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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아버지 “롯”

 

지방에서 한 자매가 올라왔습니다. 면접 상담을 위해 만나기까지 이동 전화로만 수 개월 상담을 해 온 자매였는데 아주 어렵게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발신자 번호없음이 뜨곤 했던 자매였습니다. 사뭇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무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없는 자매의 아픔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아픔이었습니다. 딸의 인생을 자신의 욕망으로 함부로 망가뜨린 아버지를 향한 분노보다는 이야기하며 몸을 떠는 자매가 너무도 안쓰러워 살며시 안아주었습니다.

 

23세에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두 아이 모두 10대에 낳았네요. 아이들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입니다. 비록 태어난 지 백일 전에 입양되어 친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이 딸에게 지금의 아버지는 분명 자신의 아버지였습니다. 천륜을 어긴 딸과 남편의 부적절한 관계를 눈치 챈 어머니는 남편과 딸을 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어머니의 가출 뒤에 아버지의 음주가 더해졌고 딸에 대한 성적인 폭행도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교회의 맨 앞자리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거의 주일예배를 빠지지 않는 아버지였습니다. 교회와 이웃들은 딸의 품행이 방정치 못해 임신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믿음 때문에 낙태시킬 수 없어 아이를 낳게 했고, 딸이 낳은 자식이라 버릴 수 없어서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켜 양육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딸은 비록 언어장애가 있지만 교회에서 또래들과 찬양하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나 교회 출석은 임신한 것이 드러나기 전까지만 이었습니다. 임신 사실이 알려진 때부터 교회를 나갈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교회 출석을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몰래 교회에 나갔다가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죽을만큼 맞기도 했습니다. 딸이 누구하고도 접촉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버지 때문에 딸은 하루종일 집안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 하고만 살았습니다. 생필품도 사다 주는 아버지였고 현금은 한 푼도 주지 않는 아버지였습니다.

 

아무하고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의 신경질적인 몸부림은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병적인 폭력을 낳게 했습니다. 아버지의 폭력과 폭언, 성적인 학대는 7년이라는 세월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생기발랄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딸의 영혼과 육신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습니다.

 

때 마침 우연히 TV에서 필자의 강의를 들었네요. 딸은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수 개월 동안 전화상담 끝에 어렵게 만났습니다. 믿기지 않았지만 모두가 사실로 다가왔습니다. 온 몸의 멍자국들과 울긋불긋한 상처 자국들이 학대의 내용들이 사실임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 교회에서는 집사입니다.

 

자매에게 지금의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 할 권리를 위해 관계기관에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누구보다 네가 사랑하는 예수님이 이런 삶을 기뻐하시지 않기에 오늘 상담실을 찾아가도록 인도해 주셨음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에 떨며 손사래 치며 거부합니다. 아버지에게 이런 이야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며 주소 알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합니다.

 

이 딸은 고통스러워 하시던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이 상당히 컸습니다.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신의 신체적 장애도 두려웠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신이 두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것도 몹시 두려웠습니다. 안락한 집과 경제적 지원이 든든한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혼자 생활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수시로 연락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지만 그 날부터 자매로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아무런 소식없이 반년이 지났네요. 그러던 중 지난 10월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목사님, 저 집에서 나와서 쉼터에 있어요, 아이들도 함께 쉼터로 왔어요. 아빠는 경찰서에 잡혀갔고 지금 구치소에 계세요

아니? 어떻게 그렇게 되었어요?”

제가 경찰서에 신고를 했어요.....”

잘 했다. 정말 잘했다.”

 

마음이 시원해 옵니다. 그러나 전화를 끊고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딸이 아버지의 범죄를 신고해서 구치소에 수감이 되었는데 잘 했다니.... 속이 상합니다.

 

음란했던 도시 소돔에서 살았던 롯이 자신의 딸들과 동침하여 아들을 낳았다는 성경의 기사가 만들어진 신화적 사건이 아니라 문명시대인 21C에도 일어나고 있는 실제적 사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악하고 음란합니다.

 

타락한 성 문화를 가지고 있는 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요. 특히 교회안의 성도에게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더욱 충격이 큽니다.

 

주님 말씀대로 자다가 깰 때가 되었습니다. 경건의 모양은 가졌지만 경건의 실체는 가지고 있지 않은 종교인들이 우리 교회안에 있습니다. 병든 인생, 병든 신앙을 찾아서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숨어있고 숨겨져 있는 성도들의 악행과 불행한 삶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고쳐지고 치유되어야 합니다. 그것들이 감춰지고 숨겨져 있는 한 불행의 역사는 순환하며 계속 될 것입니다.

 

특히 타락한 성윤리와 성도덕은 소돔과 고모라 시대만이 아니라 21세기 문명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교회안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제 가르치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가르치기만 하는 곳은 교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는 곳은 학원입니다. 교회는 가르쳐 지키게 하는 사역이 있어야 합니다. 목회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사역이라면 가정사역은 온갖 더러움과 아픔과 절망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병든 사람들을 치유하는 하수도 사역입니다.

 

비록 온갖 더러움을 보고 온갖 악취를 맡으며 상함을 드러내게 하고 함께 울어야 하는 아픈 사역이지만 교회안에 이 사역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상한 영혼을 만나시고 사랑으로 치유하셨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주님을 닮아 상한 마음, 상한 육체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영혼들은 치유하는 교회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주님! 이 땅을 고치시고 새롭게 회복시키시옵소서!!

 

이희범 목사 / 지구촌가정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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