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달편지는 선조들의 신앙의 절개, 교단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입니다”

인터뷰 / 침례교신학연구소 김태식 소장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고 했던가. 여기, 100년 전 선조들의 뜨거운 피가 서린 역사를 통해 우리 교단의 미래를 다시 그릴 기회가 찾아왔다. 일제의 강압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의 지조를 지켜낸 결정적 증거, ‘달편지’다. 은행 금고 깊은 곳에서 화마를 피하고 기적 같은 여정 끝에 이 낡은 편지가 학교의 품에 안겼다. 100년의 세월을 건너 우리 앞에 놓이기까지의 과정과 이 유물이 앞으로 써 내려갈 새로운 내일에 대해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침례교신학연구소 소장 김태식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먼저 역사적인 ‘달편지’ 원본을 기증받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직 ‘달편지’가 생소한 분들도 계실 텐데, 이것이 어떤 자료인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 관련 학자들이 한국침례교회의 초기 역사를 연구하고 재구성하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기록된 교단 사료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전체 역사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달편지’는 바로 그 엄혹한 시기에 교단 총부(총회)가 매달 1~2회씩 공식적으로 발간해 교단 산하 전국 교회에 배포했던 일종의 월보입니다. 8절지 종이에 펜으로 직접 써서 등사한 것으로, 접으면 16절지 크기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20~30여 건만 부분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에 1916년부터 1936년까지의 기록이 담긴 총 294면 분량의 원본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는 초기 교단사의 공백을 메워줄 결정적인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귀한 자료가 유실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던 배경과 기증받게 된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 달편지 전체 분량을 소장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추적한 끝에, 김천 동산침례교회 고 이태준 목사님이 보관하고 계심을 알게 됐습니다. 이 목사님은 초창기 침례신학교에 입학하셨던 분으로, 동아기독교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우리 교단에 속하지 않고 대한기독교침례회의 총회장을 역임하신 분입니다. 수년 전 교수들과 함께 찾아뵙고 기증을 타진했으나, 당시에는 화재나 도난 등을 우려해 은행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 중이라는 말씀만 듣고 전체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목사님께서 2년 전 소천하셨으나, 다행히 수십 년 전부터 유가족과 교류해 오신 지구촌교회 권용도 장로님과 이 목사님의 아드님과 동서지간인 김종걸 신학대학원장님의 도움 덕분에 극적으로 전체 자료를 기증받을 수 있었습니다.

 

◇ 이번 자료가 일제강점기 당시 침례교단의 정체성과 신앙적 저항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라고 들었습니다. 교단사적으로 어떤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까.
= 달편지에는 교단의 행정 보고나 임직 공고, 성경공부 자료뿐만 아니라, 당시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 등 종교 정책에 대한 교단의 단호한 저항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신앙의 절개를 지키며 신사참배를 거부했는지, 그리고 당시 ‘동아기독교’가 집중했던 함경도, 만주, 간도, 시베리아 등 북방 선교의 현황은 어땠는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독교한국침례회의 초기 신학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물론, 당시 한국 교회의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기증 이후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향후 보존 처리나 국가유산 등재 추진 등 연구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후속 계획에 대해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 지난 7월 자료를 수증한 직후 1단계로 수량과 상태에 대한 정밀 조사를 마쳤으며, 현재 관할 관청에 국가등록문화재 등록 신청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최근 대전광역시와 유성구청의 심의위원들이 현장 실사를 다녀갔고, 그 결과에 따라 전문적인 보존 처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연구소는 우선 달편지의 내용을 해제해 영인본 등으로 출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교내에 전문 자료실 및 역사 전시관을 조성해, 연구자뿐만 아니라 교단 산하 모든 성도들이 언제든지 이 자랑스러운 역사의 보고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기증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교단 역사 보존을 위해 전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무엇보다 평생 이 귀한 자료를 생명처럼 지키고 보존해 주신 고 이태준 목사님과 유가족이신 서혜자 사모님께 깊은 경의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교단의 역사를 사랑하시고 여러 가지로 신학교와 교단에 도움을 주고 계시고 특히 이번 기증에 가교가 돼 주신 권용도 장로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재 신학연구소에는 달편지 외에도 학교와 교단 관련 사료 2500여 점이 분류돼 보관 중입니다. 이 자료들이 빛을 발하고 상설 역사관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교단과 전국 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절실합니다. 선조들의 신앙 유산이 다음 세대로 온전히 계승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대전=이서현 기자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