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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여의도의 창>

과거 대선후보토론회에서 한 야권 후보가 유력 여권 후보에게 “나는 당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입후보했습니다”라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반 여권 진영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속시원하다며 높이 평가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여권 후보에 대한 동정론이 가속화돼 떨어뜨리기는커녕 여권 정권 재창출의 일등공신 중 하나로 기억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뭔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타인이 속 시원하게 해주기를 바란다. 해당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련 진영의 인기가 치솟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선을 넘는다면 엄청난 반작용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연약하기에 자신이 정의라는 생각에 매몰된다면 마치 경주마처럼 좌우는 살피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려가게 된다.


나는 주위에서 교계 관련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쉽지 않은 일이라며 다시 생각해볼 것을 조언한다. 그것은 재정적인 문제가 아닌 신앙적인 문제이다. 특히 이는 교계 기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종종 발생하는 문제로 자신이 생각했던 교계의 모습, 목회자의 삶이 실상은 거칠기 이를데 없는 것을 보고 실망해 업계를 떠나거나 심지어는 신앙을 잃어버리는 일도 종종 목도하게 된다. 나 또한 교계기자 3년 차에 성경말씀을 자신의 정치적 의를 드러내는데 사용하는 목회자들을 보고 실망했고, 교계에서 추앙받는 목회자의 이면을 알게 되면서 12년차에 접어든 현재는 교회에 대한 기대감을 거의 갖지 않는 편이다. 이것이 올바르다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저 개인 신앙생활을 통해 가급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방향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교단 홈페이지에 있는 자유게시판을 보면 문득 성도들이 이 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걱정되는 일이 종종 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를 향한 선을 넘는 비방들을 보면 자유게시판의 용도가 과연 이래도 되는가 싶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목사’(牧師)의 ‘사’는 ‘스승 사’자로 선생님을 뜻한다. 목사의 직임에는 예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회자와 기독교 교리를 신자 또는 비신자에게 가르치는 교사, 또한 교회 운영의 감독관 등의 성격이 모두 들어있다. 거기다 작은 교회의 경우 신도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거나 개인적 고민을 상담하는 중재자 혹은 상담사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목사의 언사가 10대 청소년과 같다면 그가 주일마다 선포하는 말씀에 주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혹자는 언론의 자유, 혹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내가 하는 지적에 대해 반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게시판이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만 활용되며 상대방을 헐뜯는데 이용이 된다면 그건 교회가 아닌 유튜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교회들이 여러 위협에 놓여 힘겹게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오히려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이 그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들이 넘치기를 기대한다. 정 어떠한 논쟁을 하고 싶다면 그래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말씀을 가르지는 목자로서의 언행에 맞는 품위를 갖고 대하기를 바란다.

범영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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