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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에 숨겨진 이야기>내 너를 위하여

/ 김남수 교수 침신대 교회음악과

내 너를 위하여(새311/통185)

작사: 프란시스 하버잘 (Frances Ridley Havergal, 1836-1879)

작곡: 필립 블리스 (Philip Paul Bliss, 1838-1876)

 

불에 타지 않는 종이

1. 내 너를 위하여 몸 버려 피 흘려

네 죄를 속하여 살 길을 주었다

널 위해 몸을 주건만 너 무엇 주느냐

2. 아버지 보좌와 그 영광 떠나서

밤 같은 세상에 만백성 구하려

내 몸을 희생했건만 너 무엇 하느냐

3. 죄 중에 빠져서 영 죽을 인생을

구하여 주려고 나 피를 흘렸다

네 죄를 대속했건만 너 무엇 하느냐

4. 한없는 용서와 참 사랑 가지고

세상에 내려와 값없이 주었다

이것이 귀중하건만 너 무엇 주느냐

 

몸이 아주 허약한 아가씨가 한 미술관에 앉아있었다. 22세 된 영국인 프란시스 하버잘(Frances Havergal)이었다. 하버잘은 아버지의 권유로 학교를 쉬며 여행을 하던 중 친구 집을 방문하기 위해 독일 뒤셀도르프에 머물고 있었다. 미술관을 둘러보다 곧 피곤을 느낀 그녀는 우연히 십자가에 달려있는 예수님이 그려진 그림 앞에 앉아쉬게 되었다.


그림에는보라 이 사람이로다”(ECCE HOMO; 에케 호모)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 말은 빌라도가 가시 면류관을 쓰신 예수님을 가리켜서 유대인들에게 한 말이다(19:5). 그리고 그림 밑에는나는 널 위해 이 일을 행하였거늘 너는 날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 그림이 하버잘에게 던진 질문은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큰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림을 통해 영감을 받은 하버잘은 떠오르는 대로 몇 줄의 시를 썼다.


그날 밤 묵고 있는 집으로 돌아온 하버잘은 시를 꺼내 곰곰이 읽어보았다. 몇 번을 되새겨도 미술관에서느꼈던 감정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형편 없는 시를 썼다고 생각하고, 메모지를 꾸기적거려 벽난로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 순간 그녀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별안간 굴뚝에서 바람이 거꾸로 불더니 시가 적힌 종이가 다시 난로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이다. 시를 태워버리지 말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 그녀는 재빠르게 종이를 집어 들었다. 공중에 나는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허락이 없이는 땅에 떨어질 수 없듯이, 이것은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으며 구겨진 종이를 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목회자이자 음악가인 아버지 윌리엄 하버잘 목사에게 기적같이 불에 타지 않은 시를 보여주었다. 아버지는 좋은 시라고 칭찬하며 딸에게 4절까지 완성해보라고 격려했다. 이렇게 하여 찬송 내 너를 위하여가 탄생되었다. 이 찬송은 우리가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내용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질문을 하신다. 예수님이 직접적으로 묻는 말씀을 우리 자신이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그 질문에 답해야하는 독특한 구성의 찬송이다.


각 절의 첫 문장은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표현하고 마지막 문장에서 예수님이 우리들에게 강하게 물으신다. 그러므로 이 찬송을 부르는 자에게는 주님의 강한 질문에 철저히 자신을 부정하고 비우는 것이 요구된다. 예수님의 질문을 번역하면 이렇다.


네게 내 몸을 주었건만 너는 내게 무엇을 주었느냐?(1)

널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건만 너는 날 위해 무엇을 버렸느냐?(2)

널 위해 모든 것을 견뎠건만 너는 날 위해 무엇을 참아냈느냐?(3)

네게 귀중한 선물을 주었건만 너는 내게 무엇을 주었느냐?(4)


성경을 원문으로 읽을 수 있을 만큼 언어에 재능이 뛰어난 하버잘은 이 시를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수백편의 찬송을 썼다.그녀는 교회에서 예배에 알맞은 찬송을 지으며 독창자와 피아노 반주자로 헌신했다. 하나님은 그녀가내 너를 위하여찬송을 쓴 후로 21년 동안 더 사용하시고 43세가 되었을 때 하늘나라로 부르셨다. 몸이 너무 쇠약해져 이제 임종이 다가왔다고 의사가 말하자, 그녀는주님이 계신 천국과 가까워지니 너무 좋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천국의 소망을 간절히 사모하며 일생을 살았다.


미국의 복음찬송 작곡가 필립 블리스가 작곡한 이 찬송의 곡명은케노시스’(KENOSIS)이다. ‘케노시스는 헬라어로그리스도의 스스로 낮아지심을 뜻한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2:6-7). 이같이 예수님은 모든 영광을 버리시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육신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셨다. 죄 많은 우리들이 죄 없으신 예수님을 조롱하고 십자가에 못 박았다.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물으신다.

나는 널 위해 이 일을 행하였거늘 너는 날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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