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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뿌리 ① - ‘Power’

상담&치유

갈등은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 자신 안에서 우리는 모두 갈등한다.
갈등에서 오는 좌절감, 분노 또한 당연한 감정이다. 그런데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있는 분노의 껍질을 까보면 꽤나 의외의 뒷모습이 숨어 있다. 상담을 오는 분들 중의 대부분은 무슨 일 때문에 싸웠는지 구체적인 사건을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분노의 시초가 되는 일상의 작은 해프닝들에 대해 설명한다. 시간을 안 지키고 계속 늦는 목장 식구 때문에 짜증이 난다, 아무리 치우라고 해도 여전히 돼지 우리인 딸 방 때문에 폭발했다, 내 카카오톡에는 답글을 안달아주는 몇몇 그룹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았다, 말이 안 통하는 배우자 때문에 열 받는다, 연중 평가서에 부정적인 코멘트를 날린 상사가 꼴도 보기 싫다 등등 내가 화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한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여러 갈등의 사건들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비슷한 사건들이 자꾸 반복되는 현상을 알 수 있다. 돈 문제, 소통의 문제, 시댁이나 처가의 문제, 자녀교육 문제, 종교문제, 중독의 문제 등등 갈등과 분노는 늘 비슷한 문제로 터지기 마련이다. 자꾸 싸우는 문제 가지고 또 싸우고 전에 열 받았던 비슷한 일 때문에 또 화가 솟는다. 그런데 특정한 이슈 때문에 자꾸 화내고 싸우게 되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여러 상황에서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한데 사실은 비슷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다른 사건들인데 그 사건들을 꿰고 있는 한두 가지의 핵심 이슈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Hiddenissue, 즉 분노의 깊은 심층에 깔려있는 숨겨진 이슈이다. 분노로 가장된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 근본적인 이슈 중의 하나가 바로 힘(Power)이다. 파워가 분노의 총구를 당기는 숨겨진 문제인 것이다. 개척된 지 얼마 되지 않은 A교회에 어려움이 되었던 것 중 하나는 회의였다.


기존 교회와는 차별되는 완벽한 교회를 세워보겠다고 모인 몇몇 가정들은 이미 나름대로의 뼈대와 원칙을 갖추고 젊은 목사를 초청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교회에 자리 잡고 있던 갈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를 할 때마다 난리가 나는 것이다. 예배의 순서를 약간 바꾸는 문제, 주일학교의 교재를 검토하는 안건, 연중행사 시간을 정하는 계획 등 그것이 어떤 종류의 안건이든 갈등으로 치달았다.

회의 때 주로 나오는 고성은 의례 “누구 맘대로!”였다. 어떤 주일 학교 교재를 선택하는가는 겉으로 보이는 문제일 뿐이다. 예배의 순서에 광고가 앞으로 가던지 뒤로 가 던지는 밖으로 드러난 이슈인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터져 나온 분노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누구 맘대로’가 된다. 바로 누가 더 영향력을 가졌는지, 누가 더 힘을 가지고 결정권을 가졌는지가 분노 아래 숨겨진 이슈인 것이다.


이 파워게임은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직장에서도 내 영역을 침범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동료 때문에 너무 화나기도 한다.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초장에 기선을 잡아야 평생 편하다고 작정을 하는 것도 파워게임이다. 사춘기를 시작하는 자녀들이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라고 대드는 것도 자신의 파워를 확인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누구나 파워를 갈망한다. 내 뜻대로 하고 싶어 한다. 그 결정체가 바로 하나님처럼 되고 싶어 했던 아담과 하와의 갈망이다. 하나님께서 이미 생육하고 번성하며 다스릴 수 있는 파워를 허락하셨지만 인간들은 더 많은 파워를 원했다. 파워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욕망이기도 하다.


파워에 대한 갈망만을 보면 인간의 아주 그릇된 욕망처럼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파워는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갓난아이도 울면 엄마가 젖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울어도 먹을 것을 주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무기력감(Powerlessness)을 먼저 배운다.


