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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사추기(思秋期)

 

목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크레이그 그로쉘 목사는 어느 수련회에서 수많은 청소년에게 말씀을 전했다. 마지막 밤에 수십 명이 앞으로 나와서 기도하고 구원을 받았고, 수백 명의 아이들이 무릎을 꿇고 겸손히 죄를 회개했다.

 

하나님의 임재에 압도당했고, 그분이 나를 통하여 그렇게 일하시는 데 입이 벌어졌다. 그런데 집회가 끝나고 방에 돌아와 앉았는데 왠지 모를 외로움에 가슴이 휑해졌다고 한다.

 

하나님이 방금 전까지 나를 강력하게 사용하셔서 많은 사람들을 도우셨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버림받은 기분, 절망적인 기분이 찾아든 것이다. 3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서 있고 앉아 있고 놀고 있고 자고 있었건만, 그들이 이역만리 멀게만 느껴졌다고 한다.

 

목회를 하다보면 이러한 느낌을 가져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목회자로서의 연륜이 오십을 훨씬 넘다보면 더욱 자자질 수 있다. 한 때는 열심을 가지고 앞만 보고 나갔는데 그로쉘 목사님처럼 어느 순간에 나 혼자 밖에 없는 것처럼 외로움을 느낄 수가 있다.

 

항상 성령이 충만해서 늘 주님과 함께 사시는 분이라면 여기에 해당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것이 사추기(思秋期)라고 말 할 수 있다. 갱년기 혹은 사추기(思秋期)에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속마음, 꿈속에서라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루어보고 싶은 심정들, 아니 기회만 주어진다면 현실에서 한 번만이라도 이루어 보고 싶은 소망들이 용트림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갱년기(사추기)의 일탈심리라고 일컫고 있다.

 

한국교회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연령대는 40~55세까지의 장년층이다. 이에 따라 많은 목회자들이 장년목회에 중점을 두고 사역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는 갱년기가 시작돼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맞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한 목회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가정사역 단체인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는 중년목회를 위한 ‘The Third Age Seminar’를 열고, 중년목회자로서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성도들까지 인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중년목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중년이 어떤 시기인지 바르게 알고, 이전과 다른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송길원 목사는 이 시기는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되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호르몬의 저하가 나타나면서 변화가 되는 3의 시기’”라며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시기의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여성처럼 광범위하지 않고 기간은 짧지만 남성들도 폐경기가 찾아오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됐는데도, 남성들은 이를 부정하거나 일탈을 합리화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대로 여성들은 과도한 학습으로 인해 지나치게 우울해 한다던가 자기비하로 심화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적 신체적 특징들로 인한 반작용으로 이성문제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목회자 스스로의 관리와 성도들을 위한 중년 목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년의 성도들이 이런 고민들 속에서 방황하고 일탈하지 않고, 이 시기의 에너지를 잘 활용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목회적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해 본다. 그 중 하나가 가정사역이나 부부사역을 꼽을 수 있다. 다른 가정을 보면서 자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뿐더러 또한 일탈 심리가 일어나는 이유가 부부간의 문제에서 있음을 깨닫게 되고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을 당하듯이 이러한 위기를 그대로 놔두면 더 큰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 한 가지는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이다. 주변에 좋은 멘토가 있다면 그들로부터 조언과 격려를 들을 수 있고, 실수와 실패 속에서도 다시금 용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같은 지방회에서 이제 목회를 마음으로 정리하시는 연세 있는 목사님의 지난날의 회고를 들으며 많은 위안을 얻었다.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듣는 경험에서 묻어나는 진솔한 이야기는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외로움이나 지쳐 있을 때 생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을 살거나 목회를 하면서 좋은 멘토를 가진 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시대 속에서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내가 먼저 다가가고, 또 만남을 위해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것은 꼭 목회자뿐 아니라 사모에게도 필요하다. 목사와 성도들의 중간에 끼여 속 타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하나님은 아시겠지만, 언제가 가슴에 있는 답답한 마음, 혹은 한()을 마음껏 풀기만 해도 숨을 넉넉히 쉬지 않겠는가? 이제 두꺼운 가면(假面)을 벗어버리고 하나님이 주신 어린아이의 얼굴을 회복하자. 갱년기나 사추기(思秋期)에 흔들리지 말고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자연 속에 넘실대는 푸르른 창공(蒼空)을 보자. 하나님의 미소가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이규호 목사 

처음사랑교회

행복가정치유상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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