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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찬성 2, 반대 3, 기권 2.


학교법인 한국침례신학원 이사 선임이 또다시 부결됐다. 이사회는 지난 11월 7일 열린 224차 이사회에서 총회가 추천한 이사 선임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과는 안타깝게도 부결이었다. 이로 인해 학교는 당분간 긴급처리권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이욥 총회장 시절에는 “결격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부결이 이뤄졌지만, 이번 총회에서 추천한 이사들이 과연 어떤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인지 명확한 설명은 없다. 지금은 수능이 끝나고 정시모집을 앞둔 중요한 시기다. 이처럼 중대한 시점에 이사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하다. 수험생들은 이사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반박할 지 모른다. 물론 이사회 어느 누구도 그런 양심없는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교단 신학교라고 해도 한국침례신학대학교는 교육부 관할 아래 있고, 총회의 ‘파송’은 법적 성격상 ‘추천’일 뿐이다.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단이 강제로 관철시킬 방법은 없다.


대법원 판례(1982.3.9. 선고 81다614, 2006.4.27. 선고 2006두19297, 2022.8.25. 선고 2022두35671)에 따르면 임기 만료 이사라도 후임 이사가 적법하게 선임·인가되기 전까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으며, 그 안에는 후임 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할 권한도 포함된다. 즉 긴급처리권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구조다.


그러나 이 판례를 근거로 ‘새 이사 선임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가 반복된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법적으로 제동을 걸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이사를 징계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목적·패턴·동기’가 법인의 정상적 운영을 명백히 침해하는 수준이라면 계속직무권 남용으로 판단돼 직무정지 가처분 등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남용을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교단 내부에 또 다른 소송이 생기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헤어질 결심’이다.
총회가 추천한 이사는 대의원들이 총회 임원회에 위임해 선출한 결과다. 그럼에도 이사회가 이를 반복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침례신학대학교가 침례교단과의 관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교단과 관계가 없다고 하면서 교회들에 학생을 보내달라 요청하고, 교회들로부터 장학금을 받는 현실은 모순이다. 반대표를 던진 이사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떤 결정을 내려도 “교단이 있으니 학교는 망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장학금 중단, 학생 보내기 보이콧 등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학교법인이 총회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결정한다면 쿨하게 서로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학부 졸업하면 바로 목회자가 되는 것도 아닌 마당에 굳이 목멜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쩌면 이번이 수도권에 교단 목회자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세울 수 있는 좋은 찬스일지도 모른다. 총회가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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