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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집착

한 상담소에서 출장상담을 부탁해 왔다. 여러 가지 힘든 조건 때문에 거절을 했지만 재차 요청이 왔다. 아이가 집에서 수년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허락을 했다. 초기 면접상담에 아이의 부모가 왔다.

정신과 의사와 여러 상담자들을 거치고 온 부모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야기인 즉 아들의 나이가 20세이며 3년 전 자퇴를 했단다. 몇 개월 후면 군대를 가기위해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야되는데 걱정이란다. 오랫동안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아 욕창이 생길 정도란다. 그래도 요즘은 거실까지 나온다고 하였다. 아빠의 말에 의하면 부모가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으며 아들도 공부를 꽤 잘했다고 한다. 지금도 부모는 아들이 머리가 좋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특히 아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입장이고 엄마는 아빠의 요청으로 따라왔다. 아빠의 원가족은 사랑이 넘치는 것 같으나 자녀가 성장함에도 응석받이처럼 대하는 분위기였고 엄마의 원가족은 경상도 특유의 가부장적이면 엄격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아들에게 정신적 상처가 있었다면 가족문제가 가장 클 것이고 그 다음은 학교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가족문제도 학교문제도 아니라고 한다.

그동안 거쳐 왔던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가족문제가 아니니 학교문제라고 여기고 접근했으나 실패하였다고 하였다. 자녀문제를 들고 온 부모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문제가 자녀에게로 확대되었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또 그렇게 인지하지도 못한다. 만약에 그것을 알았다면 올바른 치유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빠는 아들이 청소년이 되었음에도 응석받이 대하 듯 한다. 그럼에도 부모는 아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경제력도 넉넉하지 않은데 여러 학원을 다니게 하고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참견하였다. 당장 아들의 성적은 좋을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아빠에게서 왕자대접을 받고 엄마에게서는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이기에 아들은 부모에게서 이중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부부사이가 안 좋아 아빠는 더욱 아들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아들은 심리적인 고통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아들은 중학생임에도 기저귀를 차게 해달라는 등 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모가 사이가 안 좋거나 싸울 때 마다 아들은 문제를 만들어 부모의 싸움을 말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아빠는 엄마와 문제가 커지면 커질수록 아들에게 과도하게 사랑이라는 표현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나아가 아들은 아빠의 심리적인 대리 아내의 역할을 하게도 된다.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은 사랑해야 할 대상이면서도 아빠와 동일시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자신의 원가족으로부터 받았던 것처럼 아들을 방임을 하거나 무관심하게 되기 쉽다. 이것이 역기능의 삼각관계다. 부모가 서로 관계가 안 좋으면서 그 중 한쪽이 아들에게 과도하게 밀착이 된다면 이것은 사랑이 아닌 집착이 된다. 그러기에 자녀와 밀착된 관계를 끊고 부부사이를 돈독히 맺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이것은 아들의 문제이기에 앞서 부모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고로 아들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모의 문제가 먼저 해결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말이다. 그것을 부모는 모른다. 아들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자신들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자녀문제만을 해결하려는 잘못된 방법을 택하고 있다. 결국 진정한 문제를 보지 못하고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라고 여기기에 상처는 계속 되거나 악화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의 아들은 외할머니가 병원에서도 괜찮다는데 젊은 놈이 왜 그러냐며 꾸짖고 막 대하는 외갓집에서의 3개월 동안에 증세의 호전을 보였다.

지금까지 많은 부분 필자의 추측이 있었음을 고한다. 부모와의 약속된 1시간의 초기 면담은 그분들이 20분 늦게 와서 40분만 하게 되었다. 종료시간을 미리 알려서 당황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제안을 했다. 단지 아들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도 있으나 정신적인 치료까지를 고려하면 부모의 관계나 원가족에 대한 내용들을 오픈(Open)해 주셔야 한다고 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부부문제를 내 놓아야 할 필요를 간단히 설명을 했다.

아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부모는 각자 원가족 가운데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고 배우자의 원가족을 이해하며 현재 자신들의 원가족을 볼 때 모든 문제들이 보인다.

그 과정을 이겨 나가기 위한 노력과 주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 이들 가족이 올바로 선택을 하고 역기능을 순기능으로 바꾸는 가운데 아들만이 아닌 가족 모두 치유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어두운 표정의 엄마얼굴이 마음에 걸린다.

박종화 목사

빛과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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