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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예배하며 기도했던 공간을 성도 가족공동체와 세우고 싶습니다”

울산낮은담침례교회 김관성 목사

수도권에서 성공적으로 교회를 성장시킨 후, 부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이양하고 돌연 고향 울산으로 내려가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가 있다."‘만만한 목사’, ‘아무나 오는 교회’를 표방하며 권위주의를 거부하고, ‘교회의 재생산’과 ‘돈의 권세에서 해방된 교회’를 목회 철학으로 삼고 있는 울산낮은담침례교회 김관성 목사다.


행신침례교회를 떠나 고향 울산에 개척한 지 3년, 그의 목회 철학에 공감한 800여 명의 공동체가 모였고 최근에는 안정적인 예배당도 마련했다. 이에 본보는 개척 3주년을 맞은 김관성 목사를 만나 지난 3년의 소회와 앞으로의 목회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 행신교회를 떠나 울산에서 ‘만만한 목사, 낮은담교회’로 3년을 보내셨는데, 그간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낮은담’이라는 이름은 제 목회의 방향을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행신교회를 섬길 때 교회가 성장하면서 점점 문턱이 높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경제적·사회적 중산층 중심의 교회로 굳어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교회의 담장이 높아졌구나” 하는 자각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복음은 본래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데, 현실의 교회는 점점 닫혀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 담장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만만한 목사’라는 말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이 세리와 죄인의 친구가 되셨던 것처럼, 저도 ‘비서실을 통하지 않아도 되는 목사’,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목사가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친밀하고 가까운 존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치열한 시간이었습니다. 개척 첫 주부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3년이 지나니 800명이 넘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식사 후 바로 심방을 나가면, 밤 10시나 11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오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외부 설교나 강의 일정까지 겹치다 보니 개인적인 삶은 거의 없었죠. 그런데도 이 3년은 제 목회 인생 중 가장 뜨겁고, 하나님께 가장 가까이 붙들린 시간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동시에 ‘이 길이 맞다’는 확신으로 버틸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담이 낮은’ 교회로 3년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과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가장 큰 보람은 ‘교단 소속의 자립한 교회가 울산에 하나 더 세워졌다’는 사실입니다. 개척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외로운 길이지만, 그 길 끝에 하나님께서 한 교회를 세우셨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특히 예배당을 매입하게 된 일은 단순히 건물을 소유했다는 의미를 넘어, 신앙 공동체가 ‘우리의 자리’를 찾았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성도들이 함께 예배드리고, 아이들이 자라며, 누군가의 눈물이 스며드는 그 공간이 이제 우리 공동체의 신앙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 큰 감동이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개척 초기에는 모 장로교회 건물을 함께 사용했는데, 교인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리고 ‘담이 낮다’고 하니 정말 누구나 다 왔습니다. 마음이 상한 사람, 교회를 떠돌던 사람, 신앙적으로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어떤 분은 심한 욕설을 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지만, 그래도 ‘이들을 품는 것이 복음의 길’이라 생각하며 끝까지 사랑으로 섬기려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교회의 성장 속도가 제 역량보다 훨씬 빨랐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늘어가는데, 제 안의 여유는 점점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하는 공허함이 찾아올 때가 있었습니다. 목회가 기쁨이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질 때, 하나님 앞에 제 마음을 다시 내려놓았습니다. 그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속도를 늦춰도 좋다. 그러나 방향만은 잃지 말자.” 그 말이 지금까지 제 목회의 원칙이자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 목사님의 목회 철학의 핵심 중에 하나가 ‘교회의 재생산’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이 ‘재생산’의 사역을 어떤 방법으로 이어가실 계획이신지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교회를 ‘유기체’로 봅니다. 유기체는 스스로 생명을 낳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반드시 또 다른 교회를 낳아야 합니다. 이게 제가 말하는 ‘재생산 목회’입니다. 행신교회를 젊은 후배 목회자에게 이양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죠.


울산에서도 그 철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 함께 사역하는 부목사들이 목회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은퇴할 때까지 이분들이 하나씩 건강하게 분립 개척할 수 있도록, 교회 공간과 재정을 미리 준비해 줄 생각입니다.


제 마지막 꿈은, 그렇게 분립된 교회들이 울산 전역에서 복음의 생태계를 이루는 것입니다. 저 또한, 그들과 비슷한 규모의 작은 교회를 맡아 조용히 목회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것이 ‘교회를 통해 교회를 낳는 목회’의 완성이라고 믿습니다.

 

◇ 최근에 기존 임대해서 사용하셨던 예배당을 매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시점에서 예배당 매입이 필요하셨던 연유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원래 우리 소유의 ‘건물 없는 교회’를 이상으로 삼았던 사람입니다. 건물보다 본질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목회를 해보니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군요. 800명이 넘는 성도들이 매주 모여 예배드릴 공간을 계속 임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인테리어만 해도 10억 원이 넘는데, 계약이 끝나면 그 모든 비용이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그것은 결코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교인들에게 솔직히 설명했습니다. 임대, 신축, 매입, 세 가지 안을 놓고 전교인 투표를 했습니다. 그 결과 90% 이상이 ‘현 예배당을 매입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요즘은 땅값만 줘도 건물값은 거의 덤이니, 경제적으로도 가장 현실적인 결정이었죠. 그 과정에서 제가 새롭게 배운 게 있습니다. 목사는 너무 이상적인 말이나 멋진 명분에 갇히면 안 된다는 겁니다. 현실을 무시한 신념은 때로 공동체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깨달음이 제 마음 깊은 곳에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목회를 하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공간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을 담는 그릇’이라는 점입니다. 성도에게는 자신이 기도했던 자리, 눈물로 예배드렸던 그 공간이 믿음의 흔적이자 신앙의 역사입니다. 현실 속 신앙은 그런 자리의 뿌리 위에서 자라납니다. 저는 그걸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결정은 신학적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 목사님과 낮은담교회가 꿈꾸는 미래와 앞으로의 목회 계획에 대해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늘 ‘돈의 권세에서 해방된 교회’를 꿈꿉니다. 교회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재산이 쌓이고 덩치가 커지는 현실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언제나 교회를 유혹하고, 결국 교회의 방향을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돈이 교회를 통제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나라의 경제는 ‘소유의 축적’이 아니라 ‘나눔의 확장’입니다.


그래서 낮은담교회는 ‘나누는 교회’, ‘흐르는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먹고사는 데 부족하지 않은 선에서만 소유하고, 그 외의 것은 공동체 안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교회 안에서 가난한 성도가 ‘나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실제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복음은 단순히 천국의 약속만이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존엄을 지켜주는 힘이어야 합니다.


교회는 영생의 소망을 전하는 동시에, 성도들에게 ‘내가 이 교회에 속해 있기에 내 삶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가족 공동체입니다. 말로만 ‘우리는 한가족입니다’라고 외치면서, 정작 성도들의 삶이 무너지는 걸 방관한다면, 그건 복음의 정신이 아니지요. 저는 그런 현실적 돌봄이야말로 복음이 실제가 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함께 사역하는 부목사들을 건강하게 세워 분립 개척시키는 것, 그리고 교회가 ‘돈이 아니라 사랑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 그게 제 마지막 목회의 목표입니다. 사람들이 “낮은담교회가 있어서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한마디면 제 목회의 결산으로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울산=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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