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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기관들의 장래


우리 교단에는 많은 기관들이 있다. 신학대학교가 있고, 기독교도서 판매와 출판, 각종 세미나와 제자훈련 등을 주관하는 교회 진흥원, 중국 선교사 왈레스를 기념하여 세운 침례병원과 교회 개척기금 또는 건축 기금을 지원해온 국내 선교회들이 있다.


위에 언급된 네 기관들 모두 미남침례교회의 지원으로 세워졌고 운영되어 왔다. 그 외에도 침례신문사, 해외선교회, 군경선교회, 교역자복지회, 전국남선교연합회, 전국여성선교연합회, 뱁티스트사와 전국사모회가 있다. 이들 8개 기관은 해당 기관의 임원이나 이사들의 헌금이나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에는 모범적이며 헌신적인 운영으로 기관이 성장함과 동시에 교단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해외에 자랑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는가 하면 다른 기관 중에는 관리자의 도덕적 해이와 사명감 부족으로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기금이 고갈되고 각종 비리가 발생하여 교단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 교단은 한 때 분열의 고난을 겪었고, 다시 합동의 기쁨도 있었다.


초기에는 미남침례회와 유대를 맺고 목회자 생활비를 후원하고 개교회가 대지를 구입하거나 건축을 할 때 미국 성도들의 헌금으로 지원 해준 일이 많았다. 이렇게 기도와 헌금으로 후원해 주는 일에 이미 맛을 들이다 보니 땀 안 흘리고 얻는데 익숙해졌고, 기부한 땅을 팔아 먹는 일이 아무도 모르게 소리 없이 진행 되었다.


필자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인천 숭의동 보육원 땅 6,000여 평이 그렇게 사라졌고, 옥수동 땅도. 심지어 우리 인천교회 땅도 팔자고 며칠씩 졸라대다 교회의 반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된 적도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은 열심히 전도하고 선교하며 부흥하여 3,000교회가 넘게 성장하였다. 지금 우리 교단은 교단 창설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선교회는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그 결과 보고가 침례신문 지상을 통해 보도 되었는데 회장이 기금을 유용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침례병원은 초량에서 동래로 이전하면서 빌려온 건축부채와 계속된 경영부실도 인해 800억이 넘는 빚더미가 쌓여 있으며 원장이 사임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뽑기 위해 공고를 낸 상황이다. 교회진흥원은 극심한 도서판매 부진과 출판계 전반에 걸친 불경기로 인해 앞으로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계속 이러한 출판 황무지 현상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교회진흥원은 위기에 처할 것이 명약관화한 상태이다.


대전에 있는 신학대학교는 지방대학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학생 확보가 발등에 불이 되었다. 전국에 400여개로 난립된 대학은 2018년에는 대학진학 지원보다 대학 신입생 정원이 더 많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미 교육부에서는 각 대학의 교수 충원율과 기타 교육여건 개선과 재단 전입금 등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A등급에서 E등급까지로 등급을 결정하고 있는데 D~E 등급이 되면 학자금 대출이 불가능해져서 신입생 모집에 막대한 불이익을 당하게 되며 학생부족으로 인한 경영악화는 확실해졌다.


또한 총회 회관도 260억이 넘는 건축부채로 고민하고 있다. 5월중으로 40억 상환이 실현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체적인 부실이 교단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 주 조선일보 박정훈 칼럼을 인용해 본다. 1975년 일본 월간의 문예춘추에 한편의 논문이 실렸다. 일본의 자살이란 의미심장한 제목아래 일군(一群)의 지식인 그룹이 공동집필한 문건이었다.


필자들은 동서고금 제 문명을 분석한 결과 모든 국가가 외적(外敵)이 아닌 내부 요인 때문에 스스로 붕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찾아낸 국가 자살의 공통요인은 이기주의와 포플리즘(대중영합) 이었다. 국민이 좁은 이익만 추종하고 지배 앨리트가 대중에 영합할 때 그 나라는 쇠망한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잊혀던 이 논문은 몇 년전 아사히 신문이 인용하면서 다시 유명해졌다.


논문은 로마제국의 쇠락원인을 서커스로 요약하였다. 로마가 번영을 구가하면서 로마시민은 책임과 의무를 잊은 도덕적 유민(遊民)으로 변질되었다. 그들은 대지주와 정치인에게 몰려가 을 요구 했고 지배계층은 환심을 사려 공짜로 빵을 주었다. 무료로 빵을 보장받고 시간이 남은 시민들이 무료해지자 지배층은 서커스까지 제공했다.


기원 후 1세기 클라디우스 황제시대 콜로세움원형경기장에서는 격투기 같은 구경거리가 1년에 93회나 열렸다. 그것이 날로 늘어나 4세기 무렵에는 무려 175일간 서커스가 벌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빵을 무상복지, 서커스는 포플리즘을 상징한다. 로마는 활력 없는 복지국가와 태만한 레저사회로 변질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것은 로마만의 일이 아니었다.


인류 역사상 출현했던 모든 국가와 문명이 자체 모순 때문에 스스로 몰락했다. 20세기 대한 민국의 기적을 낳는 것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인내하는 절제심과 책임감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엔 미래는 없고 현재만 있다. 집단이익이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시되고 당장의 몫을 쟁취하려는 떼쓰기가 곳곳에서 난무하고 있다.총회를 비롯한 교단 내 기관들이 부실해지고 부채에 시달리게 된 원인은 분명하다. 총회는 가입된 교회의 협동비로 운영된다.


1년에 쓸 수 있는 협동비는, 8억 여원 수입되는데 이중 30%24천만원을 목회자 은급으로 적립하고 나면 5억여원으로 인건비 지급과 회의비 또는 각부 사업비로 예산 편성해 살림살이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적 성장대회나 여러 행사에 큰 교회들의 협조에 손 벌리고 협조비 낸 교회 목사는 강사가 되는 관례가 굳어지고 있다.


수년 전 총회의 행사비 중 불법으로 지출된 것을 변제하도록 요구한 적이 있다. 결과는 한 건도 변제한 일이 없었고, 오히려 그 문제를 지적하고 환수를 추진한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적이 있다. 국내선교회 문제도 수년 전 지적된 부정을 고치고 시정했더라면 이런 부끄러운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 격이다.


나하고 동기동창이니 비호하고 두둔하면서 집단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총회의 앞날은 자명하다. 다시 칼럼의 결론부분을 옮긴다.


병리(病理)를 알면서도 치유할 힘을 잃은 자기 해결 능력상실이 더 문제다. 망조가 든 나라는 타살 당하기 전에 스스로 쇠락하는 법이다.


스스로 교단의 병리현상을 진단하고 과감하게 부패된 부분을 도려내고자 하는 외과 의사를 기대해 보면서 교단의 소망을 걸어본다.


김기복 목사 / 인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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