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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 - 11

겨자씨의 소망으로 다시 세워가는 캠퍼스 하늘나라 농사

석종준 목사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상대원교회 협동
침신대 학부 신대원 출강

“목사님, 오늘 서울대에서 하는 학생들 세미나에 제가 도울 일 없을까요?”
“고맙습니다. 문 박사님,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학생들 간식 좀 부탁드립니다.”
“무엇으로 할까요?”
“약 20명이니까 피친(피자와 치킨)세트 라지로 4개 정도 주문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네, 목사님 잠시 후 학교에서 뵙겠습니다.”
약 1년 전 캠퍼스에서 한 형제와 점심을 같이 먹던 중 작은 겨자씨가 하나 싹 텄다. 형제는 조심스럽게 부탁을 해왔다. “목사님, 제가 요즘 기독교 역사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혼자 책을 읽다가 캠퍼스 오시는 날, 가끔씩 뵙고 궁금한 것 몇 가지씩 여쭈어 봐도 될까요?”


그렇게 해서 매주 만남이 시작됐고, 조금씩 한두 명씩 멤버가 붙기 시작했다. 그것이 현재 매주 5~6명이 모여 기독교 서적을 읽고 나누는 서울대 기독대학원생 독서모임이 됐다. 이 모임은 지난학기부터 주변의 학생들을 초청해 함께하는 오픈 세미나를 가끔씩 열기 시작했다. 지난 학기 처음 4차 산업혁명 관련 화두가 독서모임에서 대화의 논점이 됐을 때, 누군가 함께 하는 초청 세미나 모임을 제안했다.


그리고 기독교인 과학자로 “4차 산업혁명과 기독교적 대응”이라는 주제로 먼저 고민해 오신 전문가로 알려진 장수영 교수(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초청해서 오픈세미나를 열었다. 장 교수는 먼 발걸음을 단숨에 달려왔고, 약 20명의 작은 무리들 앞에서 발제와 토론은 물론 후속 모임에서 기타 치며 노래까지 하는 재능기부로 섬겨 줬다. 참석한 학생 모두에게 큰 도전이 됐다. 모임의 간식은 협동목사로 있는 상대원교회가 후원했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8월 23일) 저녁에 독서모임이 섬기는 두 번째 초청 오픈 세미나가 있었다. 이번 세미나는 독서 모임 멤버인 한 학생의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이라는 논문을 가지고, 주변 친구 학생들을 초청해서 개최했다. 계기는 발제자가 이미 최근 일반 과학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에 대해 나누다가 세미나를 열어 기독교적으로 함께 소화해보자는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됐다. 역시 약 20명 이내가 모인 작은 규모였지만, 전공이 매우 다양한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기독학생들이 함께 하니 자유롭게 소통하며, 여러 값진 자극과 의미를 서로  발견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이 작은 세미나에 역시 존귀하고 은혜로운 여러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는 것이다. 모두 자발적이었다. 누구는 자신의 달란트를 사용해서 컴퓨터로 초청 포스터 제작하고, 누구는 자비량으로 관련자료 복사와 포스터 인쇄를, 누구는 교내 곳곳에 포스터의 직접 게시를, 누구는 간식을, 누구는 바쁜 와중에서 동참해서 학생들과 함께 소통함을 각자 자신의 오병이어 도시락으로 주께 내어 드렸다.


겨자씨는 작지만 생명이 있다. 생명은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자라가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러 생명에게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축복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최근 나는 이미 노년이 된 선배 캠퍼스 선교사로부터, 지난 1980년 대 이러한 기독대학원생들의 캠퍼스 내 자발적 헌신과 섬김으로 이어진 모임들이 겨자씨의 싹처럼 자라났고, 그 멤버들이 오늘날 한국 기독교와 사회의 건강한 기독교 NGO 단체 리더십들과 기독교수회 멤버, 여러 기독교 학술단체들의 물댄 동산 같은 인적자원의 공급처가 됐다는 격려와 응원의 소리를 들었다.


어떤 눈으로 바라 볼 때 오늘날의 캠퍼스는 오직 어둡고, 암울하고, 낙망케 하는 소식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대다수는 마땅히 오늘날 캠퍼스에서 이미 희망을 논하는 것은 사치이고, 현실 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암울한 시대에서 조차 여호수아와 갈렙들은 여전히 희망을 보고, 겨자씨 비전을 품는다. 성경을 통해, 현장 역사를 통해서 분명히 배운다.


하나님은 언제나 기적처럼 여러 차례 캠퍼스와 교회의 청년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시대에 생기를 불어 넣으시고, 새로운 희망의 싹들을 여기저기 곳곳에 자라게 하시며, 마침내 그 은혜의 통로를 통해서 한 세대와 시대를 감당하게 하셨다는 사실을 믿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 시대 캠퍼스는 황량하고 척박하기만 하다. 그러나 동일한 곳에서조차 살아있는 겨자씨의 비밀을 아는 자들은 여전히 다른 것을 본다.


오늘도 동일한 비전과 믿음을 공유한 몇 동역자 교수님들로부터 응원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목사님, 9월분도 교내 주차권 충분히 준비해 놓았습니다. 연구실 방문 기다리겠습니다.” “목사님, 이번 주도 시간 되실 때 식사 한 번 같이 하시지요. 가능한 시간 확인 부탁드립니다.” 남은 자들의 동역이 있어 결코 외롭지 않다. 이 시대 캠퍼스에서 하나님 나라 농사를 무엇이 비유할까.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풀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나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막 4:3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