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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인 시대, 외로움에 빠진 한국교회

미래와목회말씀연구원, 핵개인 주제로 5월 포럼 개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송길영, 교보문고)란 책이 발간되며 ‘핵개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핵개인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교회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포럼이 열렸다.


미래와목회말씀연구원(이사장 김지철 목사)은 지난 5월 1일 연동교회 본당에서 “핵개인 시대의 외로운 크리스천”을 주제로 5월 포럼을 진행했다. ‘핵개인’이란 위로부터 아래로 억압적인 기제로 유지되던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개인이 상호 네트워크의 힘으로 자립하는 새로운 개인의 시대를 말한다. 


이날 발제는 최원준 목사(안양제일)와 송용원 교수(장신대 조직신학), 신현호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가 맡았고, 김주용 목사(연동)가 논찬을 했다.

 


인사말을 한 김주용 목사는 “외로움, 소외, 고립, 또 고독과 관련해 사실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는 이런 표현들이 잘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교회 안에도 이런 외로움과 소외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늘 함께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가운데 우리 안에 있는 외로움과 소외에 대해서 신앙적으로 또 신학적으로 어떻게 하나님의 지혜를 나눠볼 것인지 꿈꿔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핵개인 공화국의 도래
“아담의 독처, 예수님의 거처”란 주제로 발제를 한 최원준 목사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그리고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개념인 ‘핵개인’으로 넘어온 시대의 흐름에 대해 자신의 가족을 예시로 들며 입을 열었다. 


핵개인은 탈권위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상사의 지시라고 해도 무조건 그대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탈권위주의는 독립적인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며 혼밥, 혼술과 같은 것을 즐겨 행한다. 즉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노는 시대, 그러한 삶들이 편안한 시대가 된 것이다.


최 목사는 이러한 핵개인이 부정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발달된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하고 있기에 개인임에도 개인이 아닌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핵개인은 한국교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최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닌듯하다. 첫 번째 문제는 바로 대면적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있다. MZ세대들은 통화가 아닌 문자에 익숙하다. 그렇기에 육성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회에 있어 대면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수적이기에 공동체 형성이라는 신앙적 키워드에 있어서 문제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1인 세대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다. 최 목사는 지난 3월 기준으로 대한민국 1인 가구가 1000만 명을 기록했다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가 2400만 여 세대인데 그 중 38%가 60세 이상인 혼자 사는 세대가 됐다. 고독사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20~30대 1인 가구도 문제지만 독거노인 문제도 교회가 돌아봐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최 목사는 “그분들을 섬기는 일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이러한 사회적 고통에 귀를 기울여 성경적인 사랑과 섬김으로 접근하는 것임 제시했다.

 


관계 단절 사망률, 흡연보다 높아
핵개인 시대의 문제점은 건강과도 직결된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 1위는 혈압 강하제이고, 2위는 우울증 치료제라고 한다. 영국에서는 ‘외로움 장관’이라고 해서 고독과 우울증 문제를 전담하는 장관이 있다. 독일에서는 우울증을 전국민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우울증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혼자 산다고 반드시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연락을 하지도 않은 채 혼자서 살아가는 이는 외롭고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사회적 관계 부족이 조기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이 의학 학술지 BMC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가족이나 친구와 교류가 없는 사람은 조기 사망할 위험이 39%나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운동부족 및 비만보다 사회적 단절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다며 공동체 형성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고독의 시대, 적극적 신앙으로 대처해야
최 목사는 창세기 2장 18절을 근거로 혼자 사는 것은 하나님께서도 원치 않으신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돕는 배필을 지어 주신 것이다. 최 목사는 “연합하고 하나가 될 때 거기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하나님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간을 지으셨다는 것에서도 연합의 중요성이 대두된다고 설명했다. 위로는 하나님과 신앙으로 연합해 하나님을 경외하고, 또 사랑하는 배우자나 가족, 성도들, 이웃과 함께 연합해 사랑으로 섬기는 관계가 되는 것이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최 목사는 “우리가 대면, 비대면이라고 구분하는 것보다 대면하는 가운데 환대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외면을 하고 있는지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께 있더라도 서로를 향하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 세태 속에서 우리의 대면하는 방식은 미숙함을 드러내고 만다. 최 목사는 마음이 청결한 자가 하나님을 볼 것이고, 성령의 역사는 주목하며 대면하는 사람을 통해 일어난다며 외면과 따돌림, 고독의 시대를 적극적인 신앙의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야의 영성, 하나님과의 독대
최 목사는 “예수님도 외로우셨을 것”이라며 마태복음 8장 20절 말씀을 이야기했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는 내용을 통해 예수님께서 겪으신 외로움이 잘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고향에서도 배척을 당하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제자들에게 기도를 부탁했건만 한 시간도 채 버티지 못했다. 예수님이 체포당하실 때 모든 제자들이 배신을 했고, 골고다 언덕에서 홀로 돌아가셔야만 했다. 바울 또한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디모데후서 4장 10절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이 다 떠나갔다는 기술에서 목회자의 외로움이 잘 나타난다.


