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24일 2박 3일간 전주 새소망교회에서 기독교한국침례회 115차 정기총회가 열렸다. 교단의 새로운 1년을 이끌 의장단을 선출하고 주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설렘보다 긴장감을 안고 들어선 총회였지만, 박종철 전 총회장의 설교로 시작된 총회의 첫인상은 따뜻했다. 이욥 총회장의 환영사와 함께 각종 감사패가 오가는 모습을 보며, 기자는 교단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아름다운 연합의 장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 평화는 길지 않았다. 1차 회무가 시작되자마자 예배당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마치 토론의 장이 아닌 ‘경매장’과도 같았다. 발언권을 얻기 위한 고성과 눈치싸움, 누구에게 발언권을 줄지 몰라 고심하는 의장의 땀방울과, 발언자의 이름과 소속을 받아 적지 못해 곤란해하는 서기의 표정이 현장의 혼란을 대변했다. 불리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정회 선언은 마치 어린 시절의 ‘얼음땡’ 놀이를 보는 듯했다. “의장 바꿔라!” 원성이 터져 나오고, 한 대의원은 신발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니 ‘개그콘서트’였다.
그 지독한 풍경 속에서 기자는 역설적으로 ‘사람 냄새’를 맡았다.
이튿날인 23일, 각 기관 보고가 끝난 뒤 시작된 3차 회무부터 ‘본게임’이 시작됐다. 교단 로고 변경, 징계안, 신앙고백서 채택 등 민감한 안건들이 상정됐다. 특히 가장 뜨거웠던 것은 기관장 신상 문제였다. 격론이 오가던 중 한 총회 임원이기도 한 대의원이 “해임이 결의돼도 권고 사항일 뿐”이라는 취지로 발언하자 장내는 술렁였다. 한 목회자는 발언권을 얻어 “어차피 해임 안 될 수도 있고 맘대로 하겠지만, 일단 투표는 해봅시다!”라고 외쳤고, 한순간에 의장은 웃음거리가 됐다. 권위와 절차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가장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았던 징계안들은 모두 부결됐다.
기나긴 싸움으로 모두가 지쳐가던 밤, 드디어 총회 대의원들이 손꼽아 기다린 선거의 시간이 왔다. 김선배 목사와 최인수 목사, 두 후보가 차례로 자신의 비전을 밝혔다. 1200여 명의 대의원들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1차 투표는 단 19표 차. 그만큼 교단 전체가 얼마나 절묘하게 양분돼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2차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최인수 목사가 총회장으로 당선됐고, 그 순간 앞선 회의의 소란이 무색할 만큼 축하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패배한 김선배 후보도 씁쓸한 미소 속에서 축하를 건넸다. 그렇게 총회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마지막 날인 24일, 6차 회무에서 신임원들이 인사를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침례교단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 그러나 기대와 설렘도 잠시, 이어진 7차 회무인 신안건 토의는 그동안 쌓였던 변수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총회장은 각기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대의원들의 의견에 대해 자세한 상황 파악이 필요함을 언급하며 섣불리 의사봉을 두드리지 않았다.
총회는 과연 누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위해 하늘과 땅의 자원을 동원하는 거룩한 현장이지만,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실수하고 욕심내며 다름을 쉽게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가 있다. 신입 기자의 눈에 비친 이번 총회는 결국 신앙의 경중을 떠나, 바로 그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매년 반복될 이 자리가 ‘사람’의 이름과 목소리만 기억되는 총회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첫 총회를 마친 내 수첩에는 단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곳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