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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羞恥心)

박종화 목사의 가정사역-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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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목회자들에게 상담을 강의했다. 그중에는 하루, 몇 달, 또는 몇 년을 학위나 자격증 과정으로 만났다. 목회자들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수치심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그 가족과 소속된 교회는 역기능적인 에너지가 많이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의 목적은 그 역기능의 구조에서 순기능의 구조로 바꾸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목회자의 수치심은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나의 또 다른 내담자그룹인 가정폭력가해자(법원에서 치유프로그램 수강 명령이 내린 치료그룹)나 알코올중독자들의 수치심과 같은 것이었다. 수치심은 거짓 자기를 만들어 내는데 그 역할로 목회자나 봉사자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역경과 고난 속에서 받은 하나님의 소명을 무시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소명이 자신의 상처를 가리기 위한 합리화이고, 목사라는 직분이 거짓 자기로서 실제의 참 자기가 아닌 그림자 역할만을 한다고 하면 분노를 터뜨리지 않을 목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극단적으로 참과 거짓을 나누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역기능이든 순기능이든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거치며 모든 판단과 선택은 자기 자신이 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처로 인한 거짓 가면이 있다면 한꺼풀 두꺼풀 벗어 던지면 될 일이다.

 

그리고 참 자기로서 소명이 분명하다면 역기능의 정도에 따른 치유과정을 거쳐 목사의 직분을 수행하면 된다. 만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이 불분명하다고 느낀다면 치유의 과정을 계속 진행하면 된다. 치유의 과정에서 여러 겹의 거짓 가면을 벗어 던지다가 목사라는 가면이 나의 참 자기가 아니라면, 다시 말해 내가 받은 소명이 참 소명이 아니라고 확신이 든다면 그때 목사직을 내려놓으면 된다. 물론 그 판단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무슨 판단을 내리든지 정직한 직면과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나도 내 자신의 실제와 거짓을 직면하고 알아내는 것이 힘든데 어찌 쉽게 다른 사람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내가 말하려는 부분은 목회자의 신앙에 관한 부분이 아니다. 단지 상처 입은 목회자가 있다면 그들의 필요에 따라 상담을 통해 상처 치유에 대한 도움을 줄 뿐이다.

 

실제로 나는 성 강박증, 성폭력 피해자, 역기능 가족, 부부의 갈등을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며 도움을 줘 왔다. 신기하게 신앙이라는 두루마리로 겹겹이 수치심으로 가려서 참 자기를 만나기 어려운 반면, 상처 입은 성도나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와 상처, 그리고 생각이나 느낌 등을 진솔하게 답하는 가운데 치료가 잘 되는 것을 경험했다.

 

목회자들은 내면에 대한 상처의 치유의 방법으로 빈 의자 기법이나 역할극, 그리고 싸이코테라피 등에 잘 적응을 못했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의 수치심을 알아차리거나 수치심을 직면하여 끌어안는 작업에 제한을 받았다. 목회자들은 기도하거나 말씀을 읽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직면은 과거 상처받은 대상과의 관계를 재경 험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상담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오염된 감정과 왜곡된 사고를 인지하고 치유하는 과정에 열심히 참여해야 한다. 수녀님들이 서너 달 나의 강의를 듣게 됐다. 함께 그분들의 원가족과 가계도를 그려보았고 자신의 발달과정 가운데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상처와 자신의 역할을 찾아봤다.

 

어느 분은 수녀원에서 인간관계에서의 문제가 있었고 어느 분은 상처받은 아이들과의 공동체생활에서 오는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문제는 그 뿌리가 되는 어린 시절 가족체계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했다. 목사라는 직함이 상처를 가리는 도구가 될수 있는 것처럼 수녀라는 역할이 그림자가 된다면 그 직함들은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누구의 눈치를 보며 봉사자의 역할을 하는 삶이 내면 깊숙이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새롭게 자신의 인생을 결정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참 자기를 찾는다면 수녀라는 직분이 갖는 역할을 행복하게 수행할 수도 있고 수녀원을 나와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사로 피해 아동들을 보호하고 있는 한 자매가 자신의 어린 시절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하여 현재 자신이 만나고 있는 피해 아동의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보고 감정이 전이되는 것이 느껴져 피하게 됐다며 자신의 내면을 열어 보인다.

 

자신의 상처에 대한 직면에 대한 의미를 소개하고 상처에 연결됐던 감정을 느끼고 순환시키는 과정을 알려줬다.

그리고 한 방법으로 빈 의자에 아버지가 앉아있다 생각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을 표현해보라고 했다. 상담소를 찾을 수 없거나 시간이 없을 때 집에서 혼자 이 과정을 진행할 수도 있다. 그때의 감정을 두려워 말고 피하지도 않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용감하게 계속 맞설 때 상처의 고통에서 차츰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재 자신의 역할을 자신의 실제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또 다른 그림자요, 중독의 형태요, 수치심의 표현이 된다.

그림자라는 것은 마치 어릴 때 물에 빠졌던 경험 때문에 갖게 된 물에 대한 트라우마(Trauma)로 평생 물을 두려워하다가 결혼적령기에 만난 상대방이 바다에 가자고 했을 때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그에게 투사하여 그를 미워하는 것과 같다.

 

부부 갈등에 있어서 자기 원가족의 역기능적 체계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면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고 배우 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상처를 보지 못한 채 상대방을 가해자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원가족 가운데서 받은 아픈 상처로 만들어진 오물 들을 그럴듯한 것들로 포장하여 상대방에게 던진다. 그 오물을 포장하고 있는 것은 양심, 윤리나 도덕, 그리고 신앙일 수 있다.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모든 이들에게 상처 입은 자신을 치유할 것을 권한다. 내가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기 이전 갓 태어난 아기였을 때를 생각해 보자. 이 어여쁜 아기에게는 부모의 사랑만이 필요했다. 그러나 태어났을 때부터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들로 인해 피해자가 되고 어른이 되어서 자녀에게 가해자가 된다.

 

반대로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을 잘 받은 아이는 건강한 인격으로 잘 자라 누군가를 사랑할 수있는 에너지를 가졌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모든 상처나 사랑은 대상과의 관계,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발점은 내가 피해자였든 가해자였든 일단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여 내 잘못이 아니다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역기능체계에서 받는 상처로 인한 수치심을 깨닫고 그것이 내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인정은 부모이상화를 멈추게 하고 연결환상에 빠진 자신을 구해내는 첫 작업이 된다. 사실 부모이상화로 원래 부모가 가지고 있던 수치심을 자신이 떠안게 되지 않았던가?

 

내 잘못이 아니야를 받아들이는 것은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모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박종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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