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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콩나물국이 먹고 싶다.

/ 김근중 목사 늘푸른교회

콩나물은 콩나물시루 속에 빽빽하게 밀집되어있어야 잘 자란다. 마치 조상대대로 한 마을 좁은 땅위에서 빽빽하게 밀집되어 삼대(三代)가 함께 살을 맞대고 수백 수천 년을 잘도 살아온 우리 민족을 생각하게 한다. 또 콩나물은 뿌리 내릴 흙이 없어도 내리 쬐는 볕이 없어도 잘만 자란다. 마치 가꾸어 먹을 땅도 없고 이렇다 할 천연자원도 없는 이 땅에서 가뭄과 홍수와 태풍과 악정(惡政)에 시달리면서도 티 없이 잘도 살아온 우리 민족역사와 같다. 콩나물은 거두는 일도 없고 가꾸는 일도 없이 그저 물만 주어도 잘 자란다. 풍부한 것이라고는 물밖에 없는 땅덩어리에서 보리죽도 제재로 못 먹고 고무신 하나도 제대로 신고 다니지 못했어도 억척스럽게 잘도 살아온 우리 민족처럼 말이다, 그래서 콩나물이 내는 맛도 짜고 맵고 쓰고 단 것이 아니라 담백하고 시원하고 소박하다. 마치 자연에 순응하여 하얀 베옷만 입고도 천직의 농부처럼 살아온 우리민족과 같다.


콩나물은 한국사람이다.

콩나물은 삶을 때 익기 전에 뚜껑을 열면 비린내가 나는 것까지도 한국인을 닮았다. 내성적이면서도 옳은 것이 아니면 성깔을 부리는 한국인의 저항방법을 꼭 닮았다. 콩나물의 이해를 돕는 결정적인 조건은 이 세상에서 콩나물을 먹는 민족은 한국인이 유일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도 규수지방 사람들이 콩나물을 먹기는 하지만 귀화한 한국 사람들이 전파시킨 것이다.

중국이나 서양에서 먹는 것은 숙주나물이지 콩나물이 아니다. 콩나물은 김치와 더불어 이 세상에서 한국사람 만 먹는 주체적(主體的) 식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콩의 원산지가 바로 고구려의 옛 강토라는 것을 알면 심증이 갈 것이다. 밀은 유럽 토양에 가장 잘 맞는 곡종(穀種)이라면 벼는 동남아에 알맞은 곡종이듯이 한반도 풍토에 가장 알맞은 곡종이 콩인 것이다. 그저 심어놓으면 손 한번 쓰지 않아도 결실을 맺는 것이 콩이며 그 종주국이 한국인 것이다. 그래서 수천 년 동안 그 숱한 기근을 콩나물과 된장만으로도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일제 강점기나 6·25전쟁 때, 이 두 가지 음식이 없었다면 어떻게 견디어 낼 수 있었는가 자문해 보면 알 수 있다. 콩나물은 한국인의 원형질(原形質)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농약콩나물이 버젓하게 우리 밥상까지 침범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인의 원형질까지 독약으로 썩어들게 한다. 작금에 와서는 사회전반에서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농약 먹인 콩나물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화장실에서 23살의 젊은 우리의 딸이 죽었다. 이번에는 여성혐오라고도 하고, 정신질환으로 인한 피해망상이라고 한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지 찬찬히 곱씹어 보며 재발방지책을 찾아야하는데 이 안타까운 사건은 어느새 남녀 간 편 가르기로 변질되고 있다.
“90%는 남이 그렸는데 100% 내 작품”이라고 돈을 받고 팔았다. 아이디어를 내가 내면 누가 그렸더라도 내 작품이란 말인가? 공산품처럼 찍어 내고 작가가 마지막 터치를 하면 작가의 작품이 된다니 OEM 주문자 생산이라는 이야기인가? 미술계에서 대작(代作)이 관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 국민의 시각으로 볼 때 화가란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 마지막 사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어떤 해운회사가 호황 일 때는 한판 성과잔치를 벌이며 자축하다가 회사가 어려워지자 구조조정 내부정보를 빼낸 뒤 미리 주식을 매각해 수십억 원씩 챙기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자금을 넣어야 한단다.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한 게 아니라 만 명에게만 평등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법은 약한 사람들 보호하고  지키라고 만들어 놓았지만 힘 있는 자들의 소유물이 되고 말았다.
1994년 국내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한 이후 22년 동안 대한민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흡입독성 생체 실험 중이었다. 5년간 확인된 사망자만 239명이 나온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첫 사망자가 나온 지 5년이 되도록 수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를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 부른다. 단지 차이는 세월호는 2시간 반 만에 침몰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2년 동안 서서히 가족을 침몰시켰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가?
차라리 TV를 끄고 귀 막고, 눈을 닫고 싶다. 우리의 해법은 무엇인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차라리 누가 누구를 가르치기를 그만두자. 내 탓이라고 하는 것도 식상하다. 그냥 나 하나만이라도 지킬 것을 지키고,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자. 위로해보지만 답답하다. 어디에 마음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부끄럽고 미안하다. 우리사회문제는 꼬여도 너무나 꼬여 있어서 풀 수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꼬이고 엉킨 부분을 가위로 과감히 잘라 내고 다시 이어야 그 기능이 살아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가위를 누가 들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위질을 당하는 것을 용납하고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가?”이다. 그렇다고 이방원의 하여가나 부르면서 살수는 없지 않는가? 선죽교에서 피 흘리며 죽는 다 할 지라도 정몽주의 단심가를 불러야 목사라 할 수 있지 않는가? 반평생을 이 나라에서 살았고 좋은 자리 얻어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살아, 책임져야 할 일이 많은 기성세대라서 다음세대에게 더 부끄럽고 미안하다.
어머니가 손수 기른 콩나물이 먹고 싶다. 된장 풀어 푹 삶은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한 숟갈 풀어 땀 흘리며 먹던 엄마표 콩나물국을 먹으면서 삼대가 함께 어울려 맛과 멋이 있는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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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믿음과 은혜로 이겨내는 한 해 되겠다”
우리교단 총회(총회장 이종성 목사)는 지난 1월 4일 여의도 총회 13층 대예배실에서 2024년 신년감사예배를 드리고 새 출발의 한 해를 다짐했다. 1부 감사예배는 1부총회장 홍석훈 목사(신탄진)의 사회로 국내선교회 이사장 김창락 목사(수원동부)가 기도하고 교회진흥원(이사장 박대선 목사, 원장 김용성 목사) 직원들이 특송한 뒤, 71대 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유영식 목사(동대구)가 “때가 차매”(갈 4:4~)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유영식 목사는 “갈라디아교회는 바울을 통해 복음을 들으며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일어났지만 시간이 지나며 율법으로 변질되고 왜곡되면서 복음을 잃어버렸다. 오늘의 한국교회, 오늘의 침례교회도 이런 모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우리가 다시 말씀 앞에 서서 성령의 역사하심을 경험하기 원하며 무엇보다 성령의 감동으로 새로운 한 해를 은혜로 보내는 기쁨이 충만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설교 후 이대식 목사(원주가현)의 축도로 예배를 마치고 하례식을 진행했다. 총회 전도부장 최성일 목사(주신)의 사회로 이종성 총회장이 신년사를 전했다. 이 총회장은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교단적으로 위기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시대를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