보여 곤욕을 치루고 있다.


나라가 돌아가는 모양이 이런데도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것 말고는 없으니 자신의 무능을 개탄할 수밖에 없어 슬픈 마음이다. 그러나 절망은 하지 않는다.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알기에, 그리고 절망은 불신앙이기에 절망은 하지 않는다.
필자는 애국자가 아니지만 나라를 위한 기도만은 쉬지 않는다. 정직하고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 인정받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게 해 주시라고, 그런 사람들이 나라의 지도급 인사가 되게 해 주시라고 기도한다. 그리되면 나라는 자연스럽게 바로 서게 될 것이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나라를 바르게 세우는 일에 나서야 할까. 그야 자명한 일이다. 우리 기독교인이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 해서 별다른 것이 아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나를 변화시키고, 자신이 소속된 교회의 변화에 앞장서고, 나라나 사회적 지도자들의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선거에서 조금이라도 더 정직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뽑으면 된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당신의 자녀들에게 서로 사랑하며 바르게 살라고 말씀하신다. 서로 사랑하며 바르게 사는 것, 그것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다.
임 종 석 목사 / 우리집교회 협동목사,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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