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길목에서 우리 곁에 다시 부활의 계절이 찾아왔다. 사망 권세를 깨뜨리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는 절망과 어둠 속에 갇힌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의 빛을 선사한 인류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사건이다. 4월 5일, 전국 각지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고 일제히 부활의 기쁨을 찬양할 준비에 분주하다. 각 교단과 연합기구들은 이미 준비위원회를 가동하며 부활의 소식을 세상에 전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집회와 화려한 성가대 찬양 뒤편에 감춰진 우리 사회의 그늘을 돌아보면, 과연 부활의 진정한 의미가 현장에 온전히 전달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주요 기독 언론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의 핵심 화두는 ‘평화와 희망’이다. 이는 장기화된 경제 침체와 양극화,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긴장 고조 속에서 교회가 세상에 던져야 할 마땅한 메시지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선언문과 구호들이 행사장의 열기가 식음과 동시에 잊혀졌던 과거를 기억한다.
진정한 부활 신앙은 박제된 교리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웃의 삶 속에서 실천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신뢰도 하락과 다음 세대 이탈이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부활절이 단순한 교계 내부의 축제나 교권의 세를 과시하는 장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세속적 가치관에 함몰돼 가는 이 시대에 죽음을 이긴 생명의 가치가 무엇인지, 교회가 몸소 보여줘야 한다. 세상은 교회의 화려한 조명보다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작은 등불에 더 감동하기 때문이다.
침례교단의 정신을 되새겨볼 때, 부활은 개별 그리스도인의 인격적 변화와 결단에서 시작된다. 보여주기식 연합 행사에 매몰되기보다 개교회가 지역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보듬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실질적인 사역으로 부활의 증인이 돼야 한다. 낮은 곳으로 임하셨던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부활의 참모습이다. 침례교회가 지닌 자발적 협동의 정신은 이러한 현장 중심의 부활 신앙을 실천하는 데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번 부활절은 세대 간의 단절을 극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주일학교 소멸 위기는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신앙 전수의 끊어짐을 의미한다. 부활의 소망이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방식으로 부활의 소식을 재해석하고 전달해야 한다. 그들이 직면한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부활하신 주님이 주시는 참된 안식과 비전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시급한 과제다.
부활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하나님의 역사다. 이번 부활절을 기점으로 한국교회가 교파와 교단의 담을 넘어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는 화해의 도구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교회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담장 너머에서 신음하는 이들에게 부활의 첫 열매 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흘려보내야 한다. 화려한 꽃과 장식보다 낮은 자세로 섬기는 성도들의 뒷모습에서 세상 사람들은 비로소 살아계신 예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 부활절이 한국교회 갱신의 출발점이자, 우리 사회 전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희망의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