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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이 우리에게 오기까지(14)

조선의 “새빛” 선교사들-13
백정수 목사
더가까운교회

앞의 기술한 내용대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조선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서양 세력 배척은 날로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양인(洋人)들은 배척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양인을 돕거나 함께 장시간을 지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중국의 고려문 지역에서는 이응찬이 압록강에서 풍랑을 만나 모든 재산을 잃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는 거렁뱅이가 됐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양인(洋人)을 만나 끼니만 연명한다거나 일자리를 구했다는 내용이다.


이응찬은 존 로스 선교사를 가끔 보는 것이 아니라, 조선어를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매일 장시간을 만났다. 존 로스는 조선어를 배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밤에도 호롱불을 켜놓고 조선어를 배웠던 것이다.


그러나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양인과 매일 함께 지내는 것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인이 양인과 접촉하는 것은 크게 ‘장사, 무역, 역관(통역, 번역)’의 업무일 경우였다.


“이응찬이 양인과 장사와 무역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더구나 그 양인이 관료나 외국사절로 온 것도 아닌데, 존 로스라는 양인이 군인인가? 아니면 첩자인가? 혹은 이응찬이 발쇠짓(밀정)으로 매수됐나?” 이런 종류의 부정적인 소문이 파다했다. 


이응찬은 자신이 양인의 역관(통역사)으로 고용된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 역관은 아무나 채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또한 역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장사나 무역을 위해 조선인을 역관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주로 상인들이었고, 밤새 붙어있지는 않았다. 또한 상인들이 채용하는 역관은 나라에서 인정하는 정식 역관이 아니었다. 조선의 관료들과 외국의 외교사절만 정식 역관을 채용했다.


우리가 역사물 드라마를 보면, 가끔 역관이 나오는데, 이 역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역관들이 출연하는데, 이 역관들에 대한 당시의 위치와 정보를 시청자가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아쉬운 것은, 대부분 사람들은 역사를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로 공부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증도 제대로 안 되고, 각색된 부분이 많은 미디어로 역사를 알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 아는가? 역사책 1권만 읽고, 역사를 다 안다고 나대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이다.


조선시대는 승문원(현 외교부)와 사역원(외국어 교육 및 통, 번역 인재 배출)라는 관청이 있었다. 여기 사역원에서 역관을 배출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역관을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립한 것은, 고려(태봉)의 궁예가 904년에 설치한 사대(史臺)이다. 그런데 이 “사대”라는 기관도 신라의 제도를 그대로 따르고 용어만 바꾼 것이기에, 결국 신라 때부터 역관을 양성하고 관리하는 국가 관청이 있었다는 의미다. 


역관들은 기술과 행정 실무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제력에서도 양반계층에 뒤지지 않았다. 신분계급은 중인이라 나름 불만은 있었지만, 당상관(현재의 5급 사무관 이상)까지도 승진해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관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품계(계급)보다 더 역관들을 사로잡았던 것은, 무역에서 오는 막대한 수입이었다. 대부분의 역관은 업무상 외국인들과 무역을 자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자신의 품계 위치보다 훨씬 부유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조선의 재정상태가 열악해 봉급이 적었다).


일례로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 나오는 거부 변씨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 변승업도 역관으로 있으면서 거부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장희빈도 역관 집안(아버지와 5촌 당숙이 역관) 출신이다. 쉽게 말해 금수저 집안이라는 의미다.


사역원에서는 당시의 4대 외국어인 ‘한학, 왜학, 청학, 몽학’을 가르쳤다. 당연히 제1외국어는 한학이었다. 역관은 추천에 의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후 적격자로 판정받으면 사역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외국어 학습을 시작했다. 사역원에 들어갔다고 바로 역관이 되지는 않았다. 미친 듯이 외국어 공부를 해야 했다. 조선어의 사용을 금지하고 하루 종일 자신이 정하거나 사역원에서 정해준 외국어로만 대화하도록 했다. 


이후 매달 2일과 26일에 2번씩 시험을 쳤다. 또한 3개월에 한 번씩 기말고사에 해당하는 “원시”를 쳤다. 수련을 거친 뒤에는 잡과의 “역과”에 응시해야 했다. 2번의 시험인 “초시와 복시”에 모두 통과한 후에 비로소 “역관”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시험의 관행들이 이어져, 과거 외무고시가 3대 고시 중에 하나로 불릴 정도로 어려웠던 것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역관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설사 되었다 하더라도 서양 관리도 아닌, 상인도 아닌, 이름 모를 사람에게 붙어서 역관의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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