나의 의지가 세상에 아무런 영향력을 주지 못한다는 것만큼 기운 빠지는 일도 없다. 파워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내게 힘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함부로 갑질하는 것에 맞설 수 있다는 개념이다. 강간을 당한 여자들이 두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자신의 파워가 다른 사람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던 외상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대로 될 때 내게 불이익이나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우리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S씨가 아내와 크게 싸우는 이유는 한가지였다. 어떤 큰일을 결정할 때 의논을 안 하고 갑자기 일을 벌이는 것이다. 어느 날은 나가더니 차를 바꿨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그렇게 큰돈이 드는 일을 의논 한마디 없이 저지르는 S씨 때문에 아내는 펄펄 뛰었다. 화를 내는 아내에게 S씨는 쓸데없이 잔소리를 한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S씨는 위로 여러 형들과 누나들이 있는 집안의 막내로 자랐다. 막내는 부모님께 귀여움을 받는 존재였고, 웬만한 실수도 봐주는 특혜를 누렸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위로 너무나 많은 Boss, 즉 군림하는 형제들이 있었다. 막내였던 그의 의견은 어린애가 뭘 아냐며 늘 뒷전으로 미루어졌다. 무슨 일을 하나 하려면 허락받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형이나 누나들한테 나이로도 이길 수 없었고 덩치로도 게임이 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그가 깨달은 것은 그에게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S씨가 어른이 된 후에도 누군가 의견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던지거나 자신의 생각이 관철되지 않을듯하면 너무 화가 났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위로 첩첩히 있는 보스들에 대한 분노와 무기력감이 현재의 관계에게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조금만 아내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듯하면 불같이 화를 내거나 말없이 나가서 마음대로 일을 저질렀다. 그에게 분노는 자신에게 아무런 결정권도, 힘도 없다는 무기력감의 다른 얼굴이었다.


다윗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모든 식구가 잔심부름이나 시키는 막내로 자랐다. 사무엘이 집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중요한 집안사에는 아예 부르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심부름을 갔다가 괜스레 형에게 야단만 맞았다. 그의 의견은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에게는 자신에 속하지 않은 힘에 대한 욕망이 없었다. 다윗은 진정한 파워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누구에게 나오는지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전능하심에 의지하는 그에게는 자신의 작은 힘이 문제거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도 그를 주눅 들게 할 수 없었다.


분노로 치닫게 되는 반복적인 갈등과 문제에는 숨겨진 핵이 있다. 우리의 분노에는 다른 얼굴이 있다. 자꾸만 반복되는 싸움이나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분노와 하나가 되어 치닫는다. 그러나 바로 그 때에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서 그 분노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순간이 필요하다. 못다 이룬 파워에 대한 갈망과 그 안에 숨겨진 두려움과 무기력감을 직면하는 작업이 있어야한다. 이러한 성찰의 과정이 없이는, 내 자신이 분노와 한덩어리가 되어 누군가를 치받고 상처 내는 실수를 또 반복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무기력함을 뛰어 넘는 진정한 힘의 근원이신 하나님의 권위에 항복함이 없이는 우리는 또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우리의 절망과 분노만을 부르는 힘을 갖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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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위 113-1차 회의
우리교단(총회장 이종성 목사) 위기관리위원회(위원장 가순권 목사)는 지난 11월 3일 총회 회의실에서 113-1차 회의를 진행했다. 위기관리위는 이종성 총회장이 경건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회의는 신임 위원장과 서기를 선출하고 총회에서 파송한 신임위원을 받았으며 1년 주요 사업을 함께 논의했다. 이날 이종성 총회장은 안완수 목사(흥해)와 남기원 목사(의당)에게 신임 위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장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이와 함께 신임 위기관리위원장으로 이재혁 목사(예수인), 서기에 구자춘 목사(신광)를 각각 선출했다. 가순권 목사는 “지난 회기 대형 폭우 피해 등으로 여러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 총회와 위기관리위가 작은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며 뿌듯함을 느꼈다”며 “차기 위원회도 위원장을 중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에게 힘이 되는 위원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임 이재혁 위원장은 “107차 총회에서 시작된 위기관리위가 그동안 천재지변을 당한 교회들에게 힘을 주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교회들의 형편을 돌아본 것을 기억하며 앞으로 위기관리위 사역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총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