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들어선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한 해의 수확을 거두며 겨울을 준비하는 이 시기, 한국교회도 지금까지의 사역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공동으로 펴낸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은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교회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결과물이자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담임목사, 성도, 일반 국민, 여성교역자, 이주민 선교 단체 등 5000여 명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해 교회의 실태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심플처치’ ‘AI 목회 코파일럿’ ‘강소교회’ ‘청빙’ ‘호모 스피리추얼리스’ ‘무속에 빠진 신앙’ ‘서로 돌봄 공동체’ ‘여성 교역자’ ‘헌금 패러다임 쉬프트’ ‘이주민 선교’ 등 10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단어들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시대 속에서 교회가 본질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묻는 물음표다.
코로나 이후 교회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심플처치’는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행사와 프로그램이 줄었지만 오히려 목회철학과 비전을 명확히 한 교회들이 성장을 경험했다는 결과는 교회의 본질이 외형이 아니라 방향성에 있음을 보여준다. 침례교회는 회중주의 전통 속에 단순하고 성경 중심적인 구조를 유지해왔기에 ‘심플처치’의 철학은 본래 침례교회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말씀과 기도, 그리고 공동체 관계로 돌아가는 ‘본질의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AI 기술의 발전 또한 목회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미 담임목사 10명 중 8명이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절반은 설교 준비에 필수적 도구로 인식한다. 그러나 AI의 편리함에만 의존한다면 목회의 영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 교단은 신학교육과 목회자 재교육 과정에 AI 활용과 윤리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AI가 설교문을 다듬을 수는 있어도 성령의 감동과 영적 통찰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강소교회’에 대한 분석은 침례교회에 깊은 통찰을 준다. 소형교회 성도들의 만족도가 대형교회와 비슷하며, 관계적 친밀감이 성장 요인으로 꼽혔다. 이는 규모보다 관계가 교회의 건강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교단의 다수를 차지하는 소형교회들이 바로 이 ‘강소교회’의 주역이 돼야 한다. 교단은 재정과 행정 지원을 넘어 지역 네트워크를 통한 동반 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보고서이지만, 교회가 따라가야 할 것은 유행이 아니라 소명이다. 교회의 위기는 단순히 숫자의 감소가 아니라 방향의 상실에서 비롯된다. 이번 보고서가 제시한 통찰을 교단과 각 기관은 참고용 자료로만 두지 말고, 목회자 교육, 소형교회 지원, AI 윤리, 여성 사역, 이주민 선교 등 다섯 가지 핵심 영역의 구체적 정책으로 실천해야 한다.
침례교회는 회중주의와 복음 중심의 전통 속에서 이미 시대가 요구하는 단순함과 공동체성을 가지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빠르지만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바라옵기는 한국교회가 방향을 잃은 시대, 침례교회가 다시 본질로 돌아가 단순함 속에서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