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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송(1)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14
김진혁 목사
뿌리교회

저희 삼형제가 유년기를 보냈던 영등포의 교회에서는 매 주일 저녁예배 때 특송 시간이 있었습니다. 솔로부터 중창까지, 심지어는 자녀들을 동원한 악기연주까지, 그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가족들끼리 그렇게 특송을 한 번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씀을 가끔 하셨는데, 아버지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어머니는 적극 만류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꼭 특송을 하겠노라 덜컥 신청부터 하시고는 날짜와 곡까지 정해서 통보를 하셨습니다. 


“슬픔 걱정 가득차고 내 맘 괴로워도 갈보리 십자가 위에서 죄 짐이 풀렸네~.”


아버지의 고집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우리는 매일 저녁 동원되어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형제가 모두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특송 연습을 하러 모이라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매일 저녁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그냥 우리끼리 몸싸움을 하거나 티격태격하는 것이 더 즐겁지, 몇 번을 불러도 별 다를 바 없는 화음을 들어야 하다니…. 그 중에서도 아버지의 적극적인 화음을 듣는 것은 아주 큰 고역이었습니다. 무조건 크게만 부르면 ‘장땡’이라, 갈보리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깜짝 놀라 깨어나실 정도였습니다.


특송을 부르기로 한 날 저녁입니다. 예배시작 전, 맨 앞자리에 위치해 앉았습니다. 예배가 시작되고 장로님이 나오셔서 대표기도를 하시는데, 문제가 터졌습니다. 동생 녀석이 뀐 방귀 소리가 너무 웃겨 주체가 되지를 않습니다. 심지어는 녀석의 얼굴만 봐도 웃겨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드디어, 무대로 올라갈 시간이 됐습니다. 이내 반주가 흘러나오고, 다같이 찬양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슬픔 걱정 가득차고 내 맘 괴로워도 갈보리 십자가 위에서 죄짐이 풀렸네~~큭큭큭…킥킥…푸풉, 푸후후후!”


옆에 있던 동생 녀석을 쳐다보자마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내 저희 모습을 보시던 집사님들도 웃기 시작했고, 특송은 그대로 끝이 나버렸습니다. 그렇게 예배가 마무리되고 예배당 뒷정리를 하시던 아버지가 저를 쏘아 보시며 한 마디 하셨습니다. 


“집에 가서 보자 이놈. 특송을 하랬더니 장난을 치고 있어?” 아버지가 무서워서 얼른 집에 가서 쥐죽은 듯 있는데, 어머니가 들어오시면서 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십니다. 


“뭐가 그리 웃겨서 난리냐?” “아니. 진규가 방구를 꼈는데, 궁뎅이로 노래 부르는 것 같잖아!”


그 순간, 아버지가 방으로 확 들어오셨는데, 그 기에 눌려 조금 전 상황은 두 팔을 저어 연기를 헤치듯 사라져 버리고 아버지의 공포스런 얼굴만 보였습니다. 


“그렇게 연습을 해 놓고, 장난을 친다고 망쳐버리면 얼마나 아까운 것이냐, 뭣 때문에 그런 것이여?” “아니~ 진규가 뀐 방귀 때문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꿀밤이 한 대 날아오는데, 별이 수십 개는 보였습니다. “예배 시간에 장난치면 되는 것이냐?” “아뇨.” “아닌데? 뭐?” “잘못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가는 더 큰 매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얼른 두 손으로 싹싹 빌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잘 달래서 덜 맞았다는 뿌듯함에 어깨가 으쓱해 우리방으로 들어와서는 방귀를 뀌었던 진규 녀석의 목덜미 붙잡고 ‘너 때문에 혼났다며’ 또 몸씨름을 하고 뒹굴면서 그 날 밤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특송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다시는 무대에 서고 싶지 않으셨는지, 사당동에 있는 교회로 사역지를 옮기기 전까지 특송을 하자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봄, 아버지가 우리 가족에게 특송을 해야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그것도 특송이 따로 있었던 예배도 아니었는데, 담임목사님께 특별히 부탁을 해서 나서게 된 일입니다. 아뿔싸, 그런데 이 공포의 멍에를 저에게 지우는 게 아니겠습니까?


“진혁아, 아버지랑 특송 한 번 하자. 너 옛날에 망친 특송 원수 한 번 갚아야 하지 않겠냐.”


이젠 자식들도 제법 커져서 사춘기 청소년기를 겪고 있어, 억지로 다 동원하다가는 괜히 얼굴만 붉히고 어머니도 반대할 것이 뻔하니, 괜히 옛날 일을 핑계로 저를 잡고 늘어지시는 겁니다. 그래서 고른 찬양이 ‘허락하신 새 땅이’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당시 교회가 성전건축에 박차를 가하던 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찬양은 힘 있게 내지를 수 있는 찬양이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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