최 목사는 이러한 외로움을 예수님은 어떻게 극복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해답으로 광야의 영성을 제시했다. 예수님은 자발적으로 하나님과 만나기 위해 세상과 차단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광야에서 홀로 하나님을 대면하는 그 스스로의 결단이 있었을 때에 하나님께서는 충만한 기쁨을 허락하셨다. 최 목사는 “하나님과 홀로 대면하는 기쁨을 누린 자, 그러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다락방이 있을 때, 광야와 다락방이 함께 갈 때 성령 안에서 창조적 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울증 최고 국가, 항우울제 투여는 최저 
두 번째 발제는 송용원 교수가 “두 개의 산-번영에서 번성으로”란 주제로 맡았다. 송 교수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번영’과 ‘번성’이라는 두 개의 산을 오른다고 비유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산이 많은 나라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그리스도인들이 우리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고독사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외로움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송 교수는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김용 박사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나라도 우울증이나 우울 증상이 37%로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항우울제 투여는 세계 최저”라며 가장 우울 증세가 심각한 나라임에도 약을 복용하지 않는 국가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를 이대로 방치하면 저출생이라든지 외로움과 관련된 질병과 함께 급상승하고 있는 자살률 등으로 중세 패스트가 휩쓸었을 때보다 더 많은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외로움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의미다.


OECD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상위권이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할 수 있는 친구가 가장 적은 나라이기도 하다. 송 교수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휴대폰을 만들면 뭐 하겠는가? 그것으로 전화할 친구나 이웃이 없을 만큼 우리는 아주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고 이는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회 성도들의 경우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신앙생활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앙생활보다 자꾸 취미생활을 하고 여러 레저 활동에 몰입을 하니 비그리스도인과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교회가 서로의 선물이 돼야
송 교수는 앞서 언급한 번영과 번성의 산에 대해 “하나는 일시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산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넘어서는 가치를 추구하는 산”이라고 설명했다. 번영과 번성은 서로 다른 의미로 번영은 잘 나가는 인생을 사는 것이고, 번성은 내 주변을 잘 되게 하지 않는다면 내가 잘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번영의 산은 끝내 사라지고 마는 기쁨, 즉 외로운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고, 번성의 산을 오르는 것은 영원한 기쁨, 외롭지 않는 기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송 교수는 “우리가 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 시킬 때 우리 아이가 세상적으로 번영의 삶을 살아가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산은 중간에 경쟁자가 많아서 탈락하는 사람도 많지만 문제는 정상에 가더라도 이것이 과연 내가 바랬던 삶인가 하는 쓸쓸한 독백만 남는다”며 “첫 번째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체험, 예기치 못한 난관에 걸리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오히려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며 더 행복감을 느끼는 은총과 계시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프란치스코와 같은 이들이 세상적인 성공을 추구하다가 실패를 맛보며 낙심하지만, 오히려 이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하나님의 계시는 두 번째 산인 번성의 산을 오르라고 지시하며 개인의 영달이 아닌 주변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에 정상에 다다르면 하나님과 독대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번성의 산 정상 앞에 펼쳐진 광경은 번영의 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고 송 교수는 언급했다.


송 교수는 끝으로 “친밀한 공동체로서 교회 서로에게 선물이 돼 달라. 그렇게 세상이 하지 못하는 일을 교회가 해나가면 우리 한국교회도 외롭지 않은 교회가 될 것이고 또 우리 대한민국도 외로움에서 탈출해 나가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권면했다.


한 건물 속 다세대 교회
세 번째 발제는 신현호 교수가 “외로운 그리스도인, 온세대 교회에서 길을 찾다”란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신 교수는 성도들과 함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립돼 있거나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통계를 보면 한국교회 교인 3분의 1가량은 외롭다고 느낀다”며 “이러한 외로움이 교회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교회의 정체성과 소명을 상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각 연령별로 나뉜 예배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영아부와 유치부, 중고등부, 청년부, 장년부 등 교회가 한 건물 안에 있지만 다양한 세대가 서로 소통이 없고 관계가 없는 다세대 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의 한 몸이라는 정체성을 경험하거나 살아내지 못하고,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서 화해를 이루라고 하신 그 사역을 우리 안에서 먼저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 주신 하나님 나라의 화평과 화해, 평강의 사역을 감당하지 못하는 다세대 교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온세대 교회로 하나님의 소명 이뤄내야
신 교수는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다세대가 아닌 온세대로 부르셨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온세대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신 교수는 초대 교회의 모습을 떠올리며 “초대 교회는 같이 식사를 나누고 예배를 드렸을 뿐만 아니라 함께 어렵고 힘들 때 위로하는 공동체였다. 그들이 아무리 어리든 나이가 있든지 간에 상관없이 그들 안에 있는 성령의 사랑과 권능 안에서 온 세대 교회로 모였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의 한 몸이자 공동체란 정체성을 지닌 하나님 나라 가족 공동체가 바로 온세대 교회라고 정의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성령 안에서 하나님 나라 가족 공동체로 전환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교회 안에 있는 외로움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나아갈 때 하나님의 생명과 소명의 사역이 이루어질 줄로 믿는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범영